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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올림픽축제와 평화, 그리고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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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15 21:04:59 수정 : 2018-01-15 22:3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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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도 대회 기간엔 휴전
스포츠제전 출발부터 평화 기제
88올림픽 ‘냉전의 벽’ 극복했듯
‘평창’도 남북평화통일 전기 기대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참여가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회의(1월 20일)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모처럼 남북한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함께할 확률이 높아졌다. 북한의 출전 성격, 출전 선수, 선수단 규모 등이 논의되겠지만 예측불허의 돌발변수가 잠재하고 있어 반가우면서도 다른 한편 국민의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당국의 용의주도한 대처가 요구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가 감돌던 한반도에 올림픽과 더불어 갑작스럽게 평화의 무드가 조성되는 느낌이다. 치열하게 체제경쟁 중이던 남북한이 협상테이블에서 마주하는 것은 어떤 좋은 가능성을 여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줄곧 배반과 술수를 당해온 남한으로서는 불편한 진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북한이 대남전략의 차원이 아닌, 진정한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통일에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될 것을 기원해본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인류가 발명한 문화품목 가운데서 가장 평화를 도모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마을사회에서부터 행해진 크고 작은 축제였고, 그 가운데서도 올림픽축제는 신(神)의 발명에 버금갈 정도로 인류사회의 번영과 평화의 정착에 크나큰 기여를 했다.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이 고대 그리스올림픽을 본떠 올림픽을 부활한 것은 1896년의 일이다. 서기전 776에 시작된 고대올림픽이 1200년간, 293회 실시되다가 서기 393년에 로마의 폐지칙령 선포로 종말을 고한 지 1500년 만의 일이었다.

지구촌 각양각색의 인종과 국가의 대표선수들이 발가벗고 신체를 부딪치면서 함께 경기를 벌이고 문화예술축전을 곁들이면서 평화를 연출하는 스포츠제전은 실은 그 출발부터가 전쟁을 막기 위한 기제였다. 그리스 도시국가 간에 벌어진 고대올림픽은 전쟁을 하다가도 올림픽 기간 중에는 휴전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휴전상태의 남북한은 전쟁의 먹구름을 걷고 ‘평화의 대행진’을 벌일 전기를 이번 기회에 마련해야 국제사회의 성원으로서 존속할 가치를 획득하게 될 것이다.

IOC 회의를 앞두고 30년 전 서울올림픽 때의 협상경험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벽(壁)을 넘어서’를 주제로 한 서울올림픽의 가장 큰 벽은 북한의 방해공작이었고, 소련과 동구권의 올림픽 보이콧 분위기였다. 한국은 남북체육회담을 통해 분산개최를 제안했지만 북한은 공동개최를 주장하면서 억지를 부렸다. 당시 모스크바올림픽과 로스앤젤레스올림픽에 각각 불참한 소련과 미국으로 인해 ‘올림픽 정신’은 위기에 봉착했고, 이러한 여파가 서울올림픽까지 이어질까, 내심 불안했다.

당시 북한은 공동개최와 단일팀구성을 제의했다. 그 주장에는 위원장을 두 명으로 하는 공동올림픽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평양-서울올림픽이라는 대회 명칭을 사용하며, 11종목의 경기를 평양에서 개최하고, 개폐회식도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한 번씩 두 번 치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북측의 주장은 융통성이라든지 조정될 여지가 전혀 없는, 많은 부분이 이해의 한계를 뛰어넘는 정치선전이었다. IOC는 올림픽헌장의 규정상 공동개최란 것은 불가능하며, 단일팀 구성은 쌍방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일 뿐 회담의 의제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4차에 걸친 남북회담이 있었으나 북한의 억지주장으로 결국 무산됐다. 부쿠레슈티 주재 북한대사는 도리어 “서울이 단독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날에는 피바다가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했었다.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과 북방외교는 북한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고, 북한은 계속 방해와 억지를 부렸다. 오늘의 상황은 좀 달라졌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개발로 남북체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것처럼 으스대고 있다. 물론 그래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에도 또 다른 억지주장과 이면거래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스위스 로잔 IOC 본부에서 열리는 남북회담은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주재한다고 한다. 아마도 올림픽 개최일이 임박한 시점이니 양측이 밀고 당기고 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바쁘다고 정부가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일방적으로 들어주어서는 안 된다. 팽팽한 긴장과 형평의 협상전략이 필요하다. 만약 문재인정부가 북한의 참여에 목을 맨다면 정부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이번에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혹은 정부가 국민 모르게 북한의 참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금거래 등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지, 북한은 참가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인 게 사실이다.

쿠베르탱은 올림픽게임을 ‘인간통일의 축제’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인류의 역사는 평화만을 추구하지는 않았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88서울올림픽은 미·소냉전의 벽을 허물고 동서가 함께한 올림픽사의 전기를 이룬 대회였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도 서울올림픽처럼 인류평화의 증진은 물론 민족의 염원인 남북평화통일에의 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계올림픽은 제8회 파리올림픽(1926년)에서 처음 발족했다. 당시 44개국 3075명이 참가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2월 9∼ 25일)에도 많은 세계적 선수와 관람객이 참가할 것을 기대해본다. 남북한 선수가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참가하는 것은 분명 전쟁 상황보다는 진일보한 것이다. 제6회, 12회, 13회 올림픽대회가 양차 세계대전으로 무산된 것을 생각하면 “전쟁이 있으면 올림픽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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