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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전설’ 넘어… 코트의 새역사 쓰다

입력 : 2018-01-22 23:51:39 수정 : 2018-01-23 07: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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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16강전 조코비치 3대 0 제압 / 감격에 겨운 듯 관중석 부모에 큰절 / “조코비치, 어릴적 우상… 팬들께 감사” / 24일 97위 샌드그렌과 8강서 맞붙어 올시즌 테니스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이 열린 22일 호주 멜버른 메인코트 로드레이버 아레나. 3세트 경기는 팽팽한 접전끝에 6-6으로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이어 4-6로 뒤지던 상황에서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세계랭킹 14위)가 날린 샷이 라인 밖에 떨어지자 대회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22세의 신예 정현(22·삼성증권 후원·58위)이 세계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하나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맞은편 코트에 서 있던 조코비치는 박수를 치며 향후 차세대 스타의 탄생을 축하했다. 정현은 감격에 겨운 듯 관중석에 있는 부모에게 큰 절을 올렸다. 

혼신의 백핸드샷 정현이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16강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의 경기에서 백핸드샷을 날리고 있다.
멜버른=AP연합뉴스
정현이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썼다. 정현은 이날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조코비치에 3-0(7-6<7-4> 7-5 7-6<7-3>)으로 승리를 거뒀다. 애초 이 경기는 조코비치의 승리 예상이 8대2에 이를 정도로 정현의 압도적 열세로 예측됐다. 조코비치는 공격과 수비가 모두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0년 이후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 라파엘 나달(32·스페인·1위), 앤디 머리(31·영국·19위) 등과 함께 남자 테니스 ‘빅4’의 일원으로 한 시대를 평정한 선수였기 때문이다. 메이저 12회, 마스터스 30회를 포함해 세계 남자테니스협회(ATP) 투어 68회 우승에 빛나는 조코비치는 그야말로 세계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하나다. 특히 호주오픈에서만 6번이나 우승했을 정도로 이 대회 절대강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기는 전혀 뜻밖의 전개로 이어졌다.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 7월 윔블던 이후 잠시 투어 활동을 중단했다 이번 대회에서 복귀한 조코비치가 초반부터 더블폴트를 남발하며 첫 두 게임을 내줬다. 첫세트 2-0 이후 조코비치가 곧바로 안정감을 찾았지만 정현도 기세를 잃지 않으며 첫 세트는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졌다. 정현은 첫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타이브레이크 스코어 7-4로 첫 세트를 따냈다.

경기 후 조코비치(오른쪽)가 정현의 손을 잡고 축하하고 있다.
멜버른=AP연합뉴스
2세트도 1세트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정현이 세트 초반 게임스코어 4-1까지 앞서며 조코비치를 압도했고 6-5 상황에서 조코비치의 서비스게임까지 브레이크하며 2세트까지 가져왔다. 로드레이버 아레나는 이변의 조짐 속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3세트에서는 정현이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면서 조코비치의 반격이 시작되는 듯했지만, 정현 역시 곧바로 상대 서브 게임을 가져와 균형을 맞췄다. 다시 타이브레이크에 들어간 정현은 3-3에서 내리 4포인트를 따내 3시간 22분 만에 ‘거함’을 격침시켰다. 정현은 2016 호주오픈 1회전서 당한 0-3 완패를 완벽히 되갚으며 자신이 2년간 엄청난 성장을 했음을 전 세계에 확인시켰다.

이날 승리로 정현은 한국 테니스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1981년 이덕희가 US오픈 여자부에서, 이형택이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부 16강에 진출한 것이 최고 기록이다. 생애 최초 메이저 대회 8강에 진출하며 랭킹도 크게 끌어올리게 될 전망이다. 현재 58위인 정현은 지난해 9월 기록한 44위가 최고 순위다. 대회 시작 전까지 랭킹 포인트 857점이던 정현은 메이저대회 8강 진출로 단번에 360점을 획득해 8강에서 탈락하더라도 40위 초반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여기에 4강 진출 전망도 밝다. 정현은 8강에서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97위)을 상대로 4강 진출을 다툰다. 정현과 함께 이변 대회에서 이변을 연출해낸 또 다른 주인공이긴 하지만 경력 자체는 정현에 비해 크게 밀린다. ATP 투어보다 한 등급 아래인 챌린저 대회에서 주로 활약했던 선수로 세계 랭킹 100위 벽을 깬 것이 지난해 9월일 정도로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지난 9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ATP 투어 ASB클래식 1회전에서 정현이 2-1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다만, 올해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이번 대회 2회전에서는 세계 랭킹 8위 스탄 바브링카(33·스위스)를 3-0(6-2 6-1 6-4)으로 완파하고 16강전에서도 세계랭킹 5위 도미닉 팀(25·오스트리아)을 돌려세우기도 했다.특히, 16강전에서 에이스 20개를 터뜨리는 등 서브가 강력해 차분한 리턴게임이 각별히 요구된다.

정현의 8강 경기는 오는 24일 열린다. 정현은 경기후 장내 인터뷰에서 “조코비치는 어릴 때 내 우상이었다. 그를 따라 한 덕분에(날카로운 샷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한국에서 보고 계신 팬분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아직 안 끝났으니까 수요일 좀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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