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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30년 만의 올림픽 손님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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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18 21:05:37 수정 : 2018-01-18 23: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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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터키 이스탄불에 갔을 때다.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 성당, 지하궁전 등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건축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케밥과 떡갈비와 비슷한 쾨프테 등의 음식도 입맛을 유혹했다. 시간이 흘러 당시를 되돌아보면 건축물과 음식 등에 대한 기억보다 이스탄불 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따로 있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던 중 직원 한 명이 유독 쾌활하게 웃으며 말을 걸었다. 처음엔 ‘어디에서 왔냐’, ‘이스탄불에서 어디를 봤냐’ 등 뻔한 레퍼토리로 말을 이어갔다. 식당을 찾은 외국인에 대한 관심 정도로 생각했다. 간단한 얘기만 주고받을 줄 알았던 그와의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 해맑게 웃으며 한국에 대한 얘기를 좀 더 하던 그는 식당 자랑을 이어나갔다. 심지어 주방으로 데려가더니 다른 직원에게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라고 소개한 뒤 함께 기념촬영까지 했다. 서로 유창하진 않은 영어로 이런저런 말들을 이어가는 것이 어색했지만, 생면부지 외국인에게 밝게 웃으며 다가와 관심을 표한 현지인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여행에서 현지인과 말을 나누는 경우는 물건을 살 때나, 식당에서 음식 주문을 할 때 등이 대부분이다. 기념품가게에서 친지에게 줄 선물만 사거나, 식당에서 음식 사진을 찍고 식사만 하고 나온다면 이걸로 여행지에 대한 기억은 끝이다. 반면, 상점이나 식당에서 현지인과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눈 뒤, 돌아오면 에피소드가 된다. 친구들에게 여행 추억을 얘기할 때 기념품만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시 직원이 어땠는지, 어떤 얘기를 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하게 된다.

터키뿐 아니라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도 다르지 않다. 나라마다 다양한 건축물과 풍광 등에 감탄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사람이다.

다음달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릭픽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88서울올림픽 이후 딱 30년 만이다. 개발도상국 시절 서울올림픽을 개최했을 때는 생소한 외국인에 대한 동경, 환상, 경계 등으로 부자연스럽고, 어색하고 경직되게 맞이했다.

이귀전 문화부 차장
30년이 지나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은 다르다.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어느 나라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나라가 됐다. 무엇보다 많은 외국 여행의 경험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사라졌다. 지난해만 연인원 2600만명이 외국을 나갔다 왔다. 외국이 우리와 크게 다를 것 없다는 것을 대부분 안다. 동네 이웃이 찾아온 것처럼 외국인을 대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생긴 셈이다.

올림픽 때까지 새로운 시설을 짓는 등 물리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없다. 이런 품을 들이지 않고 달라질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다. 우리가 외국인을 대할 때 모습이다.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면 그저 간단히 손 한 번 들어주거나, 슬쩍 미소 정도만 지어주면 된다. 가볍게 인사를 하거나 좀 더 적극적으로 길을 몰라 서성대는 외국인을 봤을 때 길을 알려주면 더욱 좋다. 각자의 이런 행동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의 모습이 될 것이다.

이귀전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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