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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파고-공유사회 이끄는 신기술] IoT·3D프린터, ‘상품 공짜시대’ 열어 독점폐해 없앤다

입력 : 2018-01-01 15:01:00 수정 : 2018-01-01 14: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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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70년 전 분권화된 대중생산 예고 / 사물인터넷, 지능형 기술·서비스 제공 / 센서 능동형 작동 ‘스마트 시티’도 가능 / 3D프린팅, 인공기관·자동차 등 생산 / 소비자가 필요한 재화 직접 만들어 / 자본주의 시장 경제 소명될 가능성 / ‘부의 꿈’도 지속가능 양질의 삶 대체 / 일각 “되레 독점 폐해 심각해질 수도” “물론 대량생산이다. 하지만 집단에 기초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집에서 이뤄지는 대량생산이다.” 70여년 전 인도의 정치인 마하트마 간디는 경제비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중앙집중형 ‘대량생산’이 아니라 분권화한 ‘대중생산’을 주창한 것이다.

간디는 경제력을 중앙집권화하고 시장을 독점하려는 수직통합형 사업체가 행하는 대량생산은 인류에 비참한 결과를 안겨줄 것이라 믿었다. “특정 기관에 무한한 권력이 주어진다는 것은 생각하기조차 두려운 일이다.”

간디가 중앙집권적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난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간디는 영국의 산업 기계가 인도 대륙을 가득 채우며 엘리트 계층과 중산층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도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집어삼키고 주민들을 궁핍에 몰아넣는 것을 목격한 터였다.
그렇다고 공산주의에 현혹된 것도 아니다.

간디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대중이 자기 집과 이웃에서 행하는 지역생산이었다. “개인생산을 수백만배 증식하면 그 역시 대량생산이 아닌가.” 간디는 “생산과 소비가 재결합해야 한다”고 믿었다. 요즘 용어로 ‘프로슈머’(생산자이자 소비자)를 역설한 것이다.

간디의 이런 생각은 산업화와 대량생산을 찬미하던 당시 통념을 거스르는 것이었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작금 4차 산업혁명이 여는 새로운 세상이 바로 간디가 제시한 경제모델과 흡사하다. 간디의 꿈이 4차 산업혁명으로 실현되는 셈이다.

간디가 주창했던 대중생산의 시대는 ‘사물인터넷’과 ‘3D프린터’가 열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모든 사물을 연결하여 정보를 상호 소통하는 지능형 기술과 서비스를 말한다. 이 신기술로 내 칫솔이 내 치아의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인체에 부착되거나 심긴 센서가 생체 기능을 모니터링한다. 미국 물류업체 UPS는 6만여 회사 차량에 센서를 달아 각각의 부품을 모니터링해 도로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비용의 고장을 미연에 방지한다.

‘스마트 시티’도 가능해진다. 센서들이 빌딩과 교량, 도로 등 도시 인프라의 진동이나 물리적 상태를 측정해 구조적 안전성을 진단하고 수리 시점을 알려준다. 스마트 도로와 지능형 고속도로는 운전자에게 사고나 교통체증과 관련된 최신 정보를 제공한다.

3D프린팅은 사물인터넷 경제에 동반되는 제조 모델이다. 소프트웨어(대개 무상 공개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지시를 내리면 프린터 안에 있는 용해된 플라스틱이나 금속 등이 층층이 쌓이며 제품을 만든다. 이미 장신구에서 항공기 부품, 인공기관 등에 이르는 제품이 3D프린팅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3D프린터가 만든 최초의 자동차 어비(Urbee: 캐나다 코어에코로직 제조)는 최대 시속 64㎞로 달린다.

IoT가 보편화하고 가정마다 지역마다 3D프린터가 갖춰져 소비자 스스로 필요한 재화를 만들어내는 세상이 본격화하게 되면 경제 패러다임도 대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집중형 생산방식은 허물어지고 분권화한 대중생산의 시대가 개막한다. 특히 모든 재화의 가격이 거의 제로에 근접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역사적 종착점에 다다를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사회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주장했다.

리프킨은 “앞으로 20∼30년 내에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프로슈머들이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물리적 재화와 서비스는 물론이고 녹색에너지까지 생산하고 공유할 것이고 온라인으로 가상의 교실에서 역시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학습할 것이며, 재화와 서비스를 거의 무료로 나누는 경제의 시대로 인도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부연하면 “극도의 생산성이 주도하는 글로벌 네트워크가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을 연결함으로써 인류는 더욱 빠르게 재화와 서비스가 거의 무료 수준인 시대로 이동하고 그와 더불어 자본주의는 다음 반세기에 걸쳐 쇠퇴하며 ‘협력적 공유사회’가 경제생활을 조직하는 지배적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리프킨은 “협력적 공유사회에선 소유권보다는 접근권이 중요해지며,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전통적인 꿈은 지속가능한 양질의 삶이라는 새로운 꿈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컨설팅업체인 롤란트 베르거도 4차 산업혁명 보고서, ‘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변화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제품 소유보다 사용을 중시하는 쪽으로 거대한 이동이 시작된 점”이라면서 “이 것은 기존 성장과 다른 방식의 성장이 가능함을 뜻한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인류를 전반적 복지를 증진하는 ‘협력적 공유사회’로 인도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너무 낙관론에 치우친 전망일 수도 있다. 오히려 독점의 폐해가 훨씬 더 심각해질지도 모른다. “정보가 초대형 글로벌 그룹에 집중되면서 사람들의 삶이 거기에 종속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의료정보 같으면 IBM의 왓슨이, 개인정보는 구글과 아마존이 엄청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독점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참고도서: 한계비용 제로사회(제러미 리프킨), 4차 산업혁명 이미 와 있는 미래(롤랜드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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