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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 리포트] 사상 검증 거친 평양 출신 선발…'정치적 갈등' 괜찮을까

입력 : 2018-01-16 18:58:21 수정 : 2018-01-16 21: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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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오는 北방문단 구성·전망 / 黨性 좋은 평양 출신 선발할 듯… ‘정치적 갈등’ 소지는 여전 / 관현악 80명·가무단 60명 구성된 예술단 / 2000년 132명 온 이후로 역대 최대 규모 / 南분위기 물들지 않게 사상검증 거칠 듯 / 2005년 北응원단에 리설주도 포함 주목 / 金씨 3대 ‘최고존엄’ 비난 땐 묵인 안 해 / 과거에도 ‘일정 취소’ 으름장… 예측 불허 남북이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예술단 파견에 합의함에 따라 북한의 대규모 방남(訪南)단 방문이 가시화하고 있다. 북한은 예술단, 응원단 등을 당성(黨性)이 좋은 평양 출신 중심으로 조직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방남단 평양 출신 중심 선발할 듯”

남북은 15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예술단 실무접촉(북한 예술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접촉)에서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예술단 파견과 서울·강릉 공연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남측 대표인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지휘자는 예술단 실무접촉 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140여명 구성에 대해 “오케스트라는 80명이며, 노래와 춤 등이 합쳐 140여명”이라고 했다. 예술단이 관현악단 80명과 가무(歌舞)단 60명으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2005 인천 아시안게임 때 응원하는 리설주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대회 당시 남녘을 찾은 북한 응원단이 한반도기를 펼쳐들고 응원하고 있다. 응원단에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원 안)도 보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예술단 140여명은 북한의 예술단 파견 사상 최대 규모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2000년 8월 남북교향악단 합동공연 당시 조선국립교향악단 허의복 단장 등 북측 인원 132명이 내려온 게 가장 규모가 컸다.

예술단에 대표단, 응원단 등을 합친 전체 방문단 규모도 역대 최대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9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계기에 고위급 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시범단, 참관단 등 400∼500명 규모의 방문단 파견을 타진했다.

방남단의 다수는 평양 출신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출신 성분과 사상이 검증된 인원을 선발할 것이라는 얘기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은 16일 “북한 내부적으로 이미 선발작업에 들어가고 남한 사회 분위기에 물들지 않도록 방남 전 오리엔테이션도 진행할 것”이라며 “과거 응원단의 경우 상당수가 인민보안성 소속 여성이었고 방남 응원단의 모태가 된 것이 인민보안성 소속 취주악단”이라고 말했다.

인민보안성은 치안 유지를 주 임무로 하는 북한의 국가기구로, 우리의 경찰청에 준한다. 국무위원회 직속기구로 국가보위성, 인민무력성과 함께 3대 체제보위기구로 꼽힌다. 인민보안성 소속 여성 취주악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지시로 각종 국가행사에 주악(奏樂)을 전담하기 위해 조직됐다.

북한은 과거 세 차례 응원단을 파견했다.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에는 만수대예술단과 평양교예단 등에 소속된 288명이 참가했고, 이 가운데 150명이 인민보안성 산하 여성 취주악단이었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는 대학생 200여명과 인민보안성 산하 여성 취주악단 100여명, 모두 306명이 응원단으로 파견됐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경기대회에는 청년학생협력단 자격으로 금성학원 소속 124명이 남녘을 밟았다. 여기에는 현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아내인 리설주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국내 매체 카메라에 포착된 북한 응원단 사진에는 리설주의 앳된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평양에 있는 금성학원은 북한 전역에서 춤·노래 등에 재능 있는 인재를 뽑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금성학원 출신 탈북민은 “북한에서는 예술단 단원에 최고위층·고위급 자제들은 배제된다”며 “고위층 자제들은 재능이 있다 해도 춤과 노래, 악기연주를 배우는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탈북민은 “평창에 파견되는 응원단이나 예술단에 평양종합예술학교 소속 학생도 많이 포함될 텐데 예술 교육기관 재학생의 가정 배경을 보면 주로 순수 농민이거나 순수 노동자 계급이 많다”며 “만에 하나 고위층 자제가 남한에 왔다가 불상사라도 생기면 관련된 사람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체제 내부적으로 수습하기도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고 존엄 비난 땐 갈등 야기 가능성

평창동계올림픽을 둘러싼 남북관계 개선 기류는 언제든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방남단 파견 기간 남측 매체 등에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위원장 등 김씨 3대에 대해 비난하는 내용이 있을 경우 갈등이 야기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1990년 10월 남북통일축구선수단이 잠실 주 경기장에서 감독의 지시에 따라 훈련에 임하고 있다. 연합
1990년 10월 평양(10월11일)과 서울(10월23일)에서 차례로 열린 남북통일축구대회가 대표적이다. 북한 선수단이 판문점을 넘어 서울에 도착한 10월21일 밤 11시 북한은 갑자기 일정 협의를 위한 연락관 회의 취소를 통보해 왔다. 축구 경기 자체도 취소할 수 있다는 으름장까지 놨다. 그날 밤 KBS 드라마에 김일성 주석을 비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새벽 2시쯤 당시 정동성 체육부 장관이 직접 차를 몰고 북한 선수단 숙소인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로 갔고, 꼬박 밤을 새워가며 북측을 이해시켜야 했다.

남북 스포츠 교류 역사상 첫 단일팀 단장을 지낸 장충식 단국대 이사장은 회고록 ‘시대를 넘어 미래를 열다’에서 당시 경험을 전하면서 “북한 측 인사들은 어디에 있든 ‘평양’을 의식하는 것이 불문율”이라며 “사소한 문제라도 김일성이나 김정일과 관련된 일은 묵인하지 않았다”고 썼다.
북한 여성 응원단이 2003년 8월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인공기를 든 채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대구=AP연합뉴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이 비 오는 날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도로변에 걸려 있던 김정일 위원장 얼굴 사진이 그려진 현수막을 보고 “장군님 사진이 비를 맞는다”며 울음을 터뜨린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현장에서 지원 업무를 한 정부 관계자는 “젊은 여성들은 경기장 응원을 마치고 버스로 이동하는 중에도 쉬지 않고 체제 선전 구호를 외쳤다”며 “단체로 구두를 신고 나온 어느 날엔 보니까 발이 퉁퉁 붓고 발이 까져서 피가 난 여성도 있었는데 아프다는 말도 하지 않고 환한 표정으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전했다.

최근 북측 매체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 병행추진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회견 발언이나 남측 매체의 보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지난해 6월 서울을 찾았을 때 “정치가 스포츠 위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절(김일성 출생일·4월15일)과 함께 북한이 최대 명절로 여기는 광명성절(김정일 출생일·2월26일)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있어 방남단이 이를 어떻게 치를지도 관심사다. 대회장이나 공연무대에서 드러내놓고 체제 선전을 하지는 않겠지만 내부적으로 숙소에서 별도 행사를 치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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