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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 개혁·세습반대” 목소리 커진다

입력 : 2018-01-16 21:01:05 수정 : 2018-01-16 21: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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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신대 교수모임 공식 출범 / “교회의 공교회성과 거룩성 침해” / 매주 기도회 열고 세습 반대 운동 / ‘작은 교회 운동’ 바람 / “교회가 비대해지며 기득권 다툼”
청년 목회자들 “작은교회가 해법”
진보개혁 목사·신도들로 구성된 교회세습 반대운동연대가 2012년 11월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금은 고인이 된 김창인 목사는 서울 강남에서 가장 큰 충현교회를 창립한 원로목회자였다. 1948년 단신 월남해 국내 최대 교회로 일으켜 세워 개신교계 원로 목사로 인정받았다. 이 교회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장로로 다니면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1997년에는 아들에게 담임목사 직을 물려주는 바람에 세습교회 1호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썼다. 김목사는 소천 직전인 2012년 6월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것을 후회한다고 공개 회개하면서 그나마 명예를 회복했다.

당시 김 목사는 교회 신도들에게 “목회 경험이 없고 자질이 되어 있지 않은 아들을 담임 목사로 세운 것은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한국 교회와 하나님 앞에 저의 크나큰 잘못을 회개한다. 충현교회 성도들 가슴에 씻기 어려운 아픔과 상처를 주었다”고 했다.

김창인 목사의 사례는 교회세습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일반에 오르내린다.

연초부터 교회세습 반대 운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 교수 60여 명이 참여해 교회세습 반대 장신대 교수모임을 공식 출범했다.

모임을 이끄는 임희국 교수(역사신학과)는 “목사의 부자세습은 교회의 주인인 그리스도와 주님의 몸인 교회의 공교회성과 거룩성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라며 “복음 전파와 하나님 나라 확장에 큰 장애가 된다”고 했다. 이들은 매주 기도회를 열면서 교회세습 반대 운동을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장신대는 목회자를 가장 많이 배출해낸 국내 유수의 신학대학이다. 교수들의 이번 선언은 개신교 내 교회세습 반대 운동이 공식 출범했다는 의미를 던진다.

현재 소수의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작은교회 운동’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청년 목회자와 신도 등이 주축을 이룬다. 작은교회 운동 관계자는 “결국 교회가 대형교회로 비대해지고,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기득권과 영향력을 지키려는 일환이 교회세습”이라고 지적한다. 

1517년 마르틴 루터가 면벌부 판매에 항의하는 ‘95개 조문’을 교회 문 앞에 붙이는 장면이다.
한국에서 교회세습은 현재진행형이다. 더 많이 헌금하고 더 많이 기도한 신도의 목소리는 크게 들리기 마련이다. 힘 있는 신도들은 재벌 2세의 경영권 세습처럼 목회직 세습을 선호한다. 교회세습을 선호하는 이들의 주장도 만만찮다.

후임으로 영입한 목회자와 기존 장로들 간의 갈등이 우선 문제다. 이력과 능력을 인정해 후임을 뽑았다가 교회가 분란에 휩싸인 사례가 심심찮게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습에 찬성하는 대부분 장로들이 내세우는 근거다. 더구나 교회를 창립한 원로목사는 신도들의 신앙 정립과 실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존경을 받는다. 이런 경우 그 자손이 교회를 물려받는다고 해서 반대할 목소리는 크지 않다.

교회세습 형태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 부자세습과 교회합병이 주로 쓰이는 방법이다. 신도들 간에 반대여론이 일어나면 교회를 새로 세운 뒤 합병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감리교, 장로교 등 주류 교단에서 목회세습을 금지하는 자체 규정을 만들었지만 대형교회에서는 거의 먹혀들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유명한 대형 교회 상당수가 세습을 계획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개신교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서울 안팎의 120여개 교회가 세습을 진행하고 있거나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교회세습 반대 운동을 이끌고 있는 손봉호 고신대학교 석좌교수는 “세습은 교회의 안정과 사역을 위하여 불가피하다느니, 교인 다수의 동의로 이뤄졌기 때문에 하자가 없다느니 등의 핑계는 물론 궤변”이라고 비판한다.

교회세습을 반대하는 캠페인 관계자는 “교회세습은 신도들의 동의 하에 이뤄졌기에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하자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돈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처럼 목회직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방식이라면 기업과 교회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한다. 그는 “교회를 창립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원로 목회자의 사상과 신앙을 이어받는다는 점에서 교회세습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면서 “하지만 가업처럼 교회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방식은 정상적인 종교 형태가 아니다. 개신교의 뿌리인 가톨릭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라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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