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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美전문가 "러시아, 한반도 통일 유일하게 이익되는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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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4 20:38:08 수정 : 2018-01-01 13: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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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러시아연구소 초청으로 방한한 알렉세이 아르바토프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IMEMO) 국제안보센터장이 지난 1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그는 미러관계 개선 전망이 어둡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탄핵 가능성보다 낮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국가’로 규정된 데 대해서는 “러시아에 부정적인 일이다. 반트럼프, 반러시아 정서의 캠페인을 승인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가 포기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래가지 않길 바란다”며 “상징적인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테러위험이 있다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하루 전에 정보를 전달했고, 덕분에 대규모 테러를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CIA 첩보로 상트페테르부르크 폭탄테러 기도범 7명 검거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 전화를 했던 일을 일컬은 것이다. 그는 “미러가 공동의 관심사, 이익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알렉세이 아르바토프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IMEMO) 국제안보센터장이 지난 18일 세계일보와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미러관계의 영향을 사실상 받을 수밖에 없는 한러관계를 개선하는 데 필요한 제언으로는 경제분야에서의 협력을 우선하는 방법을 꼽았다.

아르바토프 센터장은 러시아 두마 3선 의원을 지낸 러시아 내 저명한 미국전문가이자 정치가다. 부인인 나제즈다 아르바토바 박사 역시 유럽연합(EU)관계에 정통한 러시아 학자로 IMEMO 소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임명될 때 친러·지러파로 알려졌다. 전례가 있나.

“틸러슨 장관이 러시아와 관련한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틸러슨 장관은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러시아 관련 분야 비즈니스맨이었다. 석유와 가스 관련 비즈니스를 했기 때문에 러시아와 관련이 있었던 것이지 러시아 전문가라고 하긴 어렵다. 예전에 러시아와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전례를 보자면 1990년대에 주러시아 미국대사가 있었다. 수잔 라이스(오바마 정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야말로 러시아 전문가였다. 좋은 예다. 러시아어도 굉장히 잘 구사하는 사람이었고, 러시아 관련 분야를 연구하고 공부한 사람이다.”

- 틸러슨 임명시 한국에서는 푸틴대통령의 17년 친구가 국무장관에 임명됐다고 알려졌다. 과장이었나.

“큰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 미·러관계가 트럼프 정부 들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는데 최근엔 무산되는 분위기다. 전망은.

“물론 러시아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관계개선에 대한 많은 기대를 갖고 있던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몇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 의회, 미국 정계 엘리트들의 반러분위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손이 묶여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친밀감을 느끼고 있어도 그와같은 행동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반러 분위기가 너무나 많이 확산돼 있기 때문에 어떤 행동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양국 관계 개선여지가 없진 않으나 개선될 수 있으려면 개인적 친밀감만으로 될 수 없으며, 미국과 러시아 간에 몇 가지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돼야 가능하다.”

- 러시아의 미국 선거개입 논란이 정리되면 장기적으로는 개선이 될 것이라고 보나. 트럼프 임기 안에 관계개선 전망은.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미국은 미국 선거관리시스템에 대해 러시아가 해커 공격을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와 같은 사실을 IT분야를 생각할 때, 러시아에서는 그것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고 미국은 해커공격이 러시아측에서 있었다고 입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문제는 러미의 관계보다는 미국 내에 문제가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저는 40년간 미국을 연구하고 1년에도 몇차례씩 미국을 오가는데 지금처럼 반러 분위기가 심한 것은 제 경험으로는 처음이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개선 전망은 미러관계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 문제에 있다는 점이다. 의회나 정당, 언론이 그와 같은 반러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고 트럼프 당선의 충격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크지 않다고 본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질문을 들으면서 생각되는 것은, 트럼프 탄핵의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가 물을 줄 알았다. 재선을 위해 어떤 일이 있어야 할지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오히려 너무나 반트럼프 분위기가 활발히 확산되고 있어서 오히려 탄핵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크지는 않지만.”

- 한국에서는 트럼프가 국내적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서 한반도 문제에서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고, 그것을 우리가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트럼프 대외정책에서 한반도 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린 것을 정부가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가 사실상 방치였기 때문에 이보다 낫다는 기대다.

“지금 상태로는 보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어떤 해결책을 가져오지 못했다. 오히려 긴장 강화를 가져왔고, 특히 군사분야 긴장을 더 악화하고 있다. 미사일 발사가 그 예고, 그 미사일 발사를 견제하기 위한 (한미)공동훈련을 예로 들 수 있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에 변화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가령 며칠 전 틸러슨 장관의 말처럼 ‘조건없는 대화’ 방향으로 간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틸러슨 장관 발언에 대해 트럼프(백악관)는 부정했고, 이런 발언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문에 의하면 틸러슨 장관이 빠른 시일 내에 사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도 한다. 지금 한반도 문제는 트럼프 정책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고 오히려 긴장 강화만 가져올 것이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그리고 실제로 갈등이 있다면, 그 갈등의 가장 큰 희생은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나 그것은 틸러슨의 ‘조건없는 대화’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와 같은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

- 틸러슨 장관이 한반도 문제 관련해서 미국 내에서 대화파로서 투쟁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영향이 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미칠 수도 없다. 그러나 러시아 공식입장은 대화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 해결책은 틸러슨 장관뿐 아니라 미국 내 많은 전문가와 고위층인사들이 충분히 공감하는 입장이다. 외교적 방법, 그리고 단계적으로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하는 인사들이다. 지금 한반도 문제는 세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첫째는 군사적 압박이다. 북한은 도발은 할 수 있지만 절대 전쟁을 먼저 시작할 순 없다. 북한은 전쟁을 먼저 시작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쟁을 먼저 벌이지 않을 것이다. 또다른 이유는 북한 지도부는 너무나 잘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제가 모스크바에서 한국으로 올 때 사람들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무섭지 않느냐고, 위험한 지역에 가는 것이 걱정되지 않느냐고 질문한다. 그때 제가 대답은 김정은은 무섭지 않다고 말한다. 저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무섭다고 한다. 그러한 전쟁 가능성은 미국의 공격으로 인해 가능하지 북한의 공격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첫째 방법인 군사적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두번째 방법은 경제적 제재다. 경제적 제재가 지금 장기적으로 계속 이어져왔으나 어떠한 성과가 없는 것은 다들 알고 있다. 경제적 제재라는 것은 국민이 지도부에 대한 압박을 할 수 있는 국가에서만 가능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이란에서는 경제적 제재 대상이 된 국민이 다음 선거에서 목소리를 내고 압박을 할 수 있을 때 이 제재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15년 이란 핵프로그램 예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부는 국민에 어떤 영향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 제재는 정책적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세번째, 그리고 유일한 한반도 문제 해결 방법은 대화다. 너무나 어려운 방법이긴 하다. 북한은 지금 미사일·핵 프로그램으로 자신만만한 상황에서 더 많은 걸 요구할 것도 사실이고 이란의 문제 있어서 트럼프에 대한 그리고 다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이란 핵합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인증)도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고 대화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러시아는 대화를 강조하는 한편, 국제사회에서 비핵화에 대한 지분이 있고 비핵화를 중시하는 국가다. 북한이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대화하자고 역으로 공세를 펼 수 있다는 분석도 많은데. 북한이 과연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는가.

“법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어떤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북한이 비확산조약에 참여했다가 2003년에 그 조건을 위반하고 탈퇴하고, 평화적 해결을 하는 조건으로 진행 중이던 도움이나 협력을 기반으로 해서 2006년에 핵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행동은 전에 없는 행동이었기도 하다. 어떤 다른 국가도 법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실상은 누구나 다 북한이 지금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문제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가 이 지역에 존재하는 것이다. 비핵화라고 말한다면 완전한 핵의 철폐라는 의미로 생각할 때는, 그와 같은 의미의 비핵화는 현재 (북한의) 정치적 체제가 완전히 바뀌었을 때만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단 한 번의 예가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다. 남아공의 경우 처음에 핵무기를 만들었다가 1992년에 포기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그 예도 국내정치 변화에 의한 포기였다. 북한에 연계해서, 북한은 현존하는 정치적 체제가 바뀌어야만 완전한 핵철페가 가능할 걸로 보고 있지만, 또 많은 사람들이 이 정치적 체제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이야기도 하고 예상도 해보고는 있다. 언제까지 이어질진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는 단계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계속해서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가능하다.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첫째로는 핵실험을 하지 않고 경제적제재를 약화하고, 둘째로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제재를 더욱더 약화하면서 대화를 하고 평화조약 체결, 군사적 축소, 남북관계 지속적 개선 등으로 나아갈 수 있고, 이는 하나의 과정이며, 너무나 길고 대화를 통해서 단계적으로 유지하고 추진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같은 상황으로도 볼 수 있는데 미국이나 러시아나 전체적 비핵화를 할 순 없지만 단계적으로 위험요소를 줄일 방법이 있고 그와 같은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핵전쟁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은 충분히 가능하다. 모든 것을 걸거나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라는 선택 앞에 섰을 때는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지만, 단계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접근한다면 추후에 긴장완화라는 결과는 가져올 수 있다.”

-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북한이 쌍중단(북한의 도발 중단·한미훈련 중단)에 대해 그간 부정적인 공식입장과는 달리 ‘토론해볼 수 있다’며 물밑으로 긍정적 답변을 해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70여 일 간 도발 중단 상황이 그 이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이 다시 도발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보낸 메시지와 다르게 도발을 했던 셈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저는 이 경우에는 쌍중단이 아니라 핵·미사일시험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제재를 취소하는 방법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여기서는 이란 모델 적용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 틸러슨 장관 입지가 약한 것으로 분석하는 것처럼 들린다. 미국 내에서 대화파의 입지는 어떤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옵션을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은 얼마로 보는가.

“미국 사회 전체에 대해서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미국 의회에서는 군사적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미국 의회에 공화당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전통적으로 외교 정책에 대한 별다른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적대적인 분위기가 의회에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고 생각하고 미국 행정부 전체에 대해서 지금 큰 혼란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그건 미국 국내뿐 아니라 미국 행정부 내에서도 국제관계에 대한 정확한 일반적인 노선이 없는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관계와 외교에 대한 특별한 지식 없이 그런 발언,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미국을 수십년 연구했지만 지금과 같이 예상불가능한 상황은 처음이라 생각된다. 그 모든 건 미국 행정부 내 혼란으로 인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어보신다면 부시주니어나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가능성이 높겠다. 그러나 미국 내에 있는 전문가들, 군사전문가들이 그와같은 행동을 절대로 해선 안된다고, 미국 입장에서 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충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길 바란다. 지금 안 그래도 미국이 이라크, 시리아 두 곳에서 이미 전쟁을 중동에서 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전쟁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행동을 한다면 모든 미군을 이곳 한반도에 보내야한다는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러시아에서도 제가 자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 상황이 얼마나 긴장된 상황인지 어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한반도는 폴란드보다 작은 영토지만 이 지역에 비무장지대(DMZ) 주변으로 육군, 공군 규모가 대서양에서 우랄지역까지 러시아와 나토군 대립 규모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얼마나 이 작은 지역에 군사력이 집중되고 있는지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결정을 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 트럼프 대통령도, 틸러슨 장관도 비즈니스맨 출신이고 외교지식이 없다면,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라인에서 외교지식을 갖고 브레인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자는 누구인가.

“트럼프도 틸러슨도 절대 외교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틸러슨이 더 경험이 많기 때문에 대외정책을 맡게 됐고, 정책을 준비하고 어떻게든 추진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나 트럼프는 이 상황에서 그와 같은 시도를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선택이나 정책을 추진하려는 와중에 트럼프는 방해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 외교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어떠한 명확한 메커니즘이 없는 것 같다. 지금 너무나 혼란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어떠한 외교정책도, 생각도 없는 것 같고 틸러슨 장관이 만들어 놓은 시도를 방해만 하고 있다.”

-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이 미러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해 준비가 됐을 때 러시아에 알려올 것이고, 러시아도 중대양보를 해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줄 수 있는 건 뭔가. 한반도 지역에서 협력이 될 수 있나. 아니면 이제 불필요한 질문인가.

“물론 중국 만큼은 아니지만 러시아도 북한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중국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할 걸로 생각하는데 러시아는 이와같은 상황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빠른 시일 내에 유엔에서 북한에 대한 새로운 결의안이 논의될 예정인데(새 결의안 2397호는 현지시간 22일 통과됐다) 제가 생각하기엔 여기에서 중국은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고 동의할 걸로 예상한다. 이런 결의안은 사실상 북한에 대햔 경제적 봉쇄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과 먼저 이야기하고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으면 이 상황에서 러시아는 거부권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계속 이런 시험을 한다면 러시아도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고 결의안에 동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은 다른 국가와 달리 경제적 제재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 국민이 국가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결의안이 채택된다 하더라도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러시아의 공식입장은 아니고 제 개인적 의견임을 덧붙여 말씀드린다. 북한 체제가 외부 긴장없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늘 그렇게 외부의 위험을 만들고, 그런 위협을 만듦으로써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미사일을 만든다. 이라크와 리비아처럼 그런 상황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북한은 늘 자신의 체제를 유지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 핵이나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완전히 전체 핵·미사일을 포기할 순 없지만 단계적으로 실험을 하진 않을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제재를 축소하면서 시험을 줄이는 그런 방법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번에 그런 문제를 해결하면 좋겠지만 6자회담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그런 대화를 하고 있었으나 성공하진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성과를 내는 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단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러관계 개선의 경우, 미국이 이와같이 러미관계 개선에 준비가 돼 있다면 러시아는 줄 게 많지만 지금 미국 국내 상황이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서도 그러기(무언가를 주기) 어렵다.”

-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계속 되고 있어서 침체가 되리라는 외부의 시선과 달리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지역은 나름의 활력이 있어보인다.

“제재가 우리에게 큰 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4년 미국이 기대한 것과 같이 그러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러시아 경제가 붕괴하지는 않았다. 경제문제는 정말 복잡한 문제고 별도 대화를 해도 시간이 모자랄 방대한 문제다. 오늘과 같은 복잡한 경제문제는 제재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외부에서 모든 요소가 다 보이지 않을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2012년부터 경제위기 요소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지금도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은 건 사실이나 지난 몇년간 경제가 크게 발전하지 못한 것은 적합한 정책을 쓰고 있지 않아서다. 러시아는 지금 수입 대체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올바르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경제와 긴밀히 연관된 상황에서 북한과 같은 경제 자급자족 같은 정책은 러시아에서 절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러시아가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지역에 대해서 말씀하셨는데 투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발전이 어느 정도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훨씬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하고 있다. 지금 경제가 자원수출형 경제에서 벗어나고 우리가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경제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 유가나 국제 가스 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을 한국이나 일본의 경제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이나 미국이나 유럽 말할 것도 없이 그런 방향으로 가야한다. 제가 사용하는 핸드폰은 삼성 휴대전화이고 제 부인 휴대전화도 삼성 제품이다. 제가 원하는 것은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러시아산을 사용하시고, 이 분야에서 충분히 근거 있는 경쟁을 할 수 있는 경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유익한 그런 경쟁이 됐으면 좋겠고 그건 러시아 경제에 근본적이 문제다.”

알렉세이 아르바토프 미국전문가 /2017.12.18 남제현기자
- 문재인 신정부 출범 후 한국은 신북방정책과 극동지역에서의 협력 등에서 보듯 한러관계를 개선하고자 한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는 한러관계 개선 시 미러관계의 영향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미러관계 개선 전망이 예상보다 밝지만은 않은 상황인데, 한국이 한러관계 개선을 꾀하는 데에 있어 제언을 한다면.

“한러관계에 있어 가장 먼저 경제를 말씀드려야 한다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는 서방이 제재를 가했지만, 한국이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러시아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러시아에 대한민국은 7위의 무역파트너다. 미국 동맹국으로서 이와같은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국이라는 더욱더 매력적인 파트너라는 하나의 요소로 생각하게 한다. 물론 경제학자들이 어떤 분야에서의 협력이 확대돼야하고, 어떤 것이 이익이 된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많은 가능성이 있고 투자나 기술 측면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에서는 정말 인기있는 자동차는 한국 자동차가 있고 전자제품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러시아인들이 한국이 달성한 경제발전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 문제에 있어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건, 정부 입장이 아닌 제 개인적 입장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씀드리려는 것은, 러시아는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한반도 통일이 이익이 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이런 상황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일본은 경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역사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긍정적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 통일시 미국 영향이 약화되고 군사적 입지가 약화되기 때문에 통일을 원하진 않지만, 러시아는 일본 중국 미국 등 경제대국들이 가까이 위치하고 있을 때 한반도에 통일국가가 생긴다면, 물론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한국과 같은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로서 통일국가가 생긴다면 러시아에 있어서는 큰 이익이 된다고 생각한다. 남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안보문제에 러시아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한반도 위기 뿐아니라 대만문제나 남중국해, 테러, 해적문제에 러시아는 충분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같은 정치적 안정이 러시아 안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긴장을 완화시키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기대가 있었는데 러시아 불참하게 돼 한국에서도 아쉽게 평가된다. 내년 이 지역 정세에서 이번 올림픽이 어떤 영향이 있을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거라고 확신한다. 러시아 선수들도 전체 선수단이 참여할 것이다. 러시아 국기를 달고 참여할 순 없지만, 올림픽 깃발을 달고 모두가 참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날 그런 제재가 취소된다면, 폐막식에서는 러시아 국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알고 있다. 러시아 선수들이 이 올림픽에 참여하면서, 그런 상황일수록 모두가 최선을 다 할 것으로 생각한다. 제 딸이 얼마 전에 한국에 다녀왔다. 딸은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다. 그 다큐멘터리는 평창올림픽 준비과정을 담은 것이었는데 6편으로 이뤄졌고 러시아 메인 방송 채널에서 방영됐다.”

- 북한의 대중, 대러관계에 미묘한 변화가 보이기도 한다. 북러관계의 현재를 평가한다면.

“물론 중국 만큼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북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경제적으로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는 구도라고 생각한다. 러시아는 어느정도 거리는 유지해왔기 때문에 러시아의 영향은 중국보단 작다. 그러나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도 러시아 또한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과 군사대립을 견제할 수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한반도 문제 만큼은 미국이 이 문제 있어서 러시아에 부탁을 하고 협력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고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트럼프가 지난 1년간 벌인 일을 생각해도 러시아는 대화를 통해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저는 러시아 공식 외교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 만큼은 러시아 공식 정책에 동의한다. 러시아는 지금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은 4개의 적이라는 명단을 발표하고 거기에 이란과 북한, IS, 그리고 러시아를 올렸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부탁을 청하지만 우리는 미국이 이처럼 우리를 적대국가 명단에 북한과 같이 올린 만큼, 우리도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고, 북한편을 들겠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남한과의 좋은 관계를 생각하고 이 문제가 외교적인, 정치적인대화를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통역=한국외대 박인나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사진=남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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