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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골프선수 박세리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골프채를 휘두른 끝에 거둔 우승에 ‘IMF맨발신화’라는 찬사가 붙었다. 골프에 문외한이었던 국민들조차 맨발 우승 재방송을 보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그가 2016년 은퇴 때까지 미국에서 거둬들인 상금은 126억원. 생활고에 쪼들린 엄마들이 메이저 대회의 상금 규모를 보고 움직였다. 딸들을 골프연습장에 끌고 다닌 것. 박인비 등 ‘세리키즈’의 탄생 신화 배경이다.

야구선수 박찬호도 한국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메이저 리그에 진출했다. IMF 환란위기 때인 1997∼2001년 LA다저스의 1선발로 전성기를 누렸다. 2005년 메이저 리그 100승을 달성했다. 동양선수로 최다승 투수 기록을 남겼다. 그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벌어들인 총금액은 915억원.

스포츠 해외무대 진출의 원조는 축구계의 신화 차범근이다. 활동무대가 독일 분데스리가였고 해외스포츠 중계가 여의치 않았던 80년대에 선수생활을 하다 보니 국내에서는 팬덤이 형성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분데스리가 10년간 한 장의 옐로카드와 98골 기록으로 유럽팬들을 열광시켰다.

메이저 대회는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세계 최고의 선수를 골라내고 천문학적 규모의 상금으로 보상한다. 그렇지만 부수적인 자질도 요구한다. 언어능력과 매너이다. 2008년 미국 LPGA대회에서 우승했던 한국 낭자군들이 생중계 방송 카메라 앞에서 우물쭈물하자 주최 측이 영어테스트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국제무대 선수는 영어능력도 갖춰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

정현이 그제 호주오픈테니스 남자단식전에서 승리해 8강전에 진출했다. 그는 메이저대회 선수에게 기대되는 능력과 매너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시속 200∼150㎞로 네트를 넘나드는 테니스공에서 뿜어져 나오던 팽팽한 긴장감은 정현의 유창한 영어 인터뷰에 모두 녹아버렸다. 그가 생중계 방송의 마이크를 받아서 팬들에게 한국말 인사를 한 것은 한국 시청자들에게 자긍심마저 갖게 해주었다. 호주오픈 총상금 규모는 463억원. 이제 테니스 바람이 일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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