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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작가’ 베일 걷고 인간 김해경을 마주하다

입력 : 2018-01-25 20:51:25 수정 : 2018-01-25 20:5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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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훈 ‘오빠 이상, 누이 옥희’ 출간 “일찍이 누이 김옥희에 의해 되짚어진 오빠 이상은 이상이 아니라 여전히 김해경이었다. 김옥희는 천재 이상에게 따라붙는 비운의 수식어를 떼어내고 평범하고도 효성 깊은 인간 김해경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그건 이상의 생질인 문유성 씨도 마찬가지였다. 문유성 씨는 수차례에 걸친 인터뷰 과정에서 늘 낮은 목소리의 겸손을 보여주었다. 그 겸손은 천재를 낳은 가문의 보이지 않는 예의이자 본능에 가까운 자기 연민의 태도였다.” 
저널리스트이자 시인 겸 소설가로 살아온 정철훈(59·사진)씨가 천재작가 이상(1910~1937)의 새로운 면모를 담은 ‘오빠 이상, 누이 옥희’(푸른역사)를 펴냈다. 정씨는 이상의 누이 옥희에 주목하여 그녀의 아들 문유성씨를 찾아내 수차례에 걸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상 사후의 가족 비사’를 살려냈다. 그렇게 탐색한 이상은 평범하고도 효성 깊은 인간이었다. 정씨는 “이상과 인간 김해경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몸체를 가진 인격체”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 한국 문학은 그동안 이상이라는 천재에 너무 경도되어 있었던 것 같다. 2015년 2월 이상의 생질이자 누이 김옥희의 아들인 문유성 씨를 만나 이상 사후의 가족비사를 들었을 때 그런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나는 천재라는 베일을 걷어내고 이상의 참 얼굴을 보고 싶었다.”

정씨의 말처럼 이상은 문학사의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내밀한 육체성은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셈이다. 오빠 이상에게 작별인사도 하지 않은 채 애인 K와 함께 만주 봉천으로 떠난 누이에게 쓴 산문 ‘동생 옥희 보아라 - 세상의 오빠들도 보시오’(‘중앙’ 1936.9)는 이상이 남긴 텍스트 가운데 가장 사적인 사연이 묻어난 육친의 혈서와도 같다고 지은이는 본다. 그는 누이 옥희가 이후 ‘현대문학’(1962.6)에 기고했던 육필 회고 ‘오빠 이상’을 바탕으로 두 텍스트 문맥의 간극을 채워나간다.

정씨는 “사후의 이상은 폐병장이, 매독환자, 숱한 염문을 뿌린 스캔들의 주인공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치부된 일면이 있는 데다 남동생 운경의 월북으로 인한 연좌제의 멍에까지 염두에 두면 어머니 박세창 여사가 운경의 이름을 살아생전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은 것은 천재 이상을 보호하기 위한, 그리고 이상 문학을 보존하기 위한 무섭도록 냉철한 본능의 발로였는지도 모른다”면서 “객혈의 고통 속에서 훼손되어가는 육체를 통과한 이상의 자기 몰입은 한국문학사를 뒤흔든 희대의 천재 예술가를 낳았지만 그것을 지켜보아야 했던 가족은 말없는 연민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고 기술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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