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이 한·중관계 복원 및 개선에 뜻을 같이한 대목은 이번 방중 성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중국 발표문에는 빠졌지만 한·중 정상 간 핫라인 구축에 합의한 것도 이행된다면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 방중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빈방문 기간 열 끼 가운데 두 끼만 중국 고위급 인사와 함께하면서 벌어진 ‘혼밥 논란’은 제쳐놓는다 하더라도 그렇다. 문 대통령이 굳이 중국의 국가적 기일이랄 수 있는 난징대학살 80주기 국가 추모행사가 열리는 날 베이징에 갔어야 했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중국이 고집한 것이라면 그 의도를 의심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의 임기와 겹치는 시진핑 집권 2기의 새 지도부 상무위원에 오른 5명 중 단 한 명과의 만남도 성사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5시간가량 두 정상이 함께하며 간단치 않은 우의를 다졌다는데, 중국이 시 주석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계획을 공식화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문 대통령의 중앙당교(중국 공산당 최고위급 간부 교육기관) 연설이 불발에 그치고 베이징대 연설로 귀결된 배경도 의문으로 남는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차장 |
그런데 중국이 이번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우리 국민의 마음을 산 것 같지는 않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문 대통령의 이번 국빈방문 기간 중국이 보여준 모습에서 한국이 무시당했다고 느꼈으며,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새삼 다시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미국과 일본이 좋아하지 않을 게 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을 낮추고 중국에 다가가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홀대 논란에 휩싸이고 굴욕적 외교참사라는 비판까지 받는 상황은 중국의 대한반도 외교에도 좋을 게 없는 일이다.
자화자찬 외교는 국내용일 뿐이다. 도가 지나치면 주변국의 비웃음을 산다. 증세가 악화하면 국격을 훼손하고 국익을 해친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중 정상회담 성과의 적극 홍보를 주문하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과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청와대 참모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자화자찬하는 모습은 참으로 걱정스럽다. 아직은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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