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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밤 현송월 방남 연기 소동에 언론 탓만 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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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2 00:06:54 수정 : 2018-01-22 00: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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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일방적으로 일정 하루 늦춰
정부는 입도 뻥끗 못하고 수용
단호하고 당당한 협상자세 중요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어제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남측을 방문했다.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예술단이 서울·강릉에서 공연하기로 한 남북 실무접촉 합의에 따라 이틀간 머물면서 공연장들을 둘러보고 남측과 공연 일정 등을 협의한다. 경의선 육로가 열린 것은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처음이며, 문재인정부 출범 후 북측 인사가 남측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사전점검단 방남이 이뤄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그제 방남할 예정이었으나 북측이 전날 밤에 돌연 파견 중지를 통보해 혼선이 일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계획 자체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사전점검단이 하루 늦게 방남해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북측은 이에 대해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사전점검단 파견 중지 사유를 알려달라는 우리 정부의 요청도 묵살했다. 안하무인격 태도다. 남한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북측의 일방적인 일정 변경을 받아들였다.

뿐만 아니라 엉뚱하게 언론 보도 태도에 화살을 돌렸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그제 사전점검단 방남 연기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일부 언론 등에서 과도하게 추측성 보도나 비판적 보도를 하는 것”을 문제 삼으면서 평창올림픽 개회식 때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는 데 대한 비판 보도 등을 예로 들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어제 “괴뢰보수언론들의 무례무도한 여론 오도 행위”라고 비난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정부는 북측엔 아무 말 못하면서 언론 보도 탓만 하는 꼴이다. 이러니 북측에 끌려다닌다는 말이 나온다.

그제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에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방식이 확정됐다. 북한 선수단 규모는 5개 종목 선수 22명을 포함한 46명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하되 경기당 3명만 출전한다. 우리 선수들의 희생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대회 일정이 워낙 촉박해 훈련 부족에 따른 전력 약화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온라인에선 “역사의 명장면을 만들기 위해 수년 동안 땀 흘린 선수들을 희생시킨 것”이라는 등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세다.

청와대는 어제 북한의 올림픽 참가 방식 확정과 관련해 “평화올림픽 정신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징검다리를 놓은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17일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좋은 출발이 될 것”이라고 했다. 평창이 남북관계의 징검다리가 되자면 북측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지만 우리 측의 단호하고 당당한 자세도 중요하다. 북한에 끌려다니는 협상 자세로는 향후 회담에서 북 핵·미사일 문제에 관해 입이나 뻥끗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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