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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문정부가 취하고 버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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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1 22:24:21 수정 : 2017-12-21 23:3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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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 UAE 후폭풍 반면교사 삼아 / 조급증 인기영합주의 버리고 / 긴 안목 투철한 현실인식 갖춰야 / 주변 강국과 어깨 견줄 수 있어 타임머신을 타고 청나라 시대로 돌아간 줄 알았다. 중국은 고압적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겸손한 태도를 견지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따뜻한 미소 한 번 짓지 않고 문 대통령의 봉인 요청에도 사드의 단계적 처리를 거듭 압박했다.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을 내는 관례도 거부했다. 우리 체제로 비춰볼 때 대통령보다 격이 낮고 국무총리보다 약간 높은 리커창 총리는 오찬을 같이 하자는 요청마저 냉정하게 뿌리쳤다. 기껏 외교부장이 대통령의 팔을 툭툭 치는 무례를 저지르고 외교부는 카메라기자 2명을 집단폭행한 데 대해 공개적인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

중국의 한국 무시는 의도적이라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일회성이라고 하기엔 문전박대가 거칠고 심했다. 이 덩치 큰 이웃나라의 횡포에 맞서려면 여야가 똘똘 뭉쳐도 쉽지 않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난 14일 일본 아베 신조 총리에게 굴욕을 당했다. 눈으로 하는 인사인 ‘목례’라고 하기엔 목을 지나치게 숙였고 낮은 의자에 앉아 높은 의자에 앉은 아베 총리를 쳐다보았다. 오십보 백보로, 누굴 탓할 처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홍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황제 취임식에 조공외교를 하러 간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깎아내렸다. 이렇게 말하는 게 나을 뻔했다. “중국 너희들 큰 실수했어. 이번에 당한 수모는 언젠가 배로 갚아줄 거야.”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 일부였다”고 억지를 늘어놓은 사람이다. 야당 대표가 화살을 쏠 대상은 문재인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시진핑인 것이다.

한국은 청의 국력에 쩔쩔매던 400년 전 문약한 조선이 아니다. 얕보인다는 것에 대해 한국인만큼 민감한 민족도 없다. 이 역사적 사실을 중국은 깨달아야 한다. 우리를 낮춰보고 깔본 나라를 향해 공분을 표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한반도 운전자가 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눈물겹다. 문 대통령은 북한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내기 위해 중국에 다리를 놓으려고 했다. 국익을 위해 잠시 자존심을 접더라도 한·중 관계 정상화는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그렇더라도 현실에 바탕해 차근차근 가야지 조급증에 휩싸여서는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반면교사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 해법을 위해 느닷없이 톈안먼 망루에 올랐지만 헛걸음이었다. 중국은 ‘오래된 친구’ 등의 찬사를 늘어놓으면서도 사드 이슈가 터지자 한순간에 안면을 180도 바꿨다. 중국은 결코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의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 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진다”면서 “한국은 작은 나라이지만 그 꿈에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연설을 준비하면서 “중국은 대국이니 소국인 한국이 환심을 사야 한다”고 사대주의적으로 생각했을까. 아닐 것이다. “반드시 힘을 키워 중국과 어깨를 견주겠다”고 다짐했을 것으로 믿고 싶다.

비록 덩치가 작아도 대국에 굴하지 않고 국력을 키운 나라들은 공통점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싸워야 할 때는 단호했다. 이스라엘은 로마제국 침입에 1000명 가까운 저항군이 3년을 싸운 뒤 장렬한 죽음으로 맞섰다. 그 마사드 유적지가 이스라엘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네덜란드는 바다보다 땅이 낮은 척박하고 작은 공화국이다. 그럼에도 절대강자 스페인과 17세기 80년 독립전쟁을 거치면서 세계의 바다를 지배했다. 일본은 러시아 국력의 반에 불과했으나 유럽에서 획득한 신기술로 러일전쟁에서 항복을 받아냈다. 북구의 스웨덴은 내부의 적인 강력한 노조와 싸워 이긴 뒤 외부의 적을 물리쳐 오늘의 복지국가를 일궜다.

한국이 이들 나라처럼 봉우리 높은 나라가 되려면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있다. 취할 것은 긴 안목과 투철한 현실인식이고 버릴 것은 조급증과 인기영합주의다. 청와대 참모들이 인터넷 방송에 나가 방중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임종석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논란을 두고 변명에 급급하는 것을 보면 임기응변에만 매달리는 것 같아 믿음직하지 않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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