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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머리 감은 물을 변기에…물 부족 남아공의 현실

입력 : 2018-01-29 13:00:00 수정 : 2018-01-29 13: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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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감은 물로 변기 물탱크를 채울 겁니다. 케이프타운에서는 누구도 깨끗한 물로 오물을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한번 쓴 물로 탱크를 채우세요. 될 수 있으면 변기 물도 내리지 마세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정치인 헬렌 질은 최근 트위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가 첨부한 사진은 흰 거품이 섞인 채 철제 대야에 담긴 물을 보여준다. 그가 머리 감은 물로 보인다.

정치인의 보여주기라며 “변이 섞인 물을 물탱크에 넣는 건 어떠냐”는 비웃음도 보이지만 질은 “냄새만 참을 수 있다면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답할 정도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입법 수도 케이프타운의 물 부족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트위터 캡처.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영국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100년 만의 최악 가뭄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케이프타운이 오는 4월이면 취수원 고갈로 물 공급이 중단되는 ‘데이 제로(Day Zero)’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현실이 된다면 케이프타운은 긴 가뭄으로 물이 말라버린 세계 첫 대도시가 된다.

지난해 여름 1인당 100ℓ로 물 사용량을 제한했던 정부는 오는 2월부터 절반 수준인 50ℓ로 상한선을 그을 방침이다. 작년 여름에는 “샤워를 2분만 하라”고 했지만 “이제는 90초만 하세요”라고 호소할 정도다.

하루 물 50ℓ로 할 수 있는 일은 △ 설거지·빨래(18ℓ) △ 90초 샤워(15ℓ) △ 1회 변기 물 내림(9ℓ) △ 위생(3ℓ) △ 요리(2ℓ) △ 음수(2ℓ) △ 1회 개밥그릇 물주기(1ℓ)라고 CNN은 전했다.

‘데이 제로’를 맞으면 1인당 하루 25ℓ의 물에 의존해야 한다.

케이프타운에서 지내는 영국 출신 알리스테어 코이는 자기 집 욕조에 놓여있는 물이 가득 담긴 버킷 사진을 트위터에서 공개했다. 그의 버킷도 머리 감은 물로 추정되는 구정물이 가득하다.

코이는 “케이프타운 삶의 현실”이라며 “조금이라도 물을 아끼는 게 인생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프타운 가뭄(CapeTowndrought)’ ‘데이제로(dayzero)’ 등의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트위터 캡처.


케이프타운에서 생활하는 안나 버비스트는 한 번 쓴 물을 버리지 않고, 화초에 준다고 밝혔다. 주로 손 씻거나 접시 헹굴 때 쓴 물이라고 그는 덧붙였는데, 급수난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부 아이는 수돗물을 마시는 바람에 복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CNN은 전했다. 그러면서 케이프타운 당국에 수돗물 위생을 어떻게 살피고 있는지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이 물을 담아둘 수 있는 뭔가를 구하면서 동네 상점에서 바가지와 상자 등이 보이지 않게 됐다고 CNN은 전했다.

케이프타운 주민 리차드 스텁스는 CNN에 “물을 담아둘 수 있다면 뭐든 사기 시작했다”며 “화분이나 커다란 상자도 사들였다”고 말했다.

 
말라 버린 케이프타운 급수원인 댐 ‘디워터스클루프(Theewaterskloof)’. 미국 CNN 영상 캡처.


케이프타운 급수원인 댐 ‘디워터스클루프(Theewaterskloof)’가 바닥까지 보이고 시 외곽 샘을 찾아 물을 길어오는 주민들이 종종 포착되면서 이들 사이에서는 떠날 수 있으면 떠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누군가 자리를 비워야 다른 주민에게 그나마 여유가 생긴다는 거다.

CNN은 △ 100년 만의 최악 가뭄 △ 400만명에서 더 늘어나는 케이프타운 인구 △ 급격한 기후 변화 △ 그리고 앞뒤 가리지 않고 물을 펑펑 쓴 시민들의 안일한 의식 등이 물 대란을 빚어냈다고 분석했다. 당국이 물 공급량을 가능한 유지 하려 수압을 낮췄지만 여전히 사용량은 목표치보다 8600만ℓ나 많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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