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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페셜 - 우주 이야기] (42·끝) 우주로 가는 전초기지, 우주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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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30 10:00:00 수정 : 2017-12-30 03: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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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진국이 되려면 전용구장이 필요한 것처럼 우주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주센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은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 출처=픽사베이·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 선진국으로 가려면 발사체와 인공위성의 개발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만으로는 명실상부한 우주 선진국으로 불리기 어렵다. 자국 내 발사장까지 ‘3박자’(발사체+인공위성+발사장)를 두루 갖춰야 한다.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가려면 공항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로켓 발사장, 즉 우주센터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한국의 우주 개발은 ‘나로호’ 발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나로호 발사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최초로 우리 땅(발사장)에서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955년 건설된 세계 최초의 바이코누르(현 카자흐스탄 제스카즈간주 소재) 우주기지. 사진은 이곳에서 지난해 11월 미국과 러시아, 유럽 등이 참가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의 승무원을 태운 로켓이 발사되는 모습. 출처=미국항공우주국(NASA)

◆세계 최초, 최대의 우주센터는 어디에?

우주센터에는 발사장만 있는 게 아니다. 우주 개발에 필요한 각종 시험시설은 물론이고 견학·교육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이러한 우주센터에는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 경쟁부터 우주개발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실패의 고통과 성공의 환희가 교차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최초의 우주센터는 소련이 1955년 건설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다. 카자흐스탄 영토에 자리 잡고 있지만, 러시아 정부에서 해마다 1370억원을 지급하고 오는 2050년까지 임대하기로 했다. 이곳은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7720㎢)를 자랑한다. 1970년대 이곳을 처음 찾은 미국 관계자들이 15분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가도 우주센터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와 소련 출신 유리 가가린의 최초 유인 우주비행이 바로 이곳에서 이루어졌다. 러시아의 모든 유인 우주비행은 물론이고 달과 행성 탐사, 정지궤도 위성 발사 등 대부분의 우주 개발이 펼쳐진 곳이다. 지금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는 ‘소유즈’ 우주선을 발사하는 등 우주 개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필적할 만한 곳은 미국의 케네디 우주센터다.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곶의 메리트섬에 위치해 세계 최초의 달 착륙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발사되는 등 인류의 우주탐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휴먼 드라마를 연출한 곳이기도 하다. 1969년 아폴로 11호 발사 당시 이곳에는 무려 10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아폴로를 비롯한 ‘머큐리’와 ‘제미니’ 등 이른바 ‘달 탐사 프로젝트 트리오’가 모두 이곳에서 수행되었다. ‘디스커버리호’ 등 우주왕복선만 100회 이상 이·착륙한 곳이기도 하다. 전체 면적은 약 570㎦(우주 발사시설 면적 24㎦)로 서울시와 맞먹는 크기를 자랑한다.
2001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출처=미국항공우주국(NASA)
 
◆냉전시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이 상업용으로

미국의 또 다른 우주센터가 있는 반덴버그 공군기지(캘리포니아주 산타 바바라 카운티 소재)에서는 1999년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 실용위성인 ‘아리랑 1호’가 발사되었다. 이곳은 미 군사시설로는 유일하게 우주선과 상업용 인공위성을 극 궤도로 올릴 수 있는 곳이다.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된 곳이기도 하다.

러시아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위성 1호와 아리랑 2호가 각각 발사되었다. 러시아 돔바롭스키 공군기지에 있는 야스니 발사장에서는 아리랑 3A호와 아리랑 5호가 각각 발사되었다. 돔바롭스키 공군기지는 1960년대 소련의 주력 ICBM 발사 기지였다.

프랑스는 남미에서 쿠루 우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자국의 지리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적도 근처 프랑스령인 기아나에 세운 우주센터다. 국내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별 1호’와 첫 정지궤도 복합위성 ‘천리안 1호’가 각각 발사된 곳이다. 적도와 가까워 전 세계 정지궤도 위성의 절반 정도가 이곳에서 발사될 정도다.

우리의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도 여러 곳에 우주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시창과 주취안, 타이위안에 세운 데 이어 2014년 하이난에 원창 우주센터를 완공했다. 중국의 4번째 우주센터이자 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의 우주정거장을 비롯한 유인 달 탐사와 심우주 탐사의 전초 기지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우리의 아리랑 3호가 발사된 다네가시마(규슈 가고시마현의 섬) 우주센터를 비롯한 5개의 크고 작은 발사장을 보유하고 있다.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는 쿠루 우주센터 발사장의 모습. 출처=위키피디아

◆우주센터는 어디에 들어설까?

이러한 우주센터는 아무 곳에나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가장 먼저 염두에 둘 사항은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외교 문제, 그리고 안전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우주센터는 바닷가나 사람이 살지 않는 사막 등에 위치한다. 언제든 실패할 수 있는 우주 개발의 특성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주 로켓 발사 시 실패는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발사장 주변 못지않게 발사체의 궤적도 중요하다. 우주 발사체가 대기권을 벗어나 궤도에 진입하기까지 보통 3단 이상의 분리가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발사 궤적 상에도 인구 밀집 지역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의 영공도 직접 통과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할 때마다 일본이 초긴장 하는 이유는 자신의 영공을 지나는 탓이다.
우주센터는 발사 시 안전과 효율성 등을 고려해 입지를 선정한다. 사진은 미국 케네디 우주센터의 초창기 모습. 출처=미국항공우주국(NASA)
 
다음으로 고려할 사항은 ‘효율성’이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투입한 만큼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 또 발사체에 탑재할 수 있는 연료도 한정된 만큼 적은 양으로 많은 효율을 얻어야 한다. 대부분의 우주센터가 적도 가까운 곳이나 지구의 북반구에 위치하는 것은 발사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주로 물체를 쏘아 올리기에 가장 좋은 위치는 적도다. 자전에 의한 회전속도가 가장 빠른 곳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원심력은 가장 약하다. 지구의 자전 속도와 원심력은 발사체가 우주로 날아갈 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회전속도는 빠르고 원심력은 약해야 대기권 탈출 속도를 낼 때 이득을 볼 수 있다. 지구와 같은 속도로 공전하는 정지궤도 위성은 특히 그렇다. 그래서 모든 나라는 최대한 적도 가까운 곳 바닷가에 우주센터를 지으려고 한다. 

발사체를 약간 동쪽으로 향해 발사하는 것도 지구의 자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구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한다. 적도의 자전 속도는 시속 1600㎞가 넘는다. 우주 발사체를 직각이나 서쪽이 아니라 동쪽으로 향해 발사해야 이 자전 속도의 힘을 받아 더 빠르게 우주를 향해 날아갈 수 있다. 반대로 서쪽을 향해 발사한다면 지구 자전의 역방향이기 때문에 속도와 힘을 내는 데 방해를 받게 된다. 
‘시런치’(Sea Launch)의 해상 발사대 ‘오션 오디세이’. 출처=시런치 홈페이지

◆땅 대신 바다로···해상 발사 시스템

이처럼 우주 발사체는 아무 곳에서, 아무 곳을 향해 마음대로 발사할 수 없다. 그래서 바다 한가운데에서 발사하기도 한다. 이른바 해상 발사 시스템이다. 미국과 러시아,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4개국이 공동 출자한 회사 ‘시런치’(Sea Launch)는 1995년 설립되었다. 바다 위로 이동하는 발사장에서 로켓을 쏴올리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도 2006년 시런치에서 ‘무궁화 5호’ 위성을 쏘아 올렸다. 자국에서 발사 효율이 떨어지는 국가는 이런 해상 발사 시스템을 이용하면 효율적으로 로켓을 쏴올릴 수 있다. 바다 한가운데여서 주변 국가나 인근 주민의 안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발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먼저 항구에 정박한 상태에서 발사체를 플랫폼에 옮겨 싣는다. 이어 발사체를 실은 플랫폼과 발사 과정을 제어하는 통제선은 적도 부근 바다로 향한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바다가 잔잔해지기만 기다리면 된다. 이렇게 해상 런치 시스템을 이용해 발사하는 위성은 대부분 정지궤도 위성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구 자전 속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위성이 궤도에 도달하는 거리도 단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해상 발사 시스템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주 발사체가 주변 환경에 민감한 만큼 육상보다 제약 조건이나 위험 요소가 많은 탓이다. 실제 시런치는 몇차례 사고를 일으키면서 2009년 사실상 파산했고, 2014년 이후 발사를 하지 않다가 지난해 러시아 항공사에 인수됐다. 내년부터 활동을 재개해 앞으로 15년 동안 70회 정도 발사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남 고흥 나로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

◆우리 발사장에서, 우리 발사체로, 우리 위성을 

이처럼 우주 선진국은 자체 우주센터를 보유하고 언제든지 자국에서 자국 발사체로 자국의 위성이나 우주선을 쏠 수 있다. 우리도 나로호를 발사하면서 우리 땅에 우주센터를 갖게 되었다. 바로 나로우주센터다.

나로우주센터 역시 ‘어디에 세우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비행 궤적과 분리된 단 로켓의 낙하 예상 지역을 면밀하게 계산해 일본이나 중국을 통과할 수 있는 동해와 서해 지역은 일단 제외했다. 발사체의 비행 궤적 상 장애물이 없는 비행가능영역을 각도로 표시한 것을 발사 가능 방위각이라고 하는데,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은 이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최종 압축된 후보지는 전남 고흥과 경남 남해 두곳이었다. 

최종적으로 인근 인구 밀집 지역의 여부와 부지 확보의 용이성, 발사 가능 방위각 등을 검토해 고흥의 나로도가 선정됐다. 2003년 8월 첫삽을 뜬 우주센터는 약 495만㎡(150만평)의 면적에 모두 2650억원을 투자해 2009년 완공되었다. 그리고 2013년 1월30일 마침내 나로우주센터에서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우주로 향한다.

현재 나로우주센터는 발사장뿐 아니라 엔진 시험설비와 위성 시험동, 발사체 조립동, 고체 모터동, 발사 통제동, 광학장비동 등 우주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시험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한국형 발사체(KSLV-Ⅱ) 발사를 위해 발사대를 건설하고, 관련 시설을 확충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나로호를 발사했던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를 발사하면 그야말로 우리의 위성을, 우리의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발사하는 역사적 순간을 맞게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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