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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투키디데스 함정’ 피할 수 있을까

입력 : 2018-01-27 03:00:00 수정 : 2018-01-26 19:3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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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고성장으로 글로벌 강자 부상한 중국 / 세계 질서 좌지우지하던 미국엔 큰 두려움 / 패권국 대 신흥 강국 군사적 충돌 가능성 / 역사상 16번 사례 분석… 전쟁 피할 방법 모색 / 북핵 문제로 그 틈에 낀 한반도 운명도 전망
그레이엄 앨리슨 지음/정혜윤 옮김/세종서적
예정된 전쟁/그레이엄 앨리슨 지음/정혜윤 옮김/세종서적


지금 미국 조야와 재계, 학계에서 초조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따라잡으려면 30∼4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세였으나 지금은 완전히 바뀐 형국이다. 불과 10년 안에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제목이 ‘Destined For War’인 이 책은 최근 미국의 대중국 연구 동향을 담았다. 저자 그레이엄 앨리슨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을 12년간 맡아 학교를 세계 최고 행정대학원으로 키워낸 국제정치학자이다. 하버드대 밸퍼 연구소장을 20여년간 지낸 뒤 명예교수로 재임 중이다. 레이건과 클린턴 정부 시절 국방 차관보를 지냈으며, 지금은 백악관, 국방부, CIA 자문위원이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의 부상과 그에 따른 세계질서의 변화는 역사상 처음 겪는 일이다. 급속한 변화는 경제분야에서 두드러진다. 2차 대전 직후 미국은 세계 경제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80년대 미국의 비중은 22%로 떨어졌고 지금은 16% 수준에 머물러 있다. 30여년 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1%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다. 반면 중국의 세계 경제 비중은 1980년 2%대에서 2016년 18%로 급등했고, 2040년 무렵이면 30%를 훌쩍 넘길 것이다.

2015년부터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되었다지만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고성장세에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16주 만에 그리스를, 25주 만에 이스라엘을 하나씩 만들어내는 꼴이다. 1869∼1913년 미국은 영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는데, 당시 연평균 성장률이 4% 정도였다.

그런데 중국은 1980년 이후 연 10%대 고성장률을 보였다. 중국 경제 규모는 7년마다 두 배가 되는 꼴이다. 중국은 2013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선포해 워싱턴을 깜짝 놀라게 했다. AIIB는 중국판 금융질서의 포석이다. 당시 미국은 세계 각국을 향해 가입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효과가 없었다. 2015년 은행이 문을 열기도 전에 57개국이나 가입했다. 가입국 중에는 미국 핵심 우방인 영국, 한국이 들어 있었다. 가입한 나라들의 이유는 분명하다. 보다 싼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고,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대형 건설프로젝트를 따내려는 것이다. AIIB는 중국의 경제 제국주의라고 서구 나라들은 비난한다. 중국은 누가 뭐래도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과 밸퍼연구소장을 지낸 정치학자인 저자는 “미국 중국 간 군사대결을 상상하는 것은 부질없다”면서도 “인간은 전쟁을 선택할 만큼 어리석은 존재”라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경제력 증대는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미국 주도의 군사적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2차 대전 이후 70여년간 이어진 미국에 의한 세계평화는 중국의 부상으로 깨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냉전 기간 소련의 도전에 어설프게 대응한 적이 있다. 당시 펜타곤에선 “진짜 적을 만나면 미국은 심각한 곤경에 처할 것이다. 중국은 진짜 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공공연한 얘기들이 나돌기도 했다. 그것이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미·중 간 군사적 대결 가능성을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용어로 표현한다. 종래 강대국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두려워한 나머지 일촉즉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 대결을 벌인다는 생각처럼 어리석은 게 없다”면서 “그러나 100년 전 1차 대전 직전을 상상해보자. 당시 전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들은 어리석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500년 동안 투키디데스 함정 같은 상황은 16번 발생했는데, 그중 12번이 전쟁으로 귀결됐다는 것.

지금 중국발 네트워크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이던 아시아의 친구들조차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바야흐로 세계 군사 균형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리콴유는 중국의 부상과 세계 정세를 이렇게 정리했다. “중국은 자국의 거대한 시장과 구매력으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자기네 시스템 속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일본과 한국 역시 빨려 들고 있다. 지금 중국은 강제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여러 나라들을 흡수하고 있다. 이는 중국판 황금룰(Golden Rule), 즉 금을 가진 사람이 지배한다는 규칙에 맞기 때문이다.”

저자의 시각은 다분히 미국 패권적이다. 다시 말해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얼마나 두렵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시사주간 타임지는 1월 초 커버스토리로 2029년 미국은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자는 앞으로 전쟁을 피할 방도는 얼마든지 있으며, 1인 지배체제를 굳힌 시진핑과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핵을 가진 북한을 껴안고 가야 하는 한국으로선 북핵이 난제이다. 하지만 북핵보다 중국의 부상으로 한국은 더 고통스러운 결단을 해야 할 것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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