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혜화경찰서는 21일 서울장여관 화재로 숨진 6명 가운데 3명은 박모(34·여)씨와 박씨의 14세, 11세 딸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참혹한 현장 20일 새벽 방화로 불이 나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5가의 여관 화재현장을 경찰 관계자들이 차단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씨의 남편과 다른 사망자 이모(61)씨, 김모(54)씨 등의 유족들은 이날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2도 화상을 입고 연기를 마신 채 구조된 다른 김모(54)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부상자 4명 중 3명은 신원을 확인하기 힘들 정도의 화상을 입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 남성 투숙객은 2년 전부터 이곳에서 묵으며 일용직 근로를 해왔으며, 또 다른 남성은 3일 전 장기투숙을 하려고 여관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달방’으로도 불리는 장기투숙은 월세 보증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허름한 모텔이나 여관 등에서 객실 요금을 선불로 내고 일정 기간 묵는 형태를 말한다. 서울장여관의 장기투숙객들은 매월 45만원씩을 내거나 여관 주인과 협상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2층에서 뛰어내려 투숙객 중 유일하게 큰 부상을 면한 최모(53)씨도 직장이 가까워 이 여관에서 월세 45만원을 내고 수개월째 장기투숙을 하고 있었다.
여관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유모씨가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날 화재는 새벽에 일어났고, 인화물질인 휘발유가 사용된 데다 건물이 50년 이상돼 노후한 점 등 여러 요인이 겹쳐 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여관은 연면적 103.34㎡의 벽돌·슬라브 건물로, 지상 2층 규모로 객실 출입문은 나무이고, 건물 용도와 연면적상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도 아니다. 옥상에는 창고용 가건물이 있어 투숙객들이 대피하지 못했고, 후문이 있지만 거의 쓰지 않아 찾기 어려웠다. 사실상 유일한 대피로인 입구가 불길에 휩싸인 상황에서 투숙객들의 피신이 한층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옥상 건물 설치에 위법성이 있는지 추후 확인할 계획이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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