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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상칼럼] 대북 제재 흔드는 ‘대화’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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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07 23:16:05 수정 : 2018-01-07 23: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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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문제 연계 없이 / 민간교류 등 섣부른 언급 안돼 / 北 평창올림픽 참가 의제 집중 / 우리 정부가 협상 주도해가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대화·협력과 더불어 한·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제안했다. 문재인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환영하고 나섰다. 한·미 양국 정상은 전화통화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만에 남북 고위급 회담이 내일 판문점에서 열린다.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대표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제에만 집중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 없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대화는 안 된다. 회담이 재개되어도 김정은 통치자금줄과 핵·미사일 개발 자금줄 죄기는 지속돼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도 어쩔 수 없이 동참하기 시작한 경제제재 분위기를 북핵 위협 피해당사자인 우리가 스스로 흩뜨려서는 안 된다.

북한정권은 2015년과 2016년 신년사에서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2015년에는 목함 지뢰 도발을, 2016년에는 제4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지난 20여년간 북한정권과의 협상에서 수없이 기만당한 경험을 교훈삼아 이번에는 제대로 된 남북협상을 추진하길 기대한다.

성공적 협상을 위해서는 초조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서는 결코 안 된다. 어느 쪽이 협상 자체를 더 간절하게 바라는지에 따라 협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다행히도 이번 남북대화의 시작 전 분위기는 우리 쪽에 유리하다. 여러 전문가는 북한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을 거의 완성하는 단계에서 대남 위장평화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견했다. 이처럼 김정은은 문재인정부를 이용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를 깨뜨리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

만일 북한대표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면 금상첨화다. 비록 북한대표단이 참가하지 않더라도 성공적인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 북한정권이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한다면 언제든 군사행동까지 취할 수도 있음을 강력히 밝힌 트럼프 정부의 입장을 김정은이 쉽게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북한대표단이 참가하지 않더라도 평창올림픽 기간에 북한정권이 무력도발로 올림픽 분위기를 해칠 가능성은 없다.

의제 선점 역시 중요하다. 북한정권이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관계 개선을 의제로 제안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올림픽 참가문제가 매듭지어져야 다른 의제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통일부가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 민간교류 등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섣부른 짓이다. 현시점에서 문재인정부는 북한대표단 참가 의제만 고집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양면게임’ 협상이론에 의하면, 우리 쪽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의제와 연계돼 있음을 상대방이 인지하게 될수록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더 유리해진다. 트럼프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현 상황이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재인정부는 유엔 대북제재뿐만 아니라 미국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해 독자제재까지 이행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은 비핵화를 연계하지 않고는 경제제재 해제나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위한 협상에 남한을 끌어들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임을 감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를 스스로 깨는 조치나 한·미동맹에 심각한 균열을 야기할 수도 있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문재인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는 것을 김정은도 짐작하고 있다.

김우상 연세대 교수·전 주호주 대사
우리가 원하는 것을 북한에 먼저 다 드러낼 경우 협상에서 불리해진다. 김정은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이미 안다. 문재인정부가 원하는 남북정상회담, 개성공단 재개, 이산가족상봉 행사 등도 북한정권이 알고 있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와 연계되지 않는 한 ‘그림의 떡’일 뿐임을 명백히 할수록 김정은은 문재인정부가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임을 파악하게 되고 협상 결과는 우리에게 더 유리해진다.

문재인정부가 어쩔 수 없이 유지해 온 한·미 공조와 대북 경제제재 조치가 조금씩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남북대화와는 별개로 한·미동맹이 주도적으로 ‘최대의 압박’을 유지해 나간다면 김정은이 비핵화 의제로 대화를 하자고 요청해 오는 날이 있지 않을까 상상도 해본다.

김우상 연세대 교수·전 주호주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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