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인 스키 아사 밀러(18)는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유일한 필리핀 선수다. 필리핀은 1972년 삿포로대회 때 처음 동계올림픽에 선수를 보냈다. 한동안 동계올림픽과 인연이 없던 필리핀은 1988(캘거리), 1992(알베르빌)에 연속 참가하고 자취를 감춘 뒤 2014 소치 때 다시 얼굴을 내밀었고 이번이 다섯 번째 동계올림픽 참가다.
고교생인 그는 미국 오리건에서 태어난 필리핀-미국 이중국적자다. 막 걸음마를 할 무렵 폴대를 잡은 그는 여섯 살에 처음 대회에 참가했다. 지난 9년간 고향인 오리건 매도우레이스팀 소속으로 설원을 누비고 있다. 미국 대표로 나서기엔 실력이 부족해 필리핀 국기를 달고 평창 무대에 선다.
하지만 동계 스포츠 불모지인 필리핀에서는 그를 재정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자비를 들여 올림픽에 참가해야 하는 그는 지난 5일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 펀드 미’에 ‘평창동계올림픽에 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2018 동계올림픽에서 필리핀 대표로 스키 경기에 참가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당차게 자신을 소개했다. 7350달러(약 787만원)가 목표액인데 18일 오후 4시 현재 1325달러(약 141만원)까지 모았다. 그는 최근 자신이 재학 중인 링컨고교 소식지 인터뷰에서 “내 실력이 비록 뛰어나진 않지만 세계무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이 경험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동계 무대에 데뷔한 태국은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다. 이날까지 남자 알파인스키에서는 니콜라 자논(22), 크로스컨트리에서는 마크 찬롱(23)과 카렌 찬롱(22)이 출전을 확정했다. 크로스컨트리에 이름을 올린 두 선수는 남매다. 이탈리아 그레소네이라트리니테 태생인 이들은 태국-이탈리아 이중국적자다.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활약하던 이들은 2016년부터 태국 국적으로 각종 세계 대회에 출전 중이다. 이들의 부모는 지원 스태프로 늘 동행한다. 마크 찬롱은 태국 언론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훈련 캠프와 대회에 늘 함께한다. 우리는 가족팀이기에 매우 특별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불모지인 싱가포르는 이번이 동계올림픽 첫 출전이다. ‘쇼트트랙 여제’ 전이경(42) 감독이 2015년 쇼트트랙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선수들 기량이 늘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여자 1500m에 샤이엔 고(19)가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3차 월드컵 1500m에 나선 고는 예선에서 다른 선수들이 엉켜 넘어진 덕에 준결선에 진출하면서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는 행운이 따랐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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