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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격돌, 별과 별] '황제'와 '천재'… 동계스포츠 강국 자존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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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08 19:54:34 수정 : 2018-01-08 21: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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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 스키, 히르셔 vs 크리스토퍼센/‘세계 랭킹 1위’ 히르셔, 이번 시즌 7개 金/ 크리스토퍼센은 ‘만년 2인자’ 탈출 별러/ 오스트리아·노르웨이 국가대표로 출전/ 엎치락뒤치락 기량에 金 주인공 관심 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옆자리엔 항상 ‘주인공 친구’가 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존재감을 보이지만 돌이켜보면 사건을 푸는 결정적인 실마리는 이들로부터 나온다. 주인공이 빛나기 위해선 빠져서는 안 될 역할이다.

마르셀 히르셔(왼쪽), 헨릭 크리스토퍼센
올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남자 알파인 스키 기술 종목인 회전, 대회전 월드컵에는 ‘주인공’ 마르셀 히르셔(29·오스트리아)와 ‘친구’ 헨릭 크리스토퍼센(24·노르웨이)이 있다. 이들의 영화는 주로 시상대에서 펼쳐진다. ‘황제’ 히르셔는 8일 기준 2017∼2018시즌 크리스토퍼센과 함께 선 7번의 시상식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는 히르셔가, 그 옆에는 크리스토퍼센이 호위무사처럼 자리했다. FIS 월드컵 세계랭킹에서는 나란히 1, 2위에 올라 있음에도 히르셔는 주연, 크리스토퍼센은 조연인 셈이다.

크리스토퍼센의 ‘주인공 친구’ 역사는 그의 월드컵 시상식 데뷔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1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대회전 금메달, 회전 은메달을 따내며 ‘히르셔 이후 최고의 천재’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어 성인 무대에 진출한 그는 2013년 11월 마침내 핀란드 레비 회전 월드컵에서 처음 메달권에 진입하며 시상대에 올랐지만, 가운데 자리에는 히르셔가 우뚝 서 있었다. 두 달 뒤 찾아온 두 번째 시상식에서도 히르셔는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주니어 무대에서 주인공만 도맡았던 크리스토퍼센이 조연이 된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토퍼센이 언제나 조연만 하란 법은 없었다. 절치부심한 그는 곧바로 성인 무대에 적응하며 회전 월드컵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히르셔와 함께 메달을 딴 총 14번의 월드컵 중 12번을 우승하며 히르셔를 시상대 낮은 자리에 대동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회전 대회에서는 히르셔에게 은메달을 내어주고 동메달에 머물렀다. 그러나 히르셔는 ‘황제의 부진’이란 오명을 얻었지만 그는 역대 알파인 스키 남자부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20세)로 이름을 날렸다. 히르셔와 크리스토퍼센은 지금껏 주인공과 친구 역할을 넘나들며 서로를 빛내준 것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이들은 서로를 뒷받침하며 메달을 나눠 가질 것으로 보인다. 둘의 맞대결은 동계스포츠 강국을 자처하는 오스트리아와 노르웨이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이들이 함께 월드컵에 출전하는 날에는 유럽 각지의 베팅사이트가 들썩일 정도다. 역대 성적으로 따지면 회전과 대회전 모두 2011∼2012시즌부터 6년 연속 알파인 남자부 전체 랭킹 1위를 차지한 히르셔가 안전한 선택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센도 FIS 역대 두 번째로 한 시즌(2015∼2016) 회전 월드컵 6회 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운 저력이 있는 만큼 히르셔로서도 얕볼 수 없는 상대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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