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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단독] '불면허' 됐다더니…'운전면허 수출국' 오명은 여전

자격시험 강화 1년… 중국인 원정 취득 러시/의무교육시간·재응시 제한 짧아/작년 사드갈등 불구 4201명 취득/일부 협정국가 “안전 위협” 항의/관련규정 강화 요구 목소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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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8 17:50:42      수정 : 2018-01-29 19:20:57
“와! 한번에 합격했어요. 한국에서 운전면허시험을 보기로 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내 한 운전면허학원에서 만난 중국인 A(25·여)씨는 기능시험 합격 도장이 찍힌 응시원서를 받아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틀 전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에 온 A씨는 이날 기능시험에 합격한 뒤 곧바로 도로주행 교육을 받았다. A씨는 “강사가 중국어를 하고 중국어 내비게이션도 있어 한국 도로라도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며 “내일이나 모레 도로주행까지 합격한 뒤 쇼핑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가 1년여 전 ‘물면허’의 오명을 벗겠다며 운전면허시험을 강화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짧은 기간에 손쉽게 딸 수 있어 외국인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를 따려는 중국인이 급증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관광상품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는 “한국의 운전면허 남발로 안전 문제가 걱정된다”며 깊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28일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단기관광 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2016년 12월 이후 강화된 방식의 시험을 치르고 면허를 취득한 중국인이 4201명으로 나타났다. 2015년 (7734명), 2016년(6858명)에 비해 다소 줄었지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점 등을 감안하면 ‘한국 면허’ 수요는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중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단기간에 쉽게 면허를 취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총 63시간 교육을 받아야 하고 중도에 탈락하면 열흘 후에나 재시험을 치를 수 있다. 한 단계에서 6번 이상 떨어지면 63시간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 반면 한국은 11∼13시간만 교육받으면 된다. 각 단계에서 불합격하더라도 1∼3일 후면 재응시가 가능하다.

중국 외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2월 외교부가 9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관광비자만으로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우리와 달리는 미국, 영국, 독일 등 71개국은 단기체류 외국인은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여행사, 운전면허학원 등에서는 중국인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면허 취득과 관광을 묶은 ‘면허 여행’ 패키지 상품이 8000∼1만3000위안(약 130만∼220만원)에 팔리고 있다. 학원들도 중국인 강사와 중국어 교재, 번역 기계 등을 마련해 중국인 응시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 면허증은 중국을 비롯해 상호 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해당국의 면허증으로 바꿔 사용한다. 하지만 ‘물면허’ 때문에 이들 국가의 항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험이 너무 쉬워 사고율이 높은 데다 갱신할 필요도 없어서 한국 면허증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일부 유럽 국가에서 ‘한국에서 쉽게 취득한 면허를 해당국 운전면허로 교환하여 운전하다 사고를 내는 등 한국의 운전면허 남발로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외교부에 면허증 교환 관련 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등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2014년 12월 같은 이유로 ‘단기체류 중국인의 한국 면허 취득을 제재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90일 이상 체류하며 외국인 등록을 마친 외국인만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6월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운전면허증을 미끼로 해서 이윤을 올리는 생각 자체가 후진국적 발상이다. 다른 나라의 기준들을 검토해 관련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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