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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전원 “원세훈 재판, 靑 개입 없었다” 이례적 유감 표명

입력 : 2018-01-23 21:30:23 수정 : 2018-01-23 21: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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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보고서 정면 반박 / “전원합의체 일치된 의견 선고… 사법부 내외 연락받은 적 없어” / 당시 재판 관여 7명 현직 근무… 입장 발표 적절성 의문 제기도
대법관 13명은 23일 대법원 공보관실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에 청와대 등 외부 입김이 작용했다’는 취지의 일부 언론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법관들의 집단적 입장 표명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 사법부 전체가 뒤숭숭한 가운데 ‘아직 진상규명이 다 끝난 것도 아닌데 섣부른 행동’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는 전날 “2015년 2월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가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뒤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에서 법원행정처로 강한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청와대가 “원 전 원장 재판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심리해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일부 언론은 ‘청와대가 대법원 재판에 영향을 행사하고 대법원이 이에 영향을 받았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대법관들은 입장문에서 “사건의 중요성까지 고려해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 사안으로 분류하고 관여 대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판결을 선고했다”며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 누구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달라 사법부 독립과 재판 공정성에 관한 불필요한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대법관들은 이날 오후 긴급 간담회를 열고 발표문 문구를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입장 표명에 참여한 대법관 13명 중 고영한·김창석·김신·김소영·조희대·권순일·박상옥 7명만 원 전 원장 전원합의체 재판 심리에 관여했다. 2015년 7월 이후 임명된 이기택·김재형·조재연·박정화·안철상·민유숙 6명은 심리에 관여하지 않았다. 판결에 참여한 이들 중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민일영·이인복·이상훈·김용덕·박보영 전 대법관 6명은 이미 퇴임했다.

이 때문에 ‘전원합의체 구성원 절반가량이 바뀌었는데 입장 발표가 적절한가’란 의문이 제기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당시 관여 대법관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한 현 대법관 모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진상규명이 다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입장을 내놓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대법관들 입장이 추가조사위 조사결과에 대한 평가는 아니다”며 “다만 사실과 다른 보도를 방치하면 대법원 재판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엄중함 때문에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혼자 입장 발표에서 빠진 점도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추가조사위를 꾸려 진상조사를 하도록 결정한 김 대법원장 본인이 조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듯한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서’란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대법원장은 대법관들과 별도로 추가조사위 조사 결과에 대한 최종 입장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청와대의 재판 개입 시도가 사실인지 진상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에서 “추가조사위 발표 내용처럼 대법원에서 일선 법원 판사와 개별 재판 동향을 파악하려 했다면 법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법부는 조사결과를 통해 확인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훈·장혜진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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