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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체코·슬로바키아] 광장으로 통하는 왕의 길 따라 ‘프라하의 봄’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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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19 10:00:00 수정 : 2018-01-17 20: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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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축제가 열린다
프라하 카를교를 찾은 빨간 머리띠를 두른 수학여행 온 학생들.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11시간 남짓 날아 ‘프라하의 봄’이 개막하는 5월 12일에 맞춰 프라하에 도착했다. 프라하 입국 후 공항에서 호텔까지 이동은 택시를 이용했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공항 터미널에서 공항급행버스를 탑승하면 된다. 하지만 호텔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하차 후 다시 짐을 들고 도보로 10분 정도 걸어야 된다. 여행 첫날부터 매끄럽지 못한 옛 도로 위로 무거운 짐을 끌고 다녀야 할 생각을 하니 여행가방에 달린 바퀴의 덜커덩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첫날부터 너무 힘을 빼는 것 같아 망설임 없이 택시를 탔다. 시내 중심가에 예약해둔 호텔까지는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친절하고 덩치가 큰 믿음직스러운 기사 아저씨가 차 뒤 트렁크에 짐을 실어준다. 동양에서 온 낯선 관광객을 위해 시내 진입할 때까지 관광 가이드처럼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준다.

체코 ‘프라하의 봄’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리는 시민회관 주변은 개막식에 참석하려는 관람객들로 붐빈다. 시민회관 왼편엔 화약탑이 우뚝 솟아 있다.
덕분에 편안히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어 그다지 배고프지 않은데다 한국 시간으로는 잠자리에 들어있을 때이지만, 현지 시간에 적응하기 위해 저녁식사를 하러 호텔을 나섰다.

몇 걸음 걸으니 ‘프라하의 봄’의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리는 시민회관이다. 주변은 벌써 개막식에 참석하려는 관람객들로 붐빈다. 주변거리는 방송국 차량 등으로 가득하다.

체코 프라하 구시가지 가는 길의 노점들.
1912년 문을 연 시민회관은 20세기 초 대표적 아르누보 양식 건축물로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시설이다. 본래 궁궐이었던 건물을 헐고 새로 세웠는데 외부에서 바라본 건물은 여전히 궁궐처럼 화려하다. 건축물의 정면부인 파사드는 아르누보 양식에서 영향을 받은 화려한 문양들로 장식돼있다. 건물 내부는 장식 예술의 걸작이라 하니 다음날 예정된 공연을 관람할 때 더 자세히 구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스메타나홀에서 베드르지흐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이 개막식 첫 곡으로 울려 퍼진다. 개막식 공연은 5월 12일 당일 공연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음날인 13일에 같은 내용으로 다시 공연한다. 나 역시 다음날 공연을 예약해 놓았다. 건물 바깥에서 보이는 유리 돔이 스메타나홀의 천장이다. 건물 입구 반원형 모자이크 장식은 ‘프라하의 경배’다. 시민회관을 지을 당시의 민족정신을 나타낸다고 한다. 1903년 시작돼 1912년에 완성된 이곳은 당시 체코 거장들이 모두 참여한 체코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장소이자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 민주공화국이 선포된 곳이기도 하다.

1383년부터 1485년까지 100여년 동안 왕들이 살았으나 반란으로 왕이 프라하성으로 돌아가면서 폐쇄됐다고 한다. 당시 만들어진 화약탑은 시민회관 입구 옆, 마치 아르누보 디자인 박물관 같은 레스토랑과 카페를 지나 가까운 곳에 우뚝 솟아 있다.

프라하 관광 안내소. 관광객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쉬고 있다.
높이 75m인 화약탑 이름은 18세기 전쟁 당시 탑에 화약을 저장하면서 유래했다. 1475년에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성곽의 흔적이다. 그 이후 19세기에 신고딕 양식을 따라 다시 지어졌고 지붕의 첨탑과 전면의 장식들은 보헤미아 건축양식의 특징이 있다. 저녁 무렵 탑에 올라 바라보는 프라하 전경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힘겹게 올라가는 수고를 잊게 할 만큼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화약탑을 지나 체레트나 거리를 따라 걸으면 구시가지가 나온다. 이 거리는 과거 왕이 프라하성을 갈 때 지나가던 ‘왕의 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길 옆에 아름다운 건물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고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왕의 길이 이제는 작은 상점을 구경하며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이 되었다. 곧이어 넓은 광장에 이르렀다. 넘쳐나는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고 서 있다. 광장은 거리 악사들과 오페라, 인형극을 소개하는 화려한 복장의 안내인들, 시내투어에 나선 관광객들로 활기차다. 광장 주변으로는 노천카페와 핫도그를 파는 상점들이 자리하고 건물에는 레스토랑과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눈에 띈다.

프라하 틴 성당과 골즈 킨스키 궁전, 얀 후스 기념비 등이 있는 프라하는 거리 악사들과 오페라, 인형극을 소개하는 화려한 복장의 안내인들, 시내투어에 나선 관광객들로 붐빈다.
원래는 광장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간단한 식사를 하려던 계획이었지만 관광객들의 흐름을 따라 틴 성당과 골즈 킨스키 궁전, 얀 후스 기념비를 지나 천문시계 앞까지 걸었다. 우르르 몰려든 관광객들 환호 속에 정시를 알리는 인형의 쇼가 시작된다. 시계 오른쪽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모양 인형이 줄을 당기고 모래시계를 뒤집으니 두 창문에서 예수와 12사도들이 나와 원무를 춘다. 불과 45초 동안이지만 상징성과 전설을 가득 담은 천문시계는 프라하의 매력적인 관광장소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시내 관광에 나선 김에 현재 국립 도서관으로 쓰이는 클레멘티눔을 지나 카를교만 보고 다시 되돌아오기로 했다. 클레멘티눔은 2012년 새롭게 오픈했다. 그 이전까지는 프라하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건축물이었다. 성 클레멘트의 도미니크 수도원이기 때문에 클레멘티눔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구시가지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클레멘티눔을 끝으로 구시가지를 벗어나 프라하 상징중 하나인 카를교에 이른다.

천문시계 오른쪽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모양 인형이 줄을 당기고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창문에서 예수와 12사도들이 나와 원무를 춘다.
구시가지에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클레멘티눔을 끝으로 구시가지를 벗어나 프라하 상징 중 하나인 카를교에 이른다.
광장을 지나 카를교에 도착하니 드디어 프라하에 도착한 것이 실감난다. 빨간 머리띠를 두른 수학여행을 온 소녀들부터 유럽의 젊은이들, 노인들 그리고 동양인 관광객들까지 각자가 카메라를 들고 다리 위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늦은 밤, 다리의 풍경이 멋있긴 하지만 너무 붐벼서 내일 새벽녘 고즈넉한 시간에 다시 오기로 하고 되돌아 구시가지 광장으로 왔다.

프라하 상징 중 하나인 카를교 앞은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광장 가운데 커다란 청동상인 얀 후스 기념비가 반긴다. 1415년 교회의 타락과 세속화를 비판하다 콘스탄츠 공의회에서 화형에 처해진 얀 후스와 그의 추종세력들을 기념하기 위해 1915년 서거 500주년에 세워졌다. 체코인들의 민족정신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어 프라하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많은 관광객에게는 약속의 장소로 유명하다. 한국인들에게는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소원을 담은 편지들이 붙어 있는 배경지로 나와 낯익기도 하다.

체코슬로바키아의 1968년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과 바츨라프 하벨이 반체제연합인 시민포럼을 조직해 유혈 사태 없이 공산 독재를 무너뜨린 1989년 11월 민주 시민혁명 ‘벨벳 혁명’이 일어난 체코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의 야경.
프라하 시민회관의 야경. 1912년 문을 연 시민회관은 20세기 초 대표적 아르누보 양식 건축물로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시설이다. 본래 궁궐이었던 건물을 헐고 새로 세웠는데 외부에서 바라본 건물은 여전히 궁궐처럼 화려하다.
체코슬로바키아의 1968년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과 바츨라프 하벨이 반체제연합인 시민포럼을 조직해 유혈 사태 없이 공산 독재를 무너뜨린 1989년 11월 민주 시민혁명 ‘벨벳 혁명’이 일어난 구시가지 광장에서 잠시 머물기로 했다. 광장 주변 노천카페에 앉아 간단한 저녁식사를 주문한다. 고기로 만든 파이 한 조각과 맥주 한잔을 시켜놓고 하루를 정리한다. 밤하늘 별빛을 받은 광장 주위의 건물과 딛고 있는 돌들이 세월의 묻힌 얘기를 건네는 듯하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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