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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손자의 애틋한 ‘삶의 편지’

입력 : 2018-01-11 20:13:27 수정 : 2018-01-11 20: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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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혜 시인·조재면군 ‘행복편지’ 출간
“사랑하는 손자 재면에게/ 일 년 삼백육십오 일,/ 매일매일 일기를 쓰듯이 써서/ 할머니가/ 네게 주는 편지다./ 늘 새해가 되면/ 다시 되풀이해 읽으며/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리기 바란다./ 2008년 1월 1일” “할머니, 할머니가 써 주신 글을, 할머니가 말씀하신 대로 매일매일 읽는다 하면서도 바쁘다는 핑계로 못 읽고 지나가는 날이 많이 있습니다. 1주일이 지나고 2주일이 금방 지나갑니다. 2014년 1월1일”

시인 김초혜(75) 할머니가 손자 조재면(17)이 만 7년 3개월째였을 때부터 일기를 쓰듯 매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손자에게 주는 인생독본인 셈이었는데 이 간곡한 사랑의 당부는 ‘행복이’라는 책으로도 출간됐다. 그로부터 6년이 흘러 중학교에 들어간 손자는 할머니의 일기 같은 편지를 틈틈이 읽으면서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할머니와 손자의 그 애틋한 삶의 편지가 ‘행복편지’(해냄)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말할 것도 없고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도 삶의 기준을 새삼스럽게 돌아보게 만드는 사랑으로 만든 편지글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할머니가 저의 중학교 입학 선물로 주신 인생독본인 ‘행복이’는 할머니가 직접 써서 주셨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빨간 가죽 노트 다섯 권에 매일매일 편지 쓰듯이 쓰신 그 정성에 저는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손자는 할머니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간절한 기도의 마음을 담아 일기 쓰듯 썼던 편지를 건네받고 다시 일기 쓰듯 틈틈이 답장을 썼다. “할머니, 사실은 할머니가 쓰신 내용이 제게 조금 어려울 때가 있어요. 할머니가 이 글을 쓰신 때가 2008년 1월 1일부터니까 제가 세상에 태어난 지 7년 3개월밖에 안 된 때잖아요. 어린 저에게 마치 어른에게나 필요한 내용을 쓰셨네요.” 손자는 짐짓 애교 어린 투정을 부리면서도 “생활하는 데 많은 도구가 필요한 것처럼 이 글도 제게는 아주 필요한 도구들”이라고 할머니를 안는다. 할머니가 “사랑하는 재면아! 분노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 분노를 이기는 것은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참으면 이기고, 분노하면 백전백패다”라고 쓰면 “할머니, 이 글들은 저를 위한 할머니의 기도문 같아요”라고 화답한다.

마냥 정답만을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의 질곡이다. 할머니가 “세상에는 눈속임도 많고, 비바람도 거세고, 중상모략이 도처에 숨어 있고,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고, 이런 위험들이 줄을 서 있는데 네가 어떻게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구나. 수호신이 있어 네 옆을 지켜주면 좋을 텐데…”라고 썼을 때, 손자는 “할머니가 저의 수호신이에요”라고 답한다. 조손 간의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는 형식이거니와, 작금 청소년들이나 부모 세대 모두 한번쯤 되새길 만한 내용들이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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