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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시급 1만 5000원 주면서도 이익 내는 편의점 비결…"변해야 산다"

입력 : 2018-01-18 14:56:48 수정 : 2018-01-19 09: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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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국에는 무려 5만 5000여 곳에 이르는 편의점이 영업 중이다.
편의점 포화상태와 더불어 일손 부족으로 한국 최저임금의 2배가 넘는 시급을 인건비로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 편의점주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 하루를 바쁘게 살고 있다.

단지특화형 편의점 모습 일반 편의점과는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이들에겐 경쟁에서 살아남을 무기가 있다. (사진= TV도쿄 방송화면 캡처)
■ ‘단지특화형 편의점’…주민들은 환영
지난 2016년 7월 일본 편의점 대기업 3사와 임대주택운영 기구인 도시재생기구(이하 기구)가 제휴를 맺어 ‘단지특화형 편의점’이란 새로운 개념의 편의점을 지난해 4월 도입했다.

단지특화형 편의점은 임대주택 세대의 구성과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편의점이다.
기업과 기구는 주민구성원을 파악하고 이들이 요구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또 각종 편의를 위해 지역 업계와 협력하여 단순 물건을 사고파는 편의점에서 지역주민들의 ‘편의장소’로 변신하여 경쟁력을 높인 게 특징이다.

문턱을 낮추고 차별화로 경쟁력을 확보한 결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발길을 이끌어 매출은 개점 후부터 계속 증가하고 있다.

■ 단지특화형 편의점 특징1…“가깝고 편리하다” ‘쇼핑난민‘의 이용편리 향상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편의점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약 132㎡ 매장에 진열된 상품 일부와 서비스는 노인과 육아세대에 초점을 맞춰 ‘쇼핑난민’을 줄이는 데 역점을 뒀다.

쇼핑난민이란 물건을 구매하는데 경제적 여유가 아닌 시간적, 물리적인 어려움으로 필요한 물건조차 쉽게 구매하기 힘든 사람들을 말한다.
노인의 경우 거동에 제약 또는 불편하고, 임신부나 아기를 돌보는 엄마들은 아기를 돌보고 있어서 쇼핑이 부담으로 다가온다.

편의점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하여 제품 선정에 힌트를 얻고 여기에서 니즈가 많은 제품을 우선 배치했다. 또 상품 입고를 알리기 위해 전단을 각 가정에 배포하며 500엔 이상 주문시 무료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노인이나 육아 중인 여성들은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물건을 손쉽게 주문하고 빠르게 전달받을 수 있으며, 편의점은 단지 내 위치한 특성상 배달에 걸리는 시간과 부담이 적다는 특징을 가진다.

온라인쇼핑의 편의를 한층 강화했다고 생각하면 쉽다.
각 세대로부터 요구를 수집하고, 얻은 정보를 반영했다. 부가적인 서비스는 주민들의 편의를 향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 ANN 방송화면)
■ 단지특화형 편의점 특징2…“단지 주민의 생활서비스 창구가 되다”
편의점은 단지 관리사무소 업무 일부를 대행한다.
관리사무소의 경우 근무시간이 한정되어 오후 6시 이후로는 이용할 수 없는 제약이 따르지만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은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다.

편의점과 관리사무소의 공동작업은 전출입 등의 다양한 신고, 수리 및 보수 등의 접수창구 역할을 하며 자녀가 열쇠를 두고 간 경우 열쇠보관소로도 이용할 수 있다.

또 가사도우미, 야간 방범·방재소, 세탁 및 수선, 배달 등 작지만 생활에 필요한 일들의 처리가 가능하며, 편의점 기업이 운영하는 전문 상담창구를 통해 의료, 세금, 노인복지, 출산 육아, 고민 상담 등을 할 수 있다.

입주자들은 운영 시간 외 발생한 민원과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고, 멀리 떨어진 상가나 연락처, 위치를 몰라 헤맬 필요가 없는 등 생활편의가 한층 높아졌다는 의견이다.

처리하는 서비스 개수만 놓고 보면 직원 수십명을 놓고 운영해야 할 거로 보이지만, 관리사무소 일은 서류를 대신 받아 보관하는 것이며, 인근 상가와 연계해 허브역할을 하는 것이다. 
노인·장애인을 위한 화장실 설계. 일반인부터 몸이 불편한 어르신까지 폭넓게 수용할 수 있다. (사진= 동양경제기사 캡처)
일반 편의점과 비교해 물건 구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1인가 구를 위한 제품도 준비되어 있다. (사진= 동양경제 캡처)
■ “높은 존재 가치와 기대감“
단지특화형 편의점의 등장은 우후죽순 늘어난 편의점 간 과열경쟁 외에도 지역 현실을 반영했다.
지역은 상점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들의 고령화로 잇단 폐점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먼 곳에 있는 상점을 이용해야 했다. 또 불 꺼진 상점의 증가는 주변을 어둡게 만들어 강도 사건이 발생하는 등 크고 작은 문제를 낳았다.

지역주민 요코야마 씨는 편의점이 아닌 편의 장소라고 말한다.
그는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편의점에 들러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며 "직원 중에는 단지에 사는 사람도 있고 지역에서 주최하는 축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편의점은 모두에게 인기 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역은 고도경제성장기 형성되어 당시만 해도 수십 개 상점이 들어서며 활기를 띤 곳이었다.
그 후 대형 슈퍼마켓과 인터넷 쇼핑 등으로 영업환경이 변화하여 한때 위기에 처했지만, 차별화와 다양한 서비스를 내세운 결과 지역 주민의 편의 장소로 거듭나며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물건을 사고판다는 획일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변화에 적응하고 이용자에게 다가선 이들의 노력은 매출증대라는 이익을 안겨줬다. 변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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