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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점점 더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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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07 23:17:05 수정 : 2018-01-07 23: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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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규제책 계속 쏟아내 / 서민은 빚내 집사는 길 막혔는데 / 서울 아파트 값은 16주째 뜀박질 / 무주택 서민들 좌절감 깊어가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아파트 매수하는 게 좋아요. 용산 개발이 어디 하루 이틀에 다 이뤄집니까.”

지난주 말 가족들이 5년 동안의 중국 베이징 생활을 정리하고 모두 귀국했다. 가족들이 살 만한 아파트를 구하면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하나같이 마포나 용산에 있는 저평가 아파트를 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처음에는 중개업자들이 장삿속으로 매수를 권하는 것이라 여기고 무시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20여년 전 용산 사옥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필자는 지금까지 용산 일대가 천지개벽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중개업소 사장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집값 잡기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등을 비롯해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다. 새해엔 부동산 시장에서 핵폭탄으로 통하는 보유세 인상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4일 한국감정원이 내놓은 ‘1월 1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봐도 서울의 주간 아파트가격은 0.26% 오르며 16주 연속 상승세다. 세부적으로는 강남구의 주간 아파트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98% 올라 한국감정원이 2012년 5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도 새해 첫주 서울 아파트값은 0.33% 올라 8·2 부동산 대책 이후 두 번째 상승률을 보였다. 1월 첫째주 변동률이 0.33%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제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의 30평대 아파트는 10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아파트 전세가율이 70% 밑으로 내려갈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조사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70.1%로 11월(70.6%)에 비해 0.5%포인트 하락했다. 매매가격이 계속 오르다 보니 전세가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전세를 끼고서라도 집 한 채 장만해 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서울 아파트 장만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고액 연봉자가 아닌 일반 직장인들이 10년치 월급을 꼬박 모아도 집 한 채 장만하기가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필자처럼 노모를 봉양하면서 두 대학생 자녀의 학비까지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입장에서는 이루기 힘든 꿈이 돼 버렸다. 경기도가 고향인 필자는 은퇴 후 고향집으로 내려갈 생각에 서울 아파트 구입에 소극적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런데 필자를 제외한 가족 구성원 모두 ‘서울 사람’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가족들은 앞으로도 생활공간이 서울일 가능성이 높다. 

신동주 경제부 차장
어떤 이는 공유사회를 점치면서 집도 구매할 필요 없이 공유하면 된다고 말한다. 과연 공유 자전거나 카풀 이용하듯 집도 공유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집을 사는 이유는 두 가지다. 정착해서 안정된 삶을 살 공간 확보라는 주거 목적이 우선이다. 여기에 내 집의 가치가 오르면 재산 증식도 되니 금상첨화일 것이다. 자전거, 자동차는 공유는 할 수 있다. 골동품 매매상이 아닌 이상 사는 즉시 가치가 떨어지는 자전거, 자동차의 매매차익을 고려할 이유는 없다.

새해 벽두부터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입자나 매도자나 모두 고민이 깊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 속에 국내 금리도 속도의 문제일 뿐 상승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연내 가닥이 잡힐 보유세 인상의 경우 주택 보유자라면 누구나 내야 하는 재산세보다는 초고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래야 조세 저항을 피하고 향후 시장 침체 등 정책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잇코다테(一戶建て·단독주택)의 유메(꿈)’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30년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달 원리금을 갚아 나가는 형태로 집을 소유하는 게 일본 샐러리맨이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는 이 경로가 막히고 더 이상 빚을 내서 집을 장만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시대다. 어렵게 사회 첫발을 내디딘 청춘들이 가장 큰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지점이기도 하다.

신동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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