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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도 아닌 것이… 어떻게 인간의 일상으로 들어왔나

입력 : 2018-01-27 03:00:00 수정 : 2018-01-26 19: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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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게일 터커 지음/이다희 옮김/마티
 거실의 사자/애비게일 터커 지음/이다희 옮김/마티


인간은 일부 동물에게만 함께 사는 것을 허락했다. 육체의 일부를 양식으로 제공하거나, 노동력이 가능한 대상만 가축화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개는 인간의 보금자리를 지키고, 사냥에 일조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예외다. 쥐를 잡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어떻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게 됐을까.

미국의 과학저술가 애비게일 터커는 신간 ‘거실의 사자’에서 고양이의 실체를 파헤친다. 책은 고양이가 어떤 동물인지, 언제부터 인간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 것인지, 어떻게 사자를 밀어내고 새로운 ‘짐승의 왕’이 됐는지를 살핀다.

저자는 자신의 존재 자체가 고양이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가 고양이를 다시 보게 된 것은 자식을 낳으면서다. “내 자식들의 무자비한 요구들을 마주하고 보니, 나와 종이 다른 짐승의 입맛을 맞춰주고 배변 뒤치다꺼리를 하는 데 헌신하는 행위가 좀 우스울 뿐 아니라 약간 정신 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이 작고 교활한 짐승들은 도대체 어떻게 내게 이토록 단단히 매달리게 된 걸까.”

고양이는 고기만 먹는 고도 육식동물인 고양잇과에 속한다. 원래 인간과 고양잇과는 고기와 공간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관계였다. 인간의 세력 범위가 넓어지고 대다수 고양잇과 동물이 위축되는 사이, 유일하게 세력을 넓힌 동물이 고양이였다.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인기 없는 지역 중에는 야생 고양잇과 동물이 여전히 득세하는 인도가 포함된다.

저자는 고양이가 인간의 갓난아기와 닮았다는 점을 주목한다. 오스트리아 생태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아기 해발인’이라고 부른 것들, 동그란 얼굴과 통통한 볼, 넓은 이마, 큰 눈 등 아이를 연상하게 하는 외모적 특징이 있다는 설명이다. 평균 3.6㎏인 고양이의 몸집은 갓난아이 체구와 정확히 일치한다. 육식동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양안시(兩眼視)도 고양이 얼굴을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요소다.

외모와는 달리 고양이는 엄청난 번식력과 유연성을 자랑하는 사냥꾼이다. 책은 고양이가 하와이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섬에서 다른 종의 씨를 말려 죽이는 현실을 보여준다. 집사 몰래 바깥 사냥을 일삼는 집고양이도 예외는 아니다. 학자들이 이들을 ‘원조받는 포식자’라고 부르는 이유다.

최근 서점가에 고양이 관련 서적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고양이를 냉철한 시각으로 분석했다는 점이 여느 책과 다르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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