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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아이 낳지 않는 부유층과 애완견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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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01 21:26:56 수정 : 2018-01-01 21: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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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높을수록 출산 기피 뚜렷 / 대우 못받는 출산… 당연한 결과 / 인간은 본능적으로 스킨십 동물 / 아이 대신 애완견서 위로 찾아 부유층은 아이도 낳지 않고, 에고이즘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러 핑계를 대고 있지만 ‘사악한 인간’의 단면인지 모른다. 출산도 가난한 사람이 담당해야 하는 ‘3D직종’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여성의 자아성취니 신분상승이니 사회진출이니 하면서 출산율이 저하된 지는 오래고, 젊은 인구는 급감하고 있고, 노령인구의 비율이 점차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도 고령사회가 됐다. 과학은 점점 발달하여 머지않아 인간이 직접 아이를 생산하지 않아도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최근 국세청 ‘국세통계연보’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억대연봉자가 6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런데 특히 결혼한 지 5년 미만의 신혼부부 중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인 고소득 부부의 경우 절반이 무자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을 더 기피하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소득과 출산율은 반비례하는 것인가. 물론 서민가정에서는 아이를 낳고 싶어도 출산육아교육에 따르는 비용이 겁이 나서 출산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결혼한 지 5년 이내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비중이 전년도보다 0.8% 증가한 36.3%였다. 이들 신혼부부가 낳은 자녀는 0.8명으로 우리나라 전체 출산율(1.17명)보다 훨씬 적었다. 이런 현상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났다. 부부합산 연봉이 3000만원에서 5000만원의 경우 33.5%인 데 반해 부부합산 연봉이 1억원 이상은 44.5%나 됐다. 결국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을 기피한다는 것은 삶의 목표(가정을 이루는 것)가 종래와 달리, 예컨대 개인의 출세나 물질적 안락, 당대의 행복이나 쾌락에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인류멸망을 예언하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주장이 있긴 하지만 아주 무식한(?) 발상으로 “여자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한다”고 말할 수 있다. 한때 인류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여자의 능력과 신비에 감동한 나머지 모계-여신시대를 이룬 적도 있었다. 그러나 가부장-국가사회의 등장과 더불어 여자의 출산-생산보다는 남자의 생산-공장생산의 가치를 높게 보고, 아예 여성의 재생산성과 가사노동은 생산의 통계에 넣지도 않는 적도 있었다. 요즘은 전업주부의 평균소득도 통계로 잡지만, 이것도 직장여성이 육아와 가사를 남에게 위탁하고부터 생긴 계산법이다.

여성이 직업을 갖는 것이 보편화된 지금,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런 사회통념과 정서가 반영돼 출산율이 낮아지고, 심지어 소득이 높을수록 출산을 기피하는 역현상마저 벌어진 것이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문화평론가
인간은 점차 ‘똑똑한 바보’가 돼 가고 있다. 일상을 점차로 기계에 맡기고 있고, 머지않아 출산도 기계에 부탁할지도 모르겠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그러한 준비가 돼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인간의 기계생산, 듣기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살아가는 ‘문화적 존재’이다. 그런데 만약 기계인간이 등장한다면 어떻게 정체성을 확보할 것인가? 소수의 천재들을 제외한 인간집단의 대부분은 기계에 조종당할 확률이 높다. 이는 기계의 효율성과 체계성과 일관성으로 볼 때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과학기술과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신체를 육체 혹은 물질 혹은 기계로 환원해서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간사유의 환원주의는 극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 과연 기계가 인간과 존재를 다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 이르면 아직도 미지의 부분이 너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을 ‘알 수 없는 존재’로 정의하기도 한다.

선진문명국에 비해 후진중진국의 출산율은 높을 뿐만 아니라 이들 나라는 선진산업국에 직업이민이나 국제결혼의 형태로 여성인구를 수출하기도 하는데 이는 대체로 여성의 값싼 노동력이나 출산능력을 돈으로 환산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현대인이 출산을 값싼 노동력과 같이 취급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는 선진국의 여성들이 출산을 점차 기피하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 다시 말하면 국제적으로 출산을 담당하는 여성은 후진중진국 여성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지구의 산소를 공급하고 있는 이치와 같다.

출산율의 저하와 함께 현대인에게 늘어난 것이 바로 애완동물 키우기이다. 특히 애완견을 위한 각종 문화상품이 즐비하다. 애완견유모차, 애완견의약품가이드, 애완견돌봄원, 애완견훈련소, 애완견마사지, 애완견뽐내기 등 애완견사업이 성업 중이다. 인간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체적 접촉이 점차 줄어드는 환경에서 현대인은 본능적으로 비밀스럽게 신체적 존재성을 애완동물을 통해 해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황금개띠의 해에 살판 난 것은 애완견이다.

인간은 스킨십의 동물이다. 인간은 메시지로만 살 수 없다. 때로는 신체적 마사지도 필요하다. 그런데 자기 이외의 인간과 모든 사물을 타자로 환원시킨 현대인이 스킨십을 쉽게 누릴 수 있는 것은 동물밖에 없다. 현대인은 고독하다. 그래서 애완동물로 자신의 동물성을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출산을 기피하는 인간은 애완동물과 기계인간과 더불어 살 날이 올지도 모른다.

박정진 평화연구소장·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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