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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칼럼] 군대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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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15 22:35:42 수정 : 2018-01-15 22: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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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원전 수주 대가로 군대
요구하면 어떤 선택 할 것인가
파병 경제논리로 따져선 안 돼
진정한 국익 위해 신중 판단해야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이 대규모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조만간 입찰 공고 예정인 1.4GW급 원전 2기(200억달러·약 21조4000억원)를 시작으로 2032년까지 17기의 원전을 세울 계획이다. 100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2015년부터 10만㎾급 소형 스마트 원전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는 ‘사우디 원전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이라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한다. 중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같은 경쟁국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최종 승자는 사우디 입맞에 가장 맞는 조건을 내세우는 쪽이다.

그런데 사우디가 이웃나라 UAE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원전 수주를 대가로 군대 파병을 요구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광범위한 군사협력을 통해 자국 군과 연합훈련을 하고 원전을 보호해주는 것 외에 외부 침략을 받았을 때 한국군이 지원하는 조건을 내세우면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군사 협약 없이 원전 사업을 따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익’을 위해 군대를 보내야 하나.

김기홍 논설위원
이명박정부는 400억달러 UAE 원전 사업을 가져오기 위해 군대 파병과 함께 ‘유사시 한국군 자동 개입’ 조항이 들어 있는 비밀 군사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 따라 드라마 ‘태양의 후예’ 모델인 특전사 아크부대가 2011년 1월부터 아부다비에 주둔하고 있다. 그 뒤 아크부대의 1년 단위 파병 연장 동의안이 매년 국회에서 소리소문 없이 처리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UAE에 안보 위기 상황이 일어나지 않아 한국군을 추가 파병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협약에 따라 군대를 보내야 하나. 국회 반대로 파병하지 않는다면 약속 위반에 따른 UAE의 반발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비밀 군사협약에 대해 “내가 책임을 지고 국익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의 말은 진심일 것이고, 그런 결단을 내리기까지 고심을 거듭했을 것이다. “원전 수주 대가로 군대를 끼워 팔았다”는 비난에 동의하지 않는다.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참여 기회를 늘리고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등의 후발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문을 따지는 ‘상인적 현실감각’으로 보자면 확실히 남는 장사다.

그러나 군대 해외 파병은 경제 논리로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안보 공백, 지역분쟁 개입 가능성,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돼야 한다. 파병 시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특히 국가 안보를 책임진 국방 수장이 파병에 앞장선 것에 찬성할 수 없다. 기업인 출신 대통령이 계산서를 들이밀며 설득해도 “노”라고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총리를 비롯한 모든 장관들이 파병을 밀어붙이더라도 국방장관만큼은 자리를 걸고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 김 전 장관의 인식 또한 안일하다. 우리 군이 외국의 전쟁에 뛰어드는 비밀계약을 해놓고 “만일 UAE에 한국군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국회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고 국방예산 43조원을 쓰는 세계 10위권의 군사강국이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해 인류 평화와 국제사회의 공동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우리 군 역시 국가 안보는 물론 지역 안정과 국제 평화에 이바지한다는 책임 있는 자세로 해외 곳곳에 파견돼 세계평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전 세계 13개국에 1100여명이 파견돼 유엔 평화유지 활동, 다국적군 평화활동, 국방교류 협력 등을 펼치며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국방부가 해마다 하는 우리 군의 해외 파병 관련 설문조사에서 찬성 응답이 70%가 넘는다. 그러나 그 비율만큼 장병의 희생을 걱정한다. ‘국익’을 이유로 군대를 함부로 움직여선 안 된다.

김기홍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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