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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남북 해빙 첫걸음…고위급 회담 개최 본게임 시작

입력 : 2018-01-03 18:18:48 수정 : 2018-01-03 21: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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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 판문점 채널 복원 제안에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직접 화답 / “北 국가기구 격상 조평통 내세워 통일부 카운터파트로 인식한 것” / 고위급 회담 9일 개최 여부는 미지수 / 양측 수석대표·의제 조율 등 수싸움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위한 양측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3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통해 1년 11개월간 단절됐던 판문점 연락채널(남북 직통전화) 복원을 선언함으로써 김 위원장 신년사 발표(1일)→문재인 대통령의 긍정적 입장 표명과 정부의 9일 남북고위급회담 개최 제안(2일)에 이어 대화 국면의 시동이 걸렸다.
판문점 남북연락채널이 1년 11개월 만에 복구된 3일 판문점으로 향하는 길목인 파주 통일대교를 통해 차량이 드나들고 있다.
◆북한, ‘문재인 대통령’ 호칭 첫 사용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 필요성을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이례적으로 북한이 호응했다. 조 장관은 전날(2일)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면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의제, 대표단 구성 등 세부절차에 대해 협의해 나갈 것을 제의한다”고 했다.

북한 대남 기구인 조평통의 리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 방송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 지시에 따라 오후 3시30분(평양시간 오후 3시)부터 남북 간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장관 제의에 조평통 위원장이 직접 나서 화답한 것이다. 조평통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노동당 외곽기구에서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로 편입된 조직이다. 남북회담 경험이 풍부한 전직 고위관료는 “조평통 위원장이 직접 나서 통일부 장관 요구에 대응한 전례가 없다”며 “국무위원회에 편입되면서 국가기구로 격상된 조평통을 통일부의 카운터파트로 북한이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한은 리 위원장 발표대로 오후 3시30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먼저 연락해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오후 3시30분부터 50분까지 20분간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북측이 먼저 연락해 통신선 점검 등 상호 접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오후 6시7분쯤 다시 우리 측에 전화해 “오늘 (통화는) 마감하자”고 해 연락채널 복원 첫날 접촉이 마무리됐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완전히 끊겼던 남북 연락채널이 1년11개월만에 복구된 3일 오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우리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를 위해 점검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조 장관이 당초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회담 관련 논의를 할 것을 북한에 요구했던 것은 연락채널 복원 없이는 남북관계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남북이 서로 연락할 통로마저 없다면 사소한 오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위험성이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연락채널 정상화는 남북관계 복원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례 없는 호응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이 3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해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남북회담을 위한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 지시 등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 위원장은 이날 발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당·군·정의 3개 직책 중 조선노동당 위원장이나 조선인민군총사령관이 아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내세웠다. 국가직을 앞세워 장차 문재인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까지 시야에 두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특히 문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썼다. 북한이 공식 발표나 담화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이름과 직함을 함께 호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남조선 집권자’ 등으로 불렀다.

◆양측 수석대표·의제 조율 본게임 시작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을 시작으로 남북은 회담 개최를 둘러싼 본게임에 돌입했다. 이르면 4일부터 본격적으로 남북 당국회담 개최 일정 및 의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 위원장의 이날 발표에서는 우리가 9일 제안한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이날 2차례 판문점 연락채널 접촉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 위원장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를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일정과 의제, 형식 등에서 약간의 변동이 있더라도 회담은 열릴 것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관심사는 북한이 회담대표로 누구를 내세우느냐다. 회담대표 성격과 회담 의제가 연동돼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리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실무대책을 준비하도록 지시한 기관으로 △당 통전부 △조평통 △국가체육지도위원회 3곳을 적시했다. 국가체육지도위 외에 대남 정책 핵심인 당 통전부와 국무위 소속 조평통을 열거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문제 외에 정치·군사 현안을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한다고 밝힌 3일 오후 서울역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전직 외교안보 고위관료는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 위협에 맞닥뜨린 북이나 대북 제재 국면에서 대화 공간을 만들어보려는 남이나 이번 회담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만을 위한 회담으로 끝내면 안 된다”며 “회담 수석대표가 누구인지에 따라 회담 성격이 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급 회담일 경우 조 장관이 우리 쪽에서는 가장 좋은 카드지만 북한이 문제다. 제재 대상인 김영철 당 통전부장(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올지, 리 위원장이 나올지, 아니면 새로운 얼굴을 내세울지는 미지수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 지시로 이날 발표를 한 리 위원장이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군 출신으로 남북협상 경험이 풍부한 리 위원장은 2006년부터 남북 장성급 회담이나 군사 실무회담의 북측 대표로 나섰고, 2010년 이후에는 남북이 개성공단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를 협의할 때 북측 단장을 맡았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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