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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회차만 해도 돈 내!" 정해진 기준없이 '부르는 게 값' 민영주차장

입력 : 2017-12-31 13:00:00 수정 : 2018-01-03 16: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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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취재차량이 서울의 한 민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있다.

“너무 비싼 거 같은데…”

이달 초 서울 동작구의 한 민영주차장을 찾은 이모(28)씨는 주차가격을 보고 놀랐다. 평소 이용하는 공영주차장 가격보다 2배 넘게 비쌌기 때문이다. 인근에 다른 공영주차장을 찾기 위해 차를 빼려는데 주차장 주인이 이씨의 길을 가로막았다.

주차장 주인은 “주변 공영주차장에도 자리가 없다”며 가격을 ‘협상’하기 시작했다. 내키지 않았던 이씨가 나가려고 하자 주인은 “들어왔으니 기본료를 내야 한다”며 3000원을 현금으로 요구했다. 이씨가 머문 시간은 고작 1분 남짓. 황당한 이씨는 돈을 내지 않으려했지만 주인이 차를 막아서며 따지는 바람에 현금을 내고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민영주차장의 가격은 대중없다”며 “공영주차장에 비교해 정해진 회차 규정도 없고 카드도 받지 않아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세계일보가 서울 시내 번화가 일대 민영주차장 10곳을 취재한 결과 같은 지역이라도 주차요금의 차이가 확연했다. 서울 신촌에 위치한 A주차장은 30분당 2000원의 기본요금에 10분당 700원이 추가됐다. 이와 몇 걸음 떨어진 B주차장은 30분당 3000원 기본요금에 10분당 1000원이 추가됐다. 인근 C주차장은 30분에 2000원, 1시간 4000원으로 30분 단위 요금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특히 A주차장과 B주차장은 카드를 받지 않았다. 일부 주차장은 차가 들어서기만 해도 요금을 내야 했고 주인이 다가와 “얼마나 있을 거냐”며 가격을 협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 노량진 인근 서로 1km 떨어진 거리에 있는 민영주차장(왼쪽)과 공영주차장 가격비교.

공영주차장과 민영주차장의 가격차이도 상당했다. 동작구 노량진에 위치한 한 민영주차장의 주차요금은 30분당 4000원, 1시간당 7000원을 받고 있었다. 그곳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공영주차장 요금은 5분당 100원이었다. 6배 가까이 가격 차이가 있었다. 공영주차장은 장애인·유공자·저공해차량·경형차량·다둥이 행복카드 등 할인혜택도 주어졌다.

한 민영주차장 주인은 “토지를 임대해서 사업하기 때문에 요금이 높다”면서 “정해진 요금 기준은 없고 스스로 규율이나 가격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공영주차장 수는 최근 들어 줄고 있다. 2012년 1만 3319곳이었던 공영주차장은 지난해 9376곳으로 5년 새 29.6% 감소했다. 총 주차면 수도 2012년 20만 7515개에서 지난해 20만 2676개로 줄었다. 민영주차장의 수는 2012년 34만 1893곳에서 지난해 29만 9198개로 12.5% 줄었다. 하지만 주차면 수는 2012년 337만 6747개에서 지난해 378만 615개로 오히려 증가했다.

해당 공영주차장 통계에는 거주자 우선이나 월 정기권 사용자 전용 주차장도 포함돼 이동 중 자유롭게 주차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 수는 더 적어진다.

공영주차장이 줄며 민영주차장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가격 기준과 정해진 주차 규정이 없다 보니 운전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서울 송파에 거주하는 김모(30)씨는 “공영주차장 하루 이용가격과 민영 주차장 1시간 이용 가격이 비슷한 것 같다”며 “관리인이 카드를 안 받을 때 특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박모(31)씨는 “바로 옆 민영주차장끼리도 가격차이가 상당해 싼 곳을 따로 알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공영주차장은 각 구청의 조례에 따라 운영하기 때문에 급지에 따른 가격, 할인 혜택 등 기준이 마련돼 있다. 반면 민영주차장은 ‘개인사업자’로 분류해 운영자가 주차장을 만들고 구청에 신고만 하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가격 기준과 규율, 책임 등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영주차장 수가 줄고 있는데 이는 도로정비를 위해 노상주차장(도로의 노면에 설치된 주차장)이 없어지고 있는 까닭”이라며 “서울시 주차난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대신 노외주차장을 늘리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영상=이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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