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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우리 경제 電車군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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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5 20:51:01 수정 : 2018-01-25 20: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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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기회는 또 오지 않을 것 같아요.”

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8’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중국 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건넨 답이다. 지난 한 해 현대·기아차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격분한 중국에서 유·무형의 보복으로 ‘쇼크’ 수준의 판매 부진을 겪었다. 급기야 공장 가동, 중단이 반복돼던 9월엔 합자 파기, 철수, 4000여개 협력사 줄도산 등 극단적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정 부회장은 “좋은 주사였다”고 했다. 완료형에 비유를 섞는 데선 여유, 자신감이 전해졌다. 그러면서 꺼낸 설명은, 뒤집으면 자기 반성이었다. ‘상품, 조직, 디자인 부문에서 많이 바뀌었다’는 건 ‘그 부문들에서 특히 혁신이 부족했다’로, ‘연구소 조직을 중국으로 옮겨 현지인을 많이 뽑아 현지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는 건 ‘연구개발(R&D) 및 시장 대응에 실로 안이했다’로 읽혔다. 사드는 일시적 이슈이고 근본 경쟁력, 즉 상품성을 잃었다는 고백이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정확한 진단, 결과에 대한 솔직한 인정은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이 된다. 앞서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현대차 미국법인(HMA) 이경수 법인장(부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미국 수요의 65%가 스포츠유틸리티(SUV)와 픽업트럭인데 현대차는 아직도 세단 중심 라인업”이라고 말문을 뗐다. 작년 판매가 6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버린 데 대한 성찰이다. 판매 부진·재고 관리 부재→렌터카 소화→중고차 값 하락→신차 가치 하락→수익 감소→딜러 이탈의 악순환 등 드러내고 싶지 않을 법한 영역에서 처한 현실을 솔직하게 설명했다. 그런 그가 시장 전략을 밝혔을 땐 ‘내년쯤엔 해볼 만하겠는데’란 생각까지 들었다. 중국 역시 “효과가 금년이나 내년부턴 나지 않을까 본다”는 게 정 부회장의 자신이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을 보자. 이 회사는 작년 세계 시장에서 도요타, GM을 제치고 1위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2015년 9월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들통 난 일명 ‘디젤게이트’로 재기 불능, 몰락이 예상됐던 기업이다. 그런데 2년여 만에 판매, 주가 등 모든 면에서 완벽히 회복했다. 특히 ‘코끼리가 춤을 춘다’고 할 만큼 기업 체질이 달라져 앞으로가 더 주목된다고 한다. “품질을 포르셰 정도로 올려야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경쟁사들은 어떻게든 한국차를 끌어내리려고 하는데 말려들면 안 되고….” 기업이든 사람이든 크고작은 위기를 겪는다. 문제는 이를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졸면 죽는다’는 정보기술(IT)·전자업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CES에 5년째 불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50위까지 발표하는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리스트에서도 사라졌다. 미래를 가늠할 자성이나 혁신의 흐름은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호황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전차군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오늘 받아든 성적표가 아니라 현 위기에 대한 진단,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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