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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도전 정신 … '평창판 쿨러닝'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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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09 19:05:19 수정 : 2018-01-09 21: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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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향해 뛰는 이색 선수들
“올림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게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은 승리가 아닌 얼마나 잘 싸우느냐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의 말처럼 올림픽 정신은 순위나 메달 색깔에 있는 게 아니다.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들이 흘린 땀의 색깔은 똑같기 때문이다. 두려움 없는 도전 정신, 그것만으로도 선수들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1993년 개봉한 영화 ‘쿨러닝’은 올림픽 정신의 기본인 ‘무한도전’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쿨러닝은 1988 캘거리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남자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다. 자메이카는 연평균 기온이 26~28도에 달하는 카리브해에 있는 ‘여름 나라’. 눈을 접해보지도 못한 쿨러닝 주인공들이 펼친 아름다운 도전처럼 2018 평창에서도 제2의 ‘쿨러닝 신화’를 꿈꾸는 선수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
◆아프리카 봅슬레이 올림픽 첫 출전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2인승 대표팀은 1988 캘거리에 참가했던 자메이카 봅슬레이 대표팀의 후속편이라고 해도 손색없다. 세운 아디군(30)과 응고지 오누메레(25), 아쿠오마 오메오가(25)로 구성된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북아메리카컵 대회에 참가해 1·2차 시기 합계 13위를 차지하면서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여자 봅슬레이에서는 최근 3년 동안 5번의 국제 대회를 완주하면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진다.

이는 아프리카 봅슬레이 역사상 처음 있는 쾌거다. 육상선수 출신으로 2012 런던올림픽 100m 허들에도 출전했던 아디군은 파일럿(조종사)을 맡고 있다. 아디군은 육상 동료였던 오누메레와 오메오가를 설득해 ‘낯선’ 봅슬레이에 도전했고, 1년여의 도전 끝에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들의 시작은 미국 텍사스주의 한 차고였다. 전지훈령은커녕 나무로 만든 썰매를 타고 연습을 했다. 아디군은 “나이지리아 스포츠 역사에 큰 이정표를 세웠다. 아프리카를 대표해 동계올림픽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아크와시 프림퐁
◆스켈레톤판 쿨러닝도 있다

또 다른 썰매종목인 스켈레톤에도 쿨러닝 신화를 연상시키는 선수들이 있다. 가나의 아크와시 프림퐁(31)과 나이지리아의 시미델레 아데아그보(36)가 그 주인공. 이들은 2006년 토리노에 출전했던 타일러 보타(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은 역대 두, 세 번째 아프리카 출신 올림픽 스켈레톤 선수다.

가나에서 태어나 8세에 네덜란드로 이주해 단거리 육상 선수가 된 프림퐁은 2012 런던올림픽 출전이 좌절된 후 봅슬레이로 전향했지만, 2014 소치 때 네덜란드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이후 미국에서 진공청소기 판매원으로 새 인생을 시작한 프림퐁은 올림픽 출전의 꿈을 버리지 못해 2015년 스켈레톤으로 전향했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아프리카 선수들을 위해 마련한 특별 출전권을 따내면서 마침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게 됐다. 프림퐁은 “나는 디즈니 영화의 주인공이 되려고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평창에서 경험을 쌓고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시미델레 아데아그보
아데아그보는 캐나다에서 나이지리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생후 2개월 때 나이지리아로 이주해 6살까지 산 뒤 미국으로 옮겼다. 켄터키 대학에서 삼단뛰기 선수였던 아데아그보는 대학 졸업 후 나이키 직원으로 일하면서 올림픽 출전을 노렸지만,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나이지리아 여자 봅슬레이 대표팀 소식을 접했고, 고민 끝에 여자 스켈레톤 선수가 됐다. 아데아그보가 스켈레톤 경기에 처음 나선 것은 평창올림픽을 불과 3개월 앞둔 지난달 12일이었다. 성적은 IBSF 북아메리카컵 4번 출전에 모두 꼴찌. 그러나 실격당하지 않고 모두 주행을 마쳐 마침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인도가 열대국가? 히말라야가 내 훈련장

인도의 루지 선수 케샤반(36)은 루지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출전을 이뤄냈고 어느덧 6번째 올림픽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14세 때 쿨러닝을 보고 큰 자극을 받은 케샤반은 루지를 시작했다. 금세 두각을 나타낸 케샤반은 만 16세이던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루지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출전 기록이다. 인도인 최초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후 케샤반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2006 토리노, 2010 밴쿠버, 2014 소치까지 올림픽에 개근했다. 

실바아 케샤반
케샤반은 “처음 올림픽에 출전했을 때 사람들이 인도 출신 루지 선수를 매우 신기해했다”며 “세계인들은 히말라야 산맥은 잊은 채 인도를 열대 국가로만 생각하더라”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이 없는 케샤반은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 일대에서 바퀴가 달린 썰매를 타고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맹훈련했다. 케샤반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루지 선수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케냐 ‘눈표범 소녀’의 활강을 기대하시라

케냐의 여자 알파인스키 대표 사브리나 시마더(20)는 ‘아프리카 스키’의 희망이다. 케냐에서 태어나 3세 때 어머니와 함께 오스트리아로 건너간 시마더는 그곳에서 처음 눈을 접했다. 시마더는 “스키를 처음 탔을 때 날씨가 너무 춥고, 장갑을 잃어 펑펑 울었다”고 말할 정도로 눈은 그에게 생소했다. 새아버지의 권유로 스키를 시작한 시마더는 남다른 재능을 보이며 어릴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2016년 2월 릴레함메르 유스올림픽에 케냐 대표로 처음 참가한 시마더는 지난해 1월엔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무대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지난해 말엔 유럽아프리카 여성 재단이 뽑은 ‘올해의 아프리카 여성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브리나 시마더
시마더의 트레이드마크는 눈표범 무늬 경기복. 시마더는 “눈표범이 집중해서 사냥에 성공하듯, 나도 스키에서 눈표범처럼 집중하겠다는 의미”라면서 “케냐에는 마라톤만이 아닌 스키선수도 있다는 것을 평창에서 보여주겠다. 검은 내 피부가 아닌 내 실력으로 인정받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전설이 가르친 소녀, 싱가포르의 희망이 되다

싱가포르의 첫 동계올림픽 출전을 이끈 이는 ‘쇼트트랙의 여왕’ 전이경(42) 코치다. 1994 릴레함메르와 1998 나가노에서 연속 2관왕에 오른 전이경은 2015년 11월부터 싱가프로 쇼트트랙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다. 

샤이엔 고
전 코치의 가르침을 받아 올림픽의 꿈을 이뤄낸 주인공은 여자 국가대표 샤이엔 고(19). 그의 출전권 획득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2017~18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1500m 예선에서 선수들이 뒤엉켜 넘어지는 바람에 샤이엔 고는 2위를 차지했다. 예상치 못한 행운으로 준결승까지 올란 랭킹포인트 144점을 따낸 샤이엔 고는 1~4차 대회까지 총 146점을 확보해 36명에게 주는 1500 출전권을 얻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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