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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러스·소탈한 조하, 내 성격과 많이 닮아 애드리브 술술 나왔죠”

입력 : 2018-01-11 20:15:39 수정 : 2018-01-11 20:3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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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재회한 전직 복서 조하/ 처음부터 끝까지 쓸쓸한 역할/‘뻔한 감동 코드’ 안 따라 선택/ 몰입할수록 아이디어 샘솟아/ 감독에 제시… 피드백 많이 받아
“저는 입에 가득차게 넣고 우적우적 씹어 먹어야 먹는 것 같아요. 그래야 맛이 느껴져요. 입이 커서 그런가 봐요, 하하하.”

배우 이병헌의 ‘먹방’ 철학이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시사회 뒤 4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라면을 전투적으로 흡입해 관객들의 침샘을 자극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입이 터지도록 쌈을 싸먹고 스테이크를 반으로 잘라 한입에 넣는다. 배우 자신도 그렇게 먹는 걸 좋아한다지만 이는 영화 속 김조하의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눈앞에 먹을 것이 생기면 배가 고프든 안 고프든 ‘일단 먹어두자’는 생각으로 먹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가 예전에 그런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거든요. 조하도 먹는 것을 생존으로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는 중학생 때 엄마와 헤어졌던 전직 복서 조하가 우연히 엄마를 다시 만나 생전 처음 보는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와 함께 살게 되는 이야기다.

한때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에까지 올랐던 조하는 마흔 살이 된 지금 대학로에서 전단지를 돌리고 가끔 스파링 파트너 알바를 하며 살아간다. 변변한 거처 없이 만화방 등을 전전하며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불량배, 치한, 사기꾼으로 종종 오해받지만 ‘그런 사람’은 아니다. 부모의 부재 속에서도 거칠지만 삐뚤어지지 않으려, 스스로 채찍질하며 치열하고 외롭게 자랐다.

‘뻔한 감동코드’ 아니냐는 말에 그는 “상업영화는 원래 사람들이 공감하는 공식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 영화는 억지스럽지 않고 담백하다”고 말한다.

“보통의 영화라면 조하의 원망과 분노가 언젠가는 빵 터지고 해소돼야죠. 뻔하게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닙니다. 어떤 장면에서 관객들의 감정은 일부 해소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조하에게 과연 얼마나 후련함을 줬을까 싶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쓸쓸한 조하가 너무 불쌍합니다. 그 점이 마음에 들어 이 작품을 선택했어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은 부모의 부재 속에서 자란 전직 복서 조하가 다시 만난 엄마, 처음 보는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이병헌은 “영화 속 조하는 제 실제 모습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마냥 해맑은 진태와 거칠고 순박한 조하 형제의 ‘케미’로 유쾌함을 준다.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에선 이병헌의 애드리브가 큰 역할을 했다. 자칫 앞서나간 감정선으로 억지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었던 장면이 그가 넣은 대사 한마디에 균형을 찾기도 한다.

그는 감독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연기에 적극 반영하는 배우다. 아이디어를 많이 낼수록 좋은 연기와 장면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캐릭터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거든요. 작품에 푹 젖어 있으면 그런 아이디어가 더 많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이병헌은 ‘내부자들’, ‘남한산성’, ‘마스터’ 등 최근 묵직하고 카리스마 있는 배역을 주로 연기했다. ‘그것만이 내세상’에서는 배우 이병헌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인간 이병헌의 참모습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유머러스하고 소탈한 그의 실제 성격이 많이 묻어난 작품이다. 영화 시사에 참석했던 그의 지인들이 “연기를 안 한 게 아니냐”고 말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영화에서 이병헌만 돋보이는 건 아니다.

기대주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 친구들이 보기에도 불편하지 않게” 연기하려 노력했다. 피아노 천재인 진태가 되기 위해 도레미부터 배우기 시작해 영화 촬영 중 어려운 피아노 곡들을 거의 다 연주해냈다. 그의 집념에 감독과 동료 배우들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여정은 이번 영화에서 처음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사투리는 영어보다 더 어렵더라. 나만 연기를 못했다”며 사과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처음 접하기에 어색할 뿐 적응은 금방이고 역시 국민 엄마다. 개봉은 17일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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