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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저학년 10명 중 1명 주당 9시간 이상 돌봄공백 겪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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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16 06:00:00 수정 : 2018-01-16 09: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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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아이돌보미 이모님이 3시간 아이를 봐주시는데 제가 조금 늦게 집에 올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이모님에게 사정을 하거나 아이에게 잠깐만 혼자 있으라고 당부하고는 부랴부랴 뛰어오죠.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집에 혼자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미치고 팔딱 뛰는 심정이 됩니다. 문을 열고 혼자 있는 아이를 볼 때면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하곤 해요. 하지만 넉넉지 않은 월급쟁이 주제에 외벌이로 살아갈 생각을 하면 눈 앞이 까마득해지며 결국 지금의 상황을 반복하게 됩니다.”

지난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한모(43·여)씨의 이야기다. 정부가 초등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확충하는 등 초등 저학년의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제도를 도입했지만, 일부 아이들은 여전히 돌봄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초등 저학년생 10명 중 1명이 일주일에 9시간 이상 보호자가 없는 상태로 혼자있거나 아이들끼리만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패널순서형로짓모형을 이용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방과후 돌봄공백 영향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주당 9시간 이상 돌봄 공백을 겪고 있는 초등 저학년생은 전체의 12.84%였다. 이 연구는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88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초등 1학년생 2116명을 3년간 추적 조사한 패널 자료를 토대로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다행히 돌봄 공백을 겪지 않았지만, 주당 3시간 미만 홀로 있는 아이는 10.26%, 3시간 이상 9시간 미만은 7.06%, 9시간 이상은 12.84%였다.

방과 후 돌봄공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맞벌이 여부’였다. 부모의 맞벌이는 어떤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의미하는 승산비가 9.911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손위 형제자매 있음’(2.387), ‘읍면지역 거주’(1.115), ‘방과 후 서비스의 충분성’(0.942), ‘자녀의 성별’(0.874), ‘손아래 형제자매 있음’(0.793), ‘부모가 전문대 졸업’(0.657), ‘부모가 4년제 이상 대학 졸업’(0.555) 등의 순이었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손위 형제가 있거나 돌봄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에 거주할수록 아동이 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연구를 수행한 서정중학교 임혜정 교사는 “손위 형제·자매가 있거나 자녀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방과후 돌봄공백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다”며 “아동이 어느 정도 연령이 되면 기본적인 생활 처리를 할 수 있다고 여겨 아이들끼리 두거나 홀로 방치하지만, 초등 저학년에게는 생활 처리뿐 아니라 정서적 지지와 충분한 휴식, 균형잡힌 식사가 필요하고 이 시기에 맞는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할 경우 청소년기와 그 이후 성장 과정에 심리·정서적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가구 소득에 따라 아이들 가정을 12개 집단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소득이 가장 낮은 가구가 주당 9시간 이상 아이를 홀로 두는 비율은 최고 소득 가구보다 10배 높았고, 반대로 돌봄 공백을 전혀 겪지 않는 비율은 최고 소득 가구의 절반에 그쳤다.

임 교사는 “방과후 돌봄공백 문제는 취약계층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해당 가정의 어머니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이후 질 낮은 일자리로 복귀할 수밖에 없어 취약계층의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며 “이들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돌봄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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