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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의 수요돋보기] 혹시…오늘 '부정환승' 하셨어요?

입력 : 2018-01-03 08:00:00 수정 : 2018-01-03 09: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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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빅-, 내릴 때 카드를 대주세요.”

몇 초가 지났을까.

“삐빅-, 내릴 때 카드를 대주세요.”

고개를 저은 한 승객은 포기하지 않고 결국 내리는 문 앞 단말기에 카드를 찍었다. 앞서 다른 노선을 이용한 뒤, 해당 버스로 갈아탄 그는 몇 정거장이 지나도록 내리지 않았다.

버스 하차 전, 미리 카드를 찍는 ‘부정환승’이다.

적발 시 원금에 30배를 더한 요금(현금적용·최대 4만300원)을 부과해야 하지만 기사는 부정환승을 모르고 있었다.

버스 환승제도가 시행된 지 10년 넘게 흐른 가운데 대다수 승객은 이를 잘 지키고 있지만, 일부 시민 사이에서 부정환승이 행해지고 있다. 환승 후, 이동 거리에 따라 추가로 부과되는 요금이 빠져나가는 걸 막으려 미리 카드를 찍는 행위다.

 

서울의 한 시내버스에 붙은 환승제도 안내문. 부정승차와 관련한 주의사항이 보인다.


3일 버스 업계에 따르면 승객들의 부정환승을 기사들이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의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미리 카드 찍는 행위를 기사들이 알 수 없다”며 “안다고 해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부정환승 실태를 집계한 자료도 당연히 없다.

환승제도에 따르면 최대 4번까지 버스를 갈아탈 수 있다. 환승 시 카드에 최소 250원이 남아있어야 1회 환승이 가능하며, 4번까지 노선을 바꿔 탄다는 건 총 5개 노선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의 한 관계자는 “계속 환승할 경우 내릴 때 빠져나갈 수 있는 가장 큰 금액은 2400원으로 설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버스 단일노선을 승차할 때 내는 1200원(간선버스·성인 교통카드 기준)의 2배다.

 
서울의 한 시내버스에 붙은 환승제도 안내문. 부정승차와 관련한 주의사항이 보인다.


최근 기자가 서울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버스를 타고 여의도환승센터와 종로1가를 거쳐 홍대 인근 서교호텔 정류장까지 이동한 결과, 내릴 때 카드를 찍으니 추가요금이 200원 나온 것을 확인했다.

포털사이트 지도로 버스 정류장 기준 거리를 조회하니 △ 영등포역↔여의도환승센터(3.12km) △ 여의도환승센터↔종로1가(7.7km) △ 종로1가↔서교호텔(6.48km)로 측정됐다.

환승으로 17km를 조금 넘게 이동했으므로 10km 기본요금 부과 이후 5km당 100원이 추가되는 통합거리비례제가 적용된 거다.

만약 종로1가에서 탑승 후 곧바로 하차태그 했다면 서교호텔에서 내릴 때까지 100원을 아낄 수도 있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는 이를 노린 누군가 부정환승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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