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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분별없는 죽음 보도
모방자살 등 2차 피해 우려
생명을 넘는 보도가치는 없어
사회 公器로서 책임 느껴야
얼마 전 한 유명 연예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스타의 극단적인 선택이 안타깝지만 모방자살 등 2차 피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유명인의 자살을 언론이 상세하게 다루면 자살을 되레 부추기는 베르테르현상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회자한다. 죽음을 보도하는 언론의 분별이 그래서 중요하다. 2013년 보건복지부와 한국기자협회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을 마련했다. ‘자살에 대한 보도를 최소화한다’,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인 표현을 피해야 한다’ 등 9가지를 제시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자살보도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최근 본지 설왕설래 코너에 ‘연예인의 죽음’을 주제로 짧은 글을 썼다. ‘자살’이라는 단어는 삼갔다. 글의 기본 요건인 육하원칙 중에서 ‘어디서’, ‘어떻게’를 뺐다. 단어 선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의식했다.

연예인의 죽음에 대한 도 넘은 언론 보도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직원들이 언론 기사를 모니터링했더니 인터넷 매체와 일부 종편은 자살 방법과 도구, 사망 장소를 스포츠 중계하듯 쏟아냈다. ‘XX’이라는 자살 도구가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공개돼서는 안 되는 유서를 방송 진행자가 줄줄 읽고 그 내용은 인터넷에 둥둥 떠다녔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인기 아이돌의 죽음인 만큼 자살보도 기준을 지켜 달라”고 언론사마다 협조공문을 보냈으나 소용이 없었다. 일부 인터넷 매체는 조회 수가 많은 기사에 광고가 첨부되는 수익구조 탓에 연예인의 죽음을 호재로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이들에게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쇠귀에 경 읽기’였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자살보도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언론사를 법적 제재를 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랐다. 1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한 시민단체는 “언론이 검색장사를 하는 분별 없는 행태를 이번에도 반복했다”고 성토했다. 언론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박태해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은 28.7명이다. 38분에 1명이 목숨을 끊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유명인 죽음 이후 모방자살 등 2차 피해를 막아야 할 언론이 결과적으로 자살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듣고 있는 꼴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유명인의 죽음 이후 베르테르효과가 통계로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005~2008년 연예인 5명의 극단적 선택 후 2개월간 발생한 자살자 수를 전년도 같은 기간, 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했다. 결과는 전년과 후년의 평균치보다 30%가량이나 자살자 수가 많았다. 이번에도 샤이니팬(샤월) 일부의 “따라 죽고 싶다”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글들이 SNS에 올라 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직원들이 상담전화번호를 공지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언론의 분별 있는 보도로 모방자살을 막은 경우도 있다. 파파게노 효과를 말한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새장수 파파게노가 요정의 도움을 받아 자살 충동을 극복한 일화에서 유래했다. 1994년 전설적인 록그룹 너바나 리더인 커트 코베인이 권총 자살했다. 언론들은 그의 죽음을 동정하지 않고 끔찍한 일이라며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커트 코베인의 아내 코트니 러브가 “그의 자살은 자신의 고통을 줄이고자 가족을 버린 행위”라고 비난한 것도 한몫했지만. 예상과 달리 모방자살자 수는 늘지 않았다. 미국 웨인주립대 정신의학과 스티븐 스택 교수는 “언론이 자살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면 대중은 절대 따라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쯤 되면 ‘인명재언(人命在言)’이라 할 수 있다. 언론이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준수돼야 한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큰 보도가치는 없다. 그것이 언론의 금도다. 유명인의 죽음을 이용해 검색장사를 한다는 ‘기레기’ 언론사 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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