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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우주굴기, 군사굴기, 경제굴기… 이번엔 특허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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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9 06:00:00 수정 : 2017-12-18 20: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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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특허출원 6년 연속 압도적 1위 / 작년 133만여건 출원 … 21% 늘어/ 2위 美는 59만건 … 2배 넘게 차이/ 4차 산업혁명 분야 첨단기술 주도/ 해외출원 건수도 꾸준히 증가 추세/ 자국서 해외업체 상표 선점 잇따라/‘서울우유’·‘하림’ 등 韓도 피해 속출
“우주굴기, 군사굴기, 경제굴기… 이번엔 특허굴기”
중국은 지난해 특허출원 1위를 기록, 6년 연속 1위를 지켰다. 특허출원 건수로 본다면 두 배 이상의 압도적인 차이로 미국을 따돌렸다. 지식재산권 분야 1위를 구축했다. 지재권 분야의 전통 강국인 일본과 미국을 추월한 중국이 G2(미·중) 시대를 넘어 압도적인 G1으로 우뚝 섰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우주시대를 열고 군사무기 확충에 나서더니 이젠 특허굴기로 지구촌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무서운 중국… 6년 연속 특허출원 1위

18일(현지시간) 유엔 전문기구인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의 ‘세계지식재산권지표 2016’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은 전년 대비 21.5% 증가한 133만8503건의 특허를 출원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58만9410건을 기록한 2위 미국과 비교할 때 무려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중국은 2015년 처음으로 연간 100만건 특허출원 시대를 열었다. 이후 지난해까지 20% 안팎의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허출원뿐만 아니라 상표출원과 산업디자인 출원 등 관련 분야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중국의 상표출원 건수는 전년 대비 30.8% 증가한 369만7916건을 기록했다. 미국이 5.5% 늘어난 54만5587건으로 뒤를 이었다. 산업디자인 출원 건수도 중국이 14.3% 증가한 65만344건으로 1위였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특허 신청 6연패(連覇)를 달성했다”며 “중국은 기술 혁신과 브랜드 선도에서 세계적 위상을 차지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통 강국이었던 미국과 일본은 주춤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전년 대비 2.7% 증가한 58만9410건, 일본은 0.1% 감소한 31만8381건의 특허를 각각 출원했다. 한국은 20만8830건으로 4위를 유지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일본처럼 건수가 줄었다. 2∼4위 국가의 특허출원을 모두 합하면 111만6000여건인데, 1위를 차지한 중국(133만8503건)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지난해 전 세계 특허출원 건수는 312만7900건으로 8.3% 증가했다. 이는 중국의 독주에 힘입은 바 크다. 중국이 전 세계 특허출원 건수의 약 4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랜시스 거리 WIPO 사무총장은 “글로벌 혁신을 이끄는 나라 속에 중국이 점점 두드러지고 있다”며 “특허출원 증가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첨단산업 분야 주도…국내 출원 집중은 허점

중국 특허출원의 질적인 분야를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진국에 비해 첨단산업 분야 특허출원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있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 깊게 들여다보면 중국 특허출원이 미래 먹거리 시장인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은 센서, 로보틱스, 클라우드컴퓨팅, 3D프린팅, 나노기술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특허출원을 주도하고 있다. WIPO는 보고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광발전(PV)산업의 경향을 소개하면서 “과거에는 유럽 국가들이 주도했지만 지금은 중국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4세대 이동통신 방식인 LTE(Long Term Evolution)분야 관련 특허출원 건수도 지난해 삼성전자(13.49%)에 이어 중국 기업인 화웨이(9.88%)가 2위를 기록했다. 유럽에서 통용되는 GSM(범유럽이동통신)분야 특허출원도 화웨이는 노키아 등 유럽기업에 이어 5위를 달렸다.

중국의 특허출원 대부분이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큰 약점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해외 특허출원 건수 기준으로 미국이 21만5918건으로 1위를 차지했고 일본, 독일, 한국 순으로 많았다. 중국은 5만1522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내 특허출원 중에는 국제 출원을 염두에 둔 사례들이 늘고 있고, 실제 해외 특허출원 건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의 중국의 경쟁력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승부리는 상표 브로커… 한국기업 피해 속출

중국 내 상표출원이 급증하면서 이와 관련한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220만건을 넘어선 중국 내 상표출원은 2015년에는 280만건을 넘겼다. 2016년 360만건 이상을 기록하면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상표 분쟁도 늘고 있다. 지난해 이의신청이 5700여건, 상표 분쟁 심판이 15만여건, 법적 소송도 8000여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상표 분쟁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상표 브로커들에 의한 기업 피해를 꼽고 있다. 실제로 ‘서울우유’, ‘하림’, ‘뽀로로’, ‘동대문엽기떡뽁이’, ‘땅땅치킨’ 등 잘 알려진 국내 상표들이 중국 상표 브로커들에 의해 선점됐다. 이들 상표는 중국 상표 매매사이트에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상표 브로커들은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특정 기업의 정보를 미리 입수해 해당 기업의 이름이나 제품 상표를 무단으로 선점하고 기업을 상대로 상표 사용료나 양도금을 요구한다.

피해 기업 규모를 살펴보면 2014∼15년 482곳, 2016년 242곳, 올해 1∼8월 167곳 등 지난 3년여 동안 891개 기업이 상표 브로커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 피해 상표 수도 2014∼15년 826개, 2016년 406개, 올해 1∼8월 406개 등 모두 1638개의 상표가 무단 선점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기업 상표를 무단 선점한 상표 브로커 수도 지난해 31개에서 올해 47개로 늘었다. 악명 높은 한 상표 브로커는 400여개의 한국 상표를 선점한 경우도 있다. 그는 특정기업 상표를 선점한 뒤 “한국 회사에서 상표권에 대한 인식이 없어 사전에 대신 출원했으니, 빨리 이전해 가라”며 상표양도 협상을 기업에 압박하기도 한다고 한 지재권 전문가는 전했다.

이들 상표 브로커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상표를 선점한다. 먼저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국 기업이 중국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라는 등의 정보를 입수하고, 중국 출원 여부를 확인한 뒤 출원돼 있지 않으면 바로 그 기업명으로 상표를 출원한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기업이라도 표적이 될 수 있다. 해당 기업의 상표 외에도 그 기업에서 출시한 제품 등의 출원 여부를 확인한 뒤 이를 선점하기도 한다. 한국 기업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전시회도 활용된다. 전시회에서 공개된 기업의 제품 자료나 정보를 자연스럽게 입수한 뒤 출원되지 않은 상표 등을 버젓이 자기 것처럼 상표를 출원한다.

◆“적극적 대처로 빼앗긴 상표 되찾아야”

전문가들은 상표를 처음 만들 때부터 중국에서의 상표등록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네이밍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최고의 소비시장으로 급성장한 만큼 중국어 브랜드 네이밍은 이제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한 특허 전문가는 “처음 네이밍 단계에서부터 영어, 한국어, 중국어 모두 중국에서의 등록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네이밍작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상표가 선점됐다면 이의신청, 무효심판, 불사용 취소심판 등 중국 내 제도를 적극 활용해 대응해야 한다. 실제로 국내 중견 식품업체인 C사는 중국 본격 진출을 앞두고 상표출원을 준비하던 중 자사의 상표가 이미 중국 내에서 선점당한 사실을 알고 불사용 취소심판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았다. 특허청의 한 관계자는 “중국 진출 전에 상표권을 확보하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사법적 대응, 행정단속 등 중국 법을 활용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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