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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정책을 쥐락펴락하는 인사다. 그제 서울 관악구의 작은 김밥집을 찾았다. 최저임금 인상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다. 숱한 장·차관을 제쳐두고 청와대 비서인 정책실장이 그곳에 간 이유는 뭘까. 최저임금 인상과 수반되는 각종 정책을 주도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장 실장의 인사에 종업원 왈, “말씀하세요 간단하게.” “요즘 장사 안 돼서 짜증나 죽겠는데…”라는 말에 “왜 짜증나셨어요”라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 “당연히 짜증이 나는 거죠. 종업원도 장사가 잘돼야 마음 편하지요.” 일자리 안정기금을 자세히 설명하려 하자 또 이런 말을 했다. “저기 있잖아요.” 종업원은 가게 건너편 현수막을 가리켰다.

반갑지 않았던 모양이다. 최저임금을 올려줬으니 환대받을 것이라 장 실장은 생각했을까.

왜 이런 장면이 연출됐을까.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밤늦게 돌아와 하는 말, “오늘 손님 엄청 많았어요!” 표정이 밝다. “오늘은 손님이 없어서….” 십중팔구 풀이 죽었다. 김밥집 종업원의 마음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임금 올려준다”는 말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최저임금 인상 대선공약. 표 때문이다. 올리고 나니 문제가 곳곳에서 터진다. 당·정이 콩 볶듯 쏟아내는 후속 대책들. 한 해 내내 최저임금 인상을 외치면서 그동안 무엇을 했나. 이런 ‘아마추어 정책’이 또 어디 있을까.

자영업자는 지난해 8월 기준 569만명에 이른다. 156만명은 직원을 두고, 413만명은 나홀로 자영업을 한다. 가족일을 돕는 사람은 116만명. 직원을 둔 사람만 상처받았을까.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나도 사람을 써보겠다”는 작은 꿈마저 깨진 나홀로 자영업자의 심경은 어떨까. 일자리 안정기금 문턱을 낮추면 될 것 아니냐고? 4대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무엇으로 고용 여부를 확인하나.

대통령 지지율이 일주일 만에 6%포인트 추락했다. 남북단일팀, 비트코인 때문일까. 자영업자는 가족생계를 걱정하고, 종업원은 실직을 걱정한다. 청와대로 돌아간 장 실장은 무슨 생각을 할까. 김밥집 종업원이 말을 끝까지 들어줬으니 “이제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할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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