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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경기 北 선수 3명 출전… ‘정치적 희생양’ 된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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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1 18:49:39 수정 : 2018-01-21 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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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 총 엔트리 수 35명으로 크게 늘어 / 北 당초 5∼6명 요구 IOC도 압박 / 아이스하키계 “감독 전권 줘야”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회의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엔트리가 35명으로 대폭 늘었지만 북한 선수가 매 경기 최소한 3명이 출전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한국 선수 3명은 벤치를 지키는 ‘정치적 희생양’이 된 셈이다. 더구나 애초 5∼6명으로 예상됐던 북한 선수가 12명이나 가세해 합동훈련에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이에 아이스하키계는 “상식을 뛰어넘는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2017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Ⅱ 그룹 A 대회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이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는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출전 선수의 규모가 최대 난제로 다뤄졌다. 북한이 5∼6명의 선수를 경기에 출전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이를 수용하라고 한국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 실무협상에 참여한 김기홍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차장은 “아이스하키 출전 선수 5명을 보장하라는 북한과 이를 수용하라는 바흐 위원장에 맞서 우리 대표단은 배수진을 치고 3명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김일국 북한 체육상,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왼쪽부터)이 지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를 마친 뒤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잔=EPA연합뉴스
하지만 실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엔트리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22명이다. 출전 엔트리 중 최소 3명을 북한 선수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한국 선수 3명은 경기에 뛸 수 없다. 이에 남북 합의는 사실상 경기 운용의 자율성을 박탈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새러 머리(30·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지난 16일 남북 단일팀이 조직력 약화를 부를 수 있다며 “만약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나에게 북한 선수 기용과 관련된 압박은 없길 희망한다”며 강한 어조로 소신을 밝혔다. 따라서 결국 북한 선수 3명을 무조건 경기에 출전하도록 결정한 것은 감독의 경기 운영을 매우 어렵게 만든 압박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더구나 평창올림픽 첫 경기는 오는 2월 10일 열리는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이다. 북한 선수 12명이 대거 합류하게 되면서 머리 감독은 채 2주도 남지 않은 짧은 시간에 추가된 선수의 기량과 컨디션을 두루 파악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북한 선수와의 합동훈련 장소는 진천선수촌이 가장 유력하지만 북한 선수의 합류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손발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새러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이 지난 1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문제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국내 아이스하키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 관계자는 “상식을 벗어난 결정이다. 팀 조직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머리 감독에게 어떤 선수를 골라서 경기에 내보낼지 전적인 권한을 줘야 한다. 감독에게 북한 선수 출전 여부로 정치적인 부담을 안 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지난 18일 발표된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아쉽게 탈락한 이민지(27)도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장문의 글을 올려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아이스하키 유망주 출신인 이민지는 2014년 머리 감독 부임 이후 주전 공격수로 활약해 왔다. 그는 “이제 잃을 것이 없는 제가 목소리를 내볼까 한다. 올림픽 명단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솔직히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웠다. 선수에게는 게임을 뛰는 1분 1초가 소중한데 단 몇 분이라도 희생하는 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이민지의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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