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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인생도 낙법 필요… 한계 부딪혔을 땐 쉬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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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5 21:17:18 수정 : 2017-12-25 21: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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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넘어지는 연습’ 출간한 조준호 용인대 유도 코치 / 런던올림픽서 판정 번복 딛고 / 값진 동메달 품은 경험 바탕 / 방송·해설 등 제2의 인생 시작 / “넘어지는 것은 끝이 아니라 / 잠시 기다림의 시간 갖는 것”
‘낙법(落法)’. 유도에 입문하면 누군가를 넘어뜨리기 전에 반드시 배워야만 하는 기술이다. 메치기를 당해 나가떨어지거나 갑자기 넘어질 때 아무런 부상 없이 자신의 몸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낙법은 필수다.

17년 동안 유도선수로 몸으로 익힌 낙법을 인생에 접목한 조준호 용인대 유도 코치는 “인생에도 마음의 낙법이 필요하다”며 ‘잘 넘어지는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예능인과 국가대표팀 코치, 학교전담 명예경찰관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 중인 조 코치는 최근 ‘잘 넘어지는 연습’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차가운 유도장 매트리스 위에서 수십만번 넘게 쳐본 낙법을 인생에 접목한 그는 어떻게 잘 넘어지고 잘 일어설지를 책에서 풀어냈다.

왜 잘 넘어져야 할까. 조 코치는 지난 22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생과 유도는 공통점이 많다”며 “넘어져야 할 때 넘어지고, 거기서 왜 넘어졌는지를 깨달아야 유도가 늘듯이, 실패를 받아들이고 실패의 경험에서 배워야 인생도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준호 용인대 유도코치가 최근 출간한 ‘잘 넘어지는 연습’을 소개하며 ‘마음 낙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조 코치는 선수시절 상대의 기술에 걸려 시원하게 ‘한판’으로 바닥에 내리꽂히면 항상 ‘왜’의 시간을 가졌다. 낙법으로 안전하게 넘어진 뒤 천천히 일어나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면서 ‘왜 기술에 걸렸을까’,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넘길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항상 ‘왜’를 고민했기에 잘 넘어지고 잘 일어나 다음 시합에서 발전할 수 있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왜’ 덕분에 판정 번복과 오른팔 부상에도 불구하고 동메달을 딸 수 있었다.

앞서 조 코치는 8강에서 일본의 에비누마 마사시 선수와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석연치 않은 합의 판정 번복으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주심과 부심 전원이 조 코치의 승리를 선언하는 파란 깃발을 들었지만 일본 감독의 항의와 심판위원장의 개입으로 마사시 선수의 승리로 판정이 뒤바뀐 것이다.

조 코치는 “전무후무한 판정이었다”며 “무너진 멘탈을 추슬러 가까스로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는데,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스페인의 수고이 우리아르테를 만나 앞이 깜깜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일본 선수와 8강 경기에서 판정 번복에 분노한 국민이 보내준 관심과 응원이 오히려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조 코치는 “시합을 기다리는 동안 실시간으로 댓글과 카톡으로 응원의 글을 받았다”며 “그동안 견뎌왔던 지옥 같던 훈련이 떠오르면서 한번 모든 걸 쏟아내 보자고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결과는 동메달이었다. 그는 “동메달 결정전은 나를 한계의 끝으로 몰아갔던 경기였다”며 “시상대에 올랐을 때 메달을 딴 기쁨과 함께 유도선수로서의 한계를 발견한 것에 대한 기쁨이 함께 몰려왔다”고 말했다. 이어 “한계를 모를 때는 내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불안했지만 오히려 확인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다”며 “어디까지 버텨야 할지 언제 낙법을 쳐야 할지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판승 기술보다 체력적 우위를 앞세워 경기를 풀어가던 그는 금메달과 자신 사이의 한끗 차이를 확인하자 미련 없이 낙법을 치며 2013년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 선수를 그만둔 그는 일본 선수에게 판정패를 당한 ‘비운의 동메달리스트’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2015년 KBS ‘우리 동네 예체능’과 MBC ‘라디오스타’와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 게스트로 출연해 유도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 때는 해설위원으로 유도 경기를 해설하며 유도 경기의 뒷이야기를 담은 글을 네이버에 연재하기도 했다. 런던올림픽에서 크게 넘어졌던 경험이 선수 이후 제2의 인생을 풀어나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된 것이다.

내년부터 스포츠 심리학 박사과정을 밟는다는 조 코치는 “호기롭게 유도장을 개업했다가 수강생이 없어 고생한 다음에야 비로소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만약 도장이 잘 됐더라면 거기에 우쭐해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계는 끝이 아니라 잠시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 멈춤일 뿐 이제는 넘어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서 “넘어지는 것이 두렵다면 유도와 생활체육 종목에서 작은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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