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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아주머니 배고파요" 밥 한 끼에 눈치 보는 아이들.."방학이 싫어요"

입력 : 2018-01-21 15:00:00 수정 : 2018-01-22 1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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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푹 숙인 아이들 / 어른들 눈치에 소심해져 가는 아이들 / 밥도 허겁지겁 먹어 / 잃어버릴까 봐 손에 꼭 쥔 급식카드 / 배고픔을 참는 것이 일상화 / 초등학생이 혼자서 밥 먹기에는 힘든 음식점 / 급식카드 20~40% 쓰지도 못한 채 '소멸'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카페에서 고 모양이 고사리손으로 급식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잃어버릴까 봐 손에 꼭 쥔 급식카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편의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바쁜 발걸음으로 편의점 앞을 지나고 있었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고개 숙인 한 아이. 12살인 고 모양은 익숙한 듯 혼자서 삼각 김밥과 흰 우유를 손에 꼭 쥔 채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어느 아이와 다른 얼굴. 밝고 장난기 가득한 나이에 뭔가 움츠린 듯했다.

고사리손으로 보여준 급식카드. ‘잃어버릴까 봐’ 목걸이 지갑에서 급식카드를 어렵게 꺼내 보여주었다. 보여주기 싫은 듯 손에 움켜쥐었다. 한창 엄마 품에 안겨 반찬 투정을 해야 할 어린 나이에 세상을 안 듯 부끄러움과 초조함이 얼굴에 가득했다.

빠듯한 생활 탓에 끼니를 제대로 못 챙겨준 어머니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고 양은 교장 선생님의 추천으로 아동 급식카드를 발급받았다. 아동 급식카드 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어머니는 교장 선생님이 고마울 따름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편의점에서 고 모양이 익숙한 듯 혼자서 삼각 김밥과 흰 우유를 손에 꼭 쥔 채 테이블에 앉아 있다.

어른들 눈치에 밥 한 끼 사 먹기에도 빠듯한 5,000원이지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고 양은 음식점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가 음식점에 들어가 끼니를 해결하기에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동 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은 한정되 있고, 한창 장사할 시간에 어린아이가 혼자서 밥을 먹기도 힘들뿐더러 4인석 테이블을 혼자서 밥을 먹기도 눈치 보이기 때문이다.

고 양이 찾는 곳은 편의점뿐. 편의점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메뉴도 한정되 있어 먹고 싶어 참아야 한다.

고 양은 먹고 싶은 메뉴가 있어도 선택할 수 없다. 하루에 쓸 수 5,000원. 하지만 다 써 본 적이 없다. 가격에 맞게 카드가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소멸되지만 어쩔 수 없다.

고 양은 왜 편의점만 찾는 걸까? 아무 식당에서나 급식카드가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사전에 협의가 된 음식점만 급식 카드를 사용 할 수 있다. 턱없이 부족한 가맹점 그리고 어린 아이가 혼자서 밥 먹기에는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가맹점 관리. 세심한 관리 부족으로 고 양 같은 어린아이들의 상처는 더욱 깊어간다.

고 양의 어머니는 한 달에 12만 원이 충전되지만, 평균 4~5만 원은 쓰지 못한다고 했다. 가격에 맞게 쓸 수 있는 메뉴가 없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김 모 씨는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손을 잡고 집으로 가고 있다.

고 양의 어머니 김 씨는 “걱정도 되고 해서 편의점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합니다. 편의점에서도 도시락은 먹지 말라고 합니다. 기름기 가득한 도시락이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차라리 우유랑 삼각 김밥만 먹으라고 합니다.”고 했다.

이어 “급식카드가 쓸 수 있는 음식점 목록을 받았지만, 메뉴도 정해져 있습니다. 집에서도 멀고 애들이 너무 어리고, 무시당할까 봐 무서워서 멀리 못 보냅니다.”며 힘겹게 말했다.

지원대상(아동복지법 시행령 제36조 제1항)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수급자나 「한부모가족 지원법」 제5조에 따른 보호대상자인 아동 등 저소득층에 해당되는 아동 중에서 결식 우려가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급식 지원을 하여야 함.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김 모 씨는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손을 잡고 집으로 가고 있다.

지원 연령 : 18세 미만의 취학 및 미취학 아동(아동복지법 제3조)
다만, 18세 이상인 경우에도 고등학교 재학 중인 아동을 포함하며, 18세 미만인 학교 탈락 아동의 경우에도 지원.

급식카드의 지원 단가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시는 5,000원, 경기도는 4,500원이며, 나머지 15개 시·군은 4,000원 이하이다.

서울시의 급식카드 이용 아동은 2만 7,000명이 넘지만, 가맹점은 1,900여 개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에서 이용하는 아동이 70%가 넘는다.

아동 급식 지원은 정부와 지자체 세심한 역할이 중요하다. 일부 가정은 아동 급식카드 재도 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자체는 단순 행정 지원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 재도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편의점에서 고 모양이 익숙한 듯 삼각 김밥과 흰 우유를 보여 주고 있다.

충전된 12만 원 중에서 4~5만 원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이들이 사용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을 못 하는 환경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지자체에서 메뉴나 품목 등을 세심하게 신경을 써 급식카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혜택 가정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대상자에게는 카드 사용에 대한 교육을, 가맹점 업주들에게는 서비스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창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할 나이에 끼니를 걱정한다면 어떨까요? 고개 숙인 아이들.  어린 아이들이 눈치를 보며 끼니를 해결 하는 모습은 사라져야 합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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