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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은 확바꾸자]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좀비기업’ 정리…문제는 관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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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3 20:22:37 수정 : 2018-01-23 20: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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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산업계 구조조정 〈끝〉/ 대출이자 충당 못하는 기업 3000여곳 / 부채율 415%… 금리인상 땐 연쇄부도 / 대우조선에만 ‘혈세’ 7조1000억 투입 / 정부, 지역에 영향력 크면 결단 회피 / 국민은 지원 당연시… 인식 전환 필요 / "금융위가 가진 구조조정 권한 폐지를"
관치 구조조정은 감동도 없고 효과도 없다. 구조조정은 미래지향적인 산업 생태계 혁신 차원에서 접근하고 실행돼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책은행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해 왔고, 이는 부실기업에 대한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국민 부담 가중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국책은행은 또 국책은행대로 출자 부실기업에 대한 관리 미흡으로 질타를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 집권 2년차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구조조정의 방향 정립이 시급해 보인다. 철저한 자구노력과 엄정한 손실분담을 통해 국민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이 향후 구조조정의 FM(Field Manual)이 되어야 한다. 지지부진한 산업계 구조조정의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거기 구조조정만 제대로 됐으면 우리 업계 전체가 지금보단 훨씬 사정이 나았을 거예요.”

최근 한 조선업계 관계자가 대우조선해양을 두고 한 말이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인 대우조선에는 2015, 2017년에 걸쳐 국책은행 공적자금 7조1000억원이 투입됐다. 국내 조선업계는 2016년 바닥을 찍은 수주 실적 탓에 올해 심각한 ‘일감 절벽’ 현상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이후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이전과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좀비기업’ 대우조선이 수주 물량을 나눠 가져가니 업계에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뿐이 아니다. 각각 공적자금 4조원, 2조원이 투입된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도 있다.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으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건 조선업계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3000곳 이상의 좀비기업이 있다. 좀비기업은 방치되면 한국 경제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 공정한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작동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구조조정 시스템은 정치 논리, 관치금융 등에 녹슬었다. 전문가들은 그 녹을 벗겨내기 위해선 국민 인식 변화,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업 10곳 중 1곳은 좀비기업

23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한계기업은 총 3126곳이었다. 대기업이 460곳, 중소기업이 2666곳이었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충당하지 못한 기업이다. 보통 ‘좀비기업’이라고도 불린다. 전체 기업 중 한계기업의 비율은 14.2%였다. 2012년 12%대였던 것이 2014년 이후 14%대까지 올라섰다. 한계기업의 부채비율은 2016년 기준 414.8%였다.

이처럼 상당한 수준의 좀비기업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그간 유지됐던 저금리 기조의 덕이 컸다. 그러나 올해부터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에 상시적 구조조정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당장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좀비기업의 연쇄부도가 시작돼 ‘제2의 IMF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망한 기업을 수시로 도려내지 않고 정부가 계속 끌어안고 가다간 나라 전체가 주저앉은 1998년 IMF시절과 같은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추진방향’을 발표하면서 △부실예방과 사전 경쟁력 강화 △시장중심의 구조조정 △산업·금융 측면의 균형 등 기본방향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구체적 내용이 부족하고 이전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 인식 전환… 관치금융 제어”

전문가들은 현 구조조정 시스템이 과도한 정치 논리로 오염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정상적인 시장경제의 원칙보다는 기업이 근거로 둔 지역 여론에 크게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호 특임교수는 “대우조선처럼 고용 규모가 크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기업은 어떤 정부도 자기 손으로 끝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정치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근대화하면서부터 국가 주도로 관리된 경제 형태였기에 큰 기업이 망하면 정부가 무조건 도와주는 걸 자연스럽게 여긴다”면서 “기업이 본인 결정에 따라 맞이하게 된 위기는 자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우리 국민이 받아들일 때 구조조정 시 정부의 정치적 판단도 자연스레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 논리가 구조조정 시스템에 작동하는 통로인 관치금융을 제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위원회가 가진 구조조정 권한을 빼앗아야 한다”며 기업구조조정촉진법 폐지를 주장했다. 전 교수는 “부도 기업에 대한 처리는 법정관리 제도를 통해 법원에서 이뤄지는데 행정부가 별도로 절차를 가지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금융 관료가 정권의 이익에 따라 기업의 구조조정을 제멋대로 주무를 수 있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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