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는 프로축구의 경우 도입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가장 시장이 큰 프로야구의 문은 이제야 열렸다. 한국에도 스콧 보라스와 같은 ‘슈퍼 에이전트’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그래서 YG나 SM 같은 대형 연예매니지먼트 회사들도 스포츠마케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새 제도 도입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이전트의 자격이다. 프로축구에서 도입 초창기 에이전트 중에는 선수들의 ‘아는 형님’들이 적지 않았다. 그중 몇몇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는 등 논란이 됐고 제대로 자리 잡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야구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심사를 거쳐 에이전트 자격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22일 자격심사를 통과한 149명이 첫 자격시험을 치렀다.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송용준 체육부 차장 |
이에 대해 선수협회 측은 “오해일 뿐이다. 특정 업체와의 유착은 있을 수 없다. 한국에 사례가 없어 미국에서 활동한 경험을 전해줄 수 있는 곳이었기에 자문한 것뿐이다. 이 회사들도 시험에 합격해야만 에이전트 자격을 준다”고 해명했다.
여기에 KBO도 기존 에이전트 업체에 반감을 은근히 드러내는 모양새다. 선수협회 측은 “우리는 응시자격 심사 때 기존 업체들과 변호사 등 전문가 그룹을 고려할 생각이었지만 KBO가 문호 개방을 원해 이를 받아들였다. 제도 도입이 시급하기에 KBO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구단들이 문호 개방을 요구한 것은 기존 에이전트들의 힘이 약화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인다.
결국 선수협회를 가운데 두고 KBO와 기득권 에이전트들이 기싸움 중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선수협회가 중심을 제대로 잡는 것이다. 특정 업체들은 이미 계약한 스타급 선수들을 앞세워 선수협회를 압박할 수 있고, KBO는 이사회 등을 통해 에이전트 제도의 활성화를 막는 규약을 만들 힘이 있다. 선수협회가 스타 선수들의 이익집단이 되지 않고 모든 선수들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면서 KBO와 합리적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솔로몬의 지혜로 에이전트 제도의 안착에 나서야 할 때다.
송용준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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