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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종칼럼] 복지문제, 정부 지원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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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4 20:52:38 수정 : 2017-12-24 20: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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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담당 못하는 공공서비스
비영리단체가 나서는 것이 좋아
정부가 돕는 관료적 과정보다는
시민들 나눔문화 조성이 효과적
‘사람중심 경제’를 표방하는 현 정부는 복지정책 집행을 위해 내년 예산액을 올해보다 7.1% 늘어난 429조원으로 잡았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13% 늘어난 146조2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4%를 차지한다.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확대, 누리 과정 전액 중앙정부 부담, 공무원 일자리 1만5000명 증가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졌고 청년실업이나 노인빈곤 등의 사회문제가 쉽게 해결될 상황이 아닌 만큼 정부의 복지재원은 앞으로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부자와 대기업에서 세금을 좀 더 거둬 해결하기에는 문제가 날로 커지고 있다. 생산하고 부양해 줄 경제활동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수명연장으로 부양해야 할 고령층은 늘어나고 있다. 작년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이고, 현재 14% 정도인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30년에는 2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1955∼63년 출생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고령층 진입자를 위한 고용 및 소득 지원책이 시급해졌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누가 증대일로의 복지 수요를 정부와 나눌 것인가. 우리 사회에서는 끈끈한 가족사랑 덕분에 기댈 곳은 부모형제였다. 그러나 사회적 안전망과 돌봄을 감당하기에 우리의 가족구조는 급변하고 있다. 1인 가구는 이제 열 집에 세 집꼴인데, 노인 1인 가구는 도와 줄 가족이 없거나 자식이 있어도 연락을 하지 않는다. 청년 1인 가구의 상당수는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미루기 때문인데 이 중 상당수가 계속 독신가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1인 가구 셋에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40∼50대 중년층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부부가 떨어져 살거나 이혼했기 때문이다. 가족은 개인에게 소속감과 행복감을 주는 최소 단위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해체의 위기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책임을 덜어주고 비록 떨어져 살아도 정서적 유대는 긴밀히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지원도 홀로 사는 사람에 대해 가족중심이 아닌 개인중심으로 복지 수급권을 독립시키고, 아직 가족이 모여 사는 가구에 대해서는 계속 뭉쳐 사는 것이 득이 되도록 힘쓸 필요가 있다.

근로소득으로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가족을 돌볼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공적지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최선의 복지정책은 고용정책이기도 하다. 문제는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 어렵다는 것이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으로 사무·기술직은 물론 전문직도 로봇이나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판이다. 혁신성장을 여기저기서 외쳐대고 있지만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혁신은 일자리를 늘리기보다는 줄이는 측면이 있다. 여럿이 일할 수 있는 넓은 시장을 유지하려면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부문과 자영업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유능한 젊은이들이 보다 과감하게 창업하거나 작은 업체에서도 꿈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 넓은 시장은 영리추구 기업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상호부조의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사회적 기업, 동네를 공동체로 재생시키는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 부문을 성장시켜 고용도 늘리자.

정부나 시장이 효과적으로 담당하지 못하는 공공서비스는 사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들이 나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장에서 배제된 계층에 대해 세금을 거둬 정부가 돕는 관료적 과정보다 시민 스스로가 이웃을 돕고 사회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나눔의 정신이 사회 곳곳에 배어들어 봉사활동이 생활화해야 할 것이고, 기부활동을 장려하는 세제개혁과 자원봉사 활동을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

넓은 시장을 조성해 여러 사람에게 일자리를 열어주고, 시장에서 배제되는 취약계층은 정부가 돌보고, 현장에 가까운 비영리단체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치만이 급증하는 복지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길이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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