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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禹, 전원 합의체 요구에… 행정처 “재판 결과 예측불허에 불안”

입력 : 2018-01-22 18:39:20 수정 : 2018-01-23 09: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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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후폭풍 예고 / 원세훈 항소심서 징역형 받고 법정구속 / 법원행정처, ‘靑에 상세입장 설명’ 대응 / 우병우, 상고심서 전원합의체 회부 의견 / 대법 전원합의체 무죄 취지로 뒤집어 / “상고법원 설치 빌미 靑·대법원 거래 의혹” / “靑에 의례적 답변 불과" 의견도 제기 / 민변 "관련 법관 형사적 책임져야" “사법부가 사실상 청와대의 하부 기관처럼 행동하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22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 내용 등을 공개하자 법원 안팎에선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특히 2015년 당시는 대법원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 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관철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던 시기라는 점에서 ‘상고법원을 빌미로 양 측이 모종의 거래를 시도하려 했던 것 아니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흔들리는 대법원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공개된 2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 게양된 태극기와 법원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추가조사위는 이외에도 법원행정처가 정당한 절차 없이 판사들의 동향 파악, 성향을 분석한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제기됐던 ‘블랙리스트’가 나오지 않은 데 대해선 “블랙리스트 개념에 논란이 있으므로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한발 물러 선 태도를 취했다.

◆“상고법원 도입 위해 청와대 눈치보기” 비판 목소리

원 전 원장은 2015년 2월 9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던 1심 판결을 뒤집고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판결이 나오자 청와대가 당황하고 있다는 동향 정보가 법원행정처 문건에 적혔다.

문건에는 “민정라인은 ‘판결 자체에 대응 방법이 마땅한 게 없다’는 게 답답한 입장”이라며 “법원행정처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통해 사법부의 진의가 곡해되지 않도록 상세히 입장을 설명함”이라고 내부 대응 상황을 기록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와 관련한 청와대의 요청 사항도 담겼다. 문건에는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했으며 “곽상도 법무비서관은 전원합의체 회부는 오히려 판결 선고 지연을 불러올 가능성 있음을 피력했다”고 적혔다.

아울러 “향후 정무적 대응 방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상고심 처리를 앞두고 있는 기간 동안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하는 방안 검토 가능”이라고 적시해 원 전 원장 사건이 상고법원과 연결돼 있는 문제임을 드러냈다.

대법원은 이후 우 전 수석의 희망대로 원 전 원장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대법관 만장일치로 2심의 유죄 판결을 무죄 취지로 뒤집으며 파기환송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이에 대해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숙원사업으로 추진하던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 눈치를 봤고, 청와대는 그걸 이용해 원세훈 판결에 영향을 행사하려 했으며, 행정처는 그걸 맞춰주기 위해 그런 일들을 하지 않았나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물론 법원 일각에서는 문건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에 의례적으로 답변한 것에 불과하며 실제 재판부 의중을 알아봤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기에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추가조사위, “동향파악, 성향분석 문건 다수 발견”

추가조사위는 이날 명시적인 사법부 블랙리스트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신 “인사나 감찰 부서에 속하지 않는 사법행정 담당자들이 법관 동향이나 성향 등을 파악해 작성한 문건이 다수 파악됐다”고 밝혔다.

즉 특정 판사들의 성향을 정리한 후 이를 인사에 반영하는 등의 불이익을 준 정도는 아니지만, 대법원장이나 행정처의 사법행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대법원 판결을 비판한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한 문건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추가조사위는 내부 사법행정위원회의 개선을 요구하는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해 핵심그룹이 다수 판사의 호응을 얻지 못하도록 고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문건을 공개했다. 또 ‘법관의 업무영역 외 언행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므로 공식적·비공식적 방법으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하도록 한 문건, 일선 판사들이 포털 등에 개설한 익명 게시판 현황을 파악해 대응을 담은 문건 등도 발견됐다. 사법행정상 필요성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지만, 적절성을 두고서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추가조사위는 “대응방안의 실행이나 성공 여부를 떠나서 그 자체로 부적절한 사법행정권의 행사이고 부당한 개입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문건 작성 경위와 목적, 지시 및 보고 체계 등을 추가로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해당 행위는 직권남용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증거인멸죄에 해당한다”며 “관여 법관들에 대한 징계는 물론이고 형사상 책임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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