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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평행선 달리는 한·일관계 변화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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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31 22:25:57 수정 : 2018-01-31 22: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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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평창 오는 아베와 만남… 관계 전환의 계기 되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똑같이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두 정상의 지향점이 같다. 그렇다면 금방 가까워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다지 거리가 좁혀진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최근 양국의 최대 현안이 된 2015년 한·일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해 두 정상이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인식’을 강조하고 아베 총리는 ‘약속 준수’를 얘기한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그것을 교훈으로 삼아 국제사회와 노력하는 것이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아베 총리는 신년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과는 지금까지의 양국 간 국제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합의로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아베 총리는 “그 합의로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반박했다.

마치 평행선을 보는 것 같다. 같은 방향으로 아무리 늘려봐도 두 직선은 만나지 못한다. 만나게 하려면 상대 쪽으로 조금이라도 방향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 서두르거나 무리하다 보면 자칫 잘못해 상대와 먼 쪽으로 방향이 틀어지게 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의 2015년 위안부 합의가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무리했다가 국민 반발로 방향이 나쁜 쪽으로 바뀌었다.

그런 위험부담은 있지만 그래도 두 직선이 만나려면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허공에 대고 떠드는 것보다는 서로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게 좋다. 마침 오는 9일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직전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기로 했다. 좋은 기회다. 그런데 벌써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아베 총리가 “2015년 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지층인 우익세력을 고려한 말이겠지만, 그래서는 역효과가 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두 정상은 어떤 계산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오는 4월쯤 일본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상대 국가를 서로 방문하며 만남을 이어가는 듯한 모양새가 된다. 표면적으로는 정상 간 ‘셔틀외교’가 복원된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실제로도 양국관계가 개선 흐름을 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20년 전인 1998년 10월8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21세기를 향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른바 ‘김대중·오부치선언’이다. 오부치 총리는 공동선언에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문구를 넣었고, 김 대통령은 오부치 총리의 역사인식 표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높게 평가했다. 양국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기로 했다.

당시와 현재 상황은 묘하게 닮았다. 당시 직전 정권인 김영삼정부가 친일 잔재 청산 등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펼쳐 일본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처럼, 박근혜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일본과 관계가 불편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올해 ‘문재인·아베선언’이 나오는 장면을 꿈꿔본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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