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떠났다’는 표현은 더는 자신의 의지대로 손 쓸 방도가 없을 때 사용한다. 그러나 컬링은 예외다. 스톤이 투구자의 손을 떠나면 누구도 손댈 수 없지만 선수들은 이같이 의미 모를 단어들을 외치며 분주하기 그지없다.
스윕, 헐, 워워, 업 등은 팀 스킵(주장)이 나아가는 스톤 앞에서 열심히 비질하는 두 스위퍼에게 내리는 지시다. 컬링 경기장은 스톤과의 마찰력을 키우기 위해 경기 시작 전 빙판에 물을 뿌려 수많은 얼음 알갱이(페블)를 만든다. 비질(스위핑)은 이 알갱이들을 닦아내 빙판을 매끄럽게 하는 일로, 보통 스위핑을 할 경우 스톤을 약 3∼5m 정도 더 나아가게 하거나 진로를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스윕(swip)은 비질 시작을, 헐은 허리(hurry)의 준말로 비질을 더 빠르게, 워워는 비질을 느리게, 빗자루를 들어 올리라는 뜻의 업(up)은 비질을 멈추라는 지시다. 스톤이 미끄러져 나가는 시간은 약 15∼30초 정도, 스킵은 투구 즉시 스톤의 속도나 방향을 살펴 즉각적인 지시를 내려야 한다. 이에 지시어 또한 두 글자 이하로 짧거나 ‘워워’ 같은 직관적인 의성어가 대부분이다.
컬링 남자대표팀 주장 김창민이 지난해 11월 호주에서 열린 2017 아시아태평양 컬링 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투구를 한 뒤 빙판 상황을 살피며 스위퍼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세계컬링연맹 제공 |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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