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8’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중국 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건넨 답이다. 지난 한 해 현대·기아차는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격분한 중국에서 유·무형의 보복으로 ‘쇼크’ 수준의 판매 부진을 겪었다. 급기야 공장 가동, 중단이 반복돼던 9월엔 합자 파기, 철수, 4000여개 협력사 줄도산 등 극단적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정 부회장은 “좋은 주사였다”고 했다. 완료형에 비유를 섞는 데선 여유, 자신감이 전해졌다. 그러면서 꺼낸 설명은, 뒤집으면 자기 반성이었다. ‘상품, 조직, 디자인 부문에서 많이 바뀌었다’는 건 ‘그 부문들에서 특히 혁신이 부족했다’로, ‘연구소 조직을 중국으로 옮겨 현지인을 많이 뽑아 현지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는 건 ‘연구개발(R&D) 및 시장 대응에 실로 안이했다’로 읽혔다. 사드는 일시적 이슈이고 근본 경쟁력, 즉 상품성을 잃었다는 고백이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
‘졸면 죽는다’는 정보기술(IT)·전자업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CES에 5년째 불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50위까지 발표하는 ‘세계에서 존경받는 기업’ 리스트에서도 사라졌다. 미래를 가늠할 자성이나 혁신의 흐름은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호황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많다. 우리 경제를 이끄는 전차군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오늘 받아든 성적표가 아니라 현 위기에 대한 진단,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조현일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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