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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삶의 마지막 순간 결정, 가족들이 해도 될까?

입력 : 2018-01-24 05:00:00 수정 : 2018-01-23 14: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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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다음달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에 들어갑니다. 법적으로 연명 의료는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연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합니다. 다만 아직도 환자들에게 연명 의료 중단이라는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와 가족에게 최대한 치료를 해주려는 우리 사회의 효(孝) 문화가 여전한 실정입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의 본격 시행까지 남은 기간에 준비해야 할 게 적지 않습니다. 우선 이 법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적용되지만,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뇌 손상으로 의식이 없고 운동기능도 상실했지만 자가호흡이 가능한 환자를 법 적용 대상으로 볼 것인지, 말기 암 환자 중 어떤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임종과정에 해당하는지 등의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환자가 사전 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의식불명에 빠졌을 때 가족들이 상속 목적이나 치료비 부담 등을 이유로 존엄사를 악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참여 의료기관이 10개에 그쳤던 시범사업 기간과는 달리 내달 본격적인 법 시행에 들어가면, 현장에서 여러 예기치 못한 혼선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계획서 작성 간소화와 의료기관 대상 집중교육, 대국민 홍보를 통해 혼선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엔 호스피스(죽음이 임박한 환자의 병고를 덜어주기 위한 보호) 시설 등 관련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정부는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존엄사를 택한 환자들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시행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시행된 시범사업이 지난 15일 종료됐다.

3개월여간의 시범사업 기간동안 약 80명의 임종기 환자와 8000여명의 일반인이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매달리기 보다는 존엄사를 선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합법적인 존엄사를 선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10월23일 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 12일까지 시범사업 참여 10개 의료기관 입원 환자 가운데 임종과정에 접어들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하겠다고 밝힌 사람은 80여명이다.

법적으로 연명의료는 환자들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연명의료결정법 3개월여의 시범사업 기간 종료

이들은 의사로부터 질병 상태와 치료 방법, 연명의료 시행·중단 방법, 연명의료계획서 변경·철회 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

계획서를 쓴 환자 절반 가량은 연명의료 중단·유보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관은 계획서를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선 환자에 대해서는 환자가족 2인 이상의 진술 또는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를 바탕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훗날 질병으로 임종기에 접어들었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 중단·유보 뜻을 미리 밝혀놓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19세 이상 성인은 지난 12일 기준 8523명이었다.

의향서 상담 및 작성, 등록 시범사업 기관이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각당복지재단 등 5곳에 불과한데도 작성자가 이처럼 몰린 것은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방증하는 결과라는 평가다.

건강한 이들의 높은 관심과 달리 환자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높지 않았던 것은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말을 꺼내기 힘든 사회적 분위기와 가족에게 최대한의 치료를 해주려고 하는 대한민국 특유의 효(孝) 문화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환자에게 연명의료 중단? 말 꺼내기도 어려운 현실"

정부는 다음달 4일부터 연명의료결정법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이를 위해 연명의료결정법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지역보건소와 의료기관, 공공기관, 비영리법인 등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으로 추가로 지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시범사업 종료 후 2월4일까지는 한시적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할 수 없다.

다만, 시범사업 기간에 이미 의향서나 계획서를 작성한 사람이 임종기 환자가 되는 경우에는 법 시행 전이라도 연명의료를 유보·중단할 수 있다.

정부는 의료계, 종교계를 포함하여 사회 각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우려 사항을 반영해 내달 법 개정에 나선다.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는 말기·임종기 환자뿐 아니라 수개월 이내에 임종과정에 있을 것으로 예측되는 환자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말기환자 진단 후 호스피스전문기관에서 지내는 환자에 대해서는 의사 2인이 아닌 1인이 임종기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개정 사항을 권고한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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