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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통상전쟁 방아쇠 당긴 트럼프…'관세 폭탄' 공격

입력 : 2018-01-23 18:25:46 수정 : 2018-01-23 22: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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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세탁기에 무조건 관세/ITC 권고안보다 더 강력한 조치/美 현지서 생산 늘려도 큰 타격/업계선 “최악의 시나리오” 우려/태양광도 수출 30% 급감 전망
TV·냉장고 등 확대 가능성도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결국 태양광·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기로 최종 결정하면서 우리 정부와 국내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권고안 수준보다 강력한 옵션을 시행키로 함에 따라 관련 업계 피해 역시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세이프가드는 세탁기의 경우 120만대까지 첫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첫해 50% 관세를 부과한다. 부품에도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을 5만개로 설정, 이 물량을 넘어 수입되는 부품에 첫해 50% 관세를 매긴다. 태양광은 셀과 모듈에 30%의 관세를 부과하고 셀은 2.5GW까지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TRQ를 설정했다.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을 최종 결정한 트럼프 대통령이 ITC 권고안보다 강력한 기준을 설정하면서 산업계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는 충격에 휩싸였다. 당초 ITC는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세탁기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권고했지만 최종 결정된 조치는 한국산 세탁기를 포함하기로 했다. 할당 내 물량인 120만대에 대한 관세 역시 무관세와 20% 관세로 의견이 갈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20만대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쪽을 택했다.

산업부는 할당 내 물량에 대해서도 20%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 기업의 수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TRQ 물량 기준인 120만대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전체 물량(약 300만대)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또 삼성과 LG는 현지공장 운영에 필요한 부품 조달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세탁기 부품은 세이프가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ITC 권고대로 부품 수입 규제도 강행했다. 예상보다 센 세이프가드 발동에 전자업계와 태양광업계 등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LA에서 파는 한국산 세탁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발동을 결정한 22일(현지시간) 미 로스앤젤레스 인근 전자제품 판매장에 삼성전자 등 한국산 세탁기가 전시돼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미국에 출하된 물량과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120만대를 수출해 일단 버틴 후, 올해 준공되는 현지 세탁기 공장의 생산으로 피해를 줄인다는 대비책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20만대 이내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 채택되면서, 미국 내 재고가 동나게 되면 당장 올해 수출 물량에 20∼50% 고율 관세를 물게 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삼성전자 세탁기의 혁신적인 기능과 디자인을 원하는 미국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부담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의 유통업체와 소비자”라고 지적한 뒤 “지역경제 및 가전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두 업체가 당면한 과제는 올해 시장에서 어떻게 버티느냐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세탁기 공장을 세우고 이미 제품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이 공장의 생산량은 연간 100만대로 가동이 정상화되면 세이프가드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세탁기 공장을 건설 중으로 당초 내년 초에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올해 4분기로 일정을 앞당겼다. 연간 생산량은 120만대로 미국 수출 물량을 대부분 소화할 수 있게 된다. 두 업체는 관세가 부과되는 부품도 현지에서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장이 정상 가동에 들어가도 경쟁력 손실을 피할 수는 없다.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해 세탁기 마진을 줄이거나 가격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 큰 우려는 미국의 세이프가드 확대 가능성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현지 세탁기 업체인 월풀의 세이프가드 요청을 받아들인 것을 계기로, TV·냉장고 등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 기업들이 한국 제품에 대한 제재 요청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업계 역시 지금껏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로 수출하던 태양광 제품에 최대 30% 관세가 붙으면 가격 경쟁력 저하로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미국 수출량이 최대 3분의 1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세이프가드 악재로 업체들은 유럽·일본·호주 등 미국 외 시장 개척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2016년 기준으로 미국은 모두 83억달러 상당의 태양광 전지와 모듈을 수입했으며 한국은 말레이시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약 13억달러의 태양광 제품을 미국에 팔았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금액 기준으로 15∼16%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번 세이프가드 발동으로 전반적으로 수입 부품 단가 등이 높아지면 미국 태양광 시장 규모 자체가 10∼30%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지혜·엄형준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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