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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개헌하느냐 마느냐” 갈림길에 선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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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03 20:40:27 수정 : 2018-01-03 23: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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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밀어붙일 태세… 선택은 주인인 국민의 손에 달려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2일 새해 축하 행사에서 “일본과 세계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평온하고 마음이 풍성한 해가 되도록 기원한다”고도 했다. ‘국가의 상징’으로서 즉위 후 전쟁 희생자 위령과 재해를 당한 국민의 아픔을 달래는 데 힘을 쏟은 그는 매년 이와 비슷한 신년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그는 평화주의자로 불린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신년 메시지까지 한결같은 내용이 될지는 모르겠다. 아키히토 일왕은 내년 4월 ‘생전 퇴위’가 예정돼 있다. 그의 신년 메시지는 딱 한 차례 남았다. 그런데 올해 일본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평화 국가’를 표방한 일본이 ‘평화 헌법’을 버리고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의 길을 가려 하고 있다. 장기 집권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숙원이라고 밝힌 헌법 개정을 올해 밀어붙이려는 듯하다. 그가 특히 손대고 싶어하는 부분은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 등을 규정한 ‘헌법 9조’다. 이 조항 때문에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일본의 헌법이 갈림길에 서게 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아키히토 일왕보다 하루 앞선 지난 1일 신년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는 “새로운 국가 만들기를 향해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개헌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2020년을 일본이 크게 다시 태어나는 해로 만들고 싶다”며 개정 헌법을 2020년 시행하겠다는 ‘개헌 일정표’를 제시한 바 있다. 집권 자민당은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개헌을 공약에 내걸고 대승을 거둔 이후 개헌 논의를 주도하려 하고 있다.

아베정권은 오는 22일 시작하는 정기국회 회기 중 자민당 개헌안을 제출하고, 가능하면 개헌안 국회 발의까지 밀어붙이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가 예정돼 있어 ‘아베 개헌안’에 반대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이 개헌 문제를 이슈화할 경우 개헌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총재 3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개헌 반대 여론이 강해지면 개헌 꿈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아베정권이 여유 있게 개헌을 추진할 만한 여건도 아니다. 내년에는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와 나루히토(德仁) 왕세자의 즉위를 준비해야 한다. 그해 여름에는 참의원 선거도 예정돼 있어 ‘개헌 세력’이 개헌안 국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이상’ 의석을 유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정된 헌법을 2020년 시행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목표를 고려하면 더 뒤로 미루는 것도 곤란하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거세게 밀어붙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뿐 아니라 자민당과 연립여당을 꾸리고 있는 공명당마저 폭넓고 충분한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의석수만 믿고 밀어붙이려 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지난해 아베 총리의 ‘사학스캔들’이 불거지면서 아베정권의 오만함이 부각돼 내각 지지율이 급락한 전례가 있다.

따라서 아베정권이 개헌 추진 속도를 급격하게 끌어올리는 시점은 아베 총리의 결단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헌이 이뤄지느냐 마느냐는 결국 일본 국민의 손에 달렸다. 일본의 주인은 왕도 총리도 아닌 국민이다. 그들 중에는 아베 총리의 ‘보통 국가’ 구상을 지지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 국민이 아키히토 일왕의 메시지처럼 일본과 세계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지는 결정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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